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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연

일반인에게 오타쿠는 어떻게 비춰질까

현시연 1권고3때 '4년생'을 읽고 엄청 공감을 해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라면 호소노 후이지코 - '마마' 같은 리얼리즘 계열의 연애물을 읽으면서 순정물의 환상을 깨는걸 즐기던 시절이었는데요. 주인공이 첫경험을 하고도 별게 없어서 하늘을 보고 한숨을 짓는 장면이나, 마음이 없는 여자와 하다가 임포텐츠가 된다던가 하는 걸 보면서 좋아하고 그러던 때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4년생' 같이 담담하게 연애의 비정한 면을 찌르는 만화는 최고였고 수도없이 다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오랬동안 비가 왔어~ 관심이 없던 어느날, 저는 4년생의 작가가 후속작으로 '현시연'을 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타쿠를 소재로 삼다니! 그런 스타일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원래가 '재미있는 작품을 보기보다, 보고 싶은 작품을 본다'는 주의이기도 했고, 그래서 덥석 봐버린 현시연은 역시나… 최고였습니다. '애인', '서양골동양과자점'에 이어 진입 첫주만에 마이랭킹 1위를 한 세번째 작품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시연의 1위 탈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일반인에게 오타쿠는 어떻게 비춰질까

전작 '4년생'이 대학 4학년의 비정함을 소재로 한 연애물이었다면, 이번 '현시연'은 오타쿠의 세계를 소재로 한 연애물입니다. 메인 디쉬는 바로 일반인과 오타쿠의 연애죠. 평범한 대학생이였던 사키가 아무것도 모르고 코사쿠(오타쿠)와 사귀게 되는 얘깁니다. 코사쿠는 겉으로 보기에는 얼굴도 잘생겼고 번지르르해서 전혀 오타쿠처럼 보이지가 않았죠. 하지만 코사쿠가 오타쿠인 것을 알았을때 이미 사키는 너무 늦었습니다. 남자가 마음에 들긴 한데 맨날 게임이나 만화나 보는 것은 마땅치 않고. 그래서 고민고민하면서 사귀어가는 내용이죠.

문제는 타겟 오디언스입니다. 여기서 주인공 둘을 보면, 일반인이 오타쿠를 사귄다는 것이나, 오타쿠가 일반인을 사귄다는 것이나. 관객을 끌만한 요소가 그다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럴 바엔 차라리 오타쿠를 타겟으로 하자! 해서 내용은 '현시연'이라는 오타쿠 동아리의 일상을 다루는 것이 됩니다. 여기서 추가로 등장한 캐릭터가 사사하라입니다. 마사루의 후밍 격이죠. 만화는 사사하라라는, 뭔가 이쪽 세계의 관심은 있는데 잘 모르는 캐릭터를 따라서 이쪽 세계로 차츰 접근해갑니다.

그런 이유로 이 만화는 재미있게도, 메인 디쉬인 연애가 제3자의 입장에서 다뤄집니다. 어차피 오타쿠들에게 연애는 수비범위 밖, 그래서 이들은 마치 만화나 애니를 관람하는 것처럼 이들의 연애를 관람합니다. 저는 바로 이 점에서 필이 왔습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연애물이라니!

아니 그보다, 이 만화의 묘미는 일반인과 오타쿠라는 취미가 달라도 한참 다른 인간들의 접촉에 있습니다. 코사쿠(오타쿠)는 너무 마이페이스라 속을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사키(일반인)는 그가 속한 동아리 '현시현'을 떠보기 시작합니다. 독자의 경우 사사하라(신입생)부터 시작해서 현시연에 감정이입을 한 상태라, 사키는 외부의 인물일 뿐이죠. 그것도 우리 동아리의 사람과 사귀어 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겁니다.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서로의 심리를 떠보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 이것이 이 만화의 백미죠.

즉 이 만화는 서로 다른 존재가 어떻게 교제해가는가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에 결말은 하나밖에 없죠. 가면속의 수수께끼(discommunication)의 주제이기도 한 이것은, 서로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 있다는 단순한 결말 말입니다.

[noname] 리얼계 오타쿠만화로 구분할수도 있을지도. ('남자는불끈불끈'은 슈퍼계)

[키오 시모쿠 인터뷰] 어시를 안쓰신다고 하네요;;
사진출처 midikey.net (벨제뷔트님)
write 2003 09 13


현시연 애니메이션을 보고

군대에서 휴가나와서 예전에 썼던 글을 봤더니 영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쓴다. 마침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도 했고.(정말로 애니메이션이 나올줄은 몰랐는데;;)

현시연. 나중에 딸을 낳으면 이름을 현시연이라고 지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주: 본인의 성은 현씨임) 깊은 애정을 보여오던 터라, 애니화까지 된다고 해서 이게 왠 떡이야 해서. 휴가나와서 7화를 봤다. 그런데 이건 또 뭐야. 한심할 정도로 엉성하네. 원작의 팬으로서 이건 원작을 더럽히는 행위야! 정말 그 20분짜리 애니를 끝까지 보기도 민망할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다.

사실 모든 이의 마음이 같겠지만, 현시연 애니보다는 역시 제비언 애니가 더 기대되지! 그래서 그런지 현시연 본편은 우리나라에 하청을 줬으면서 제비언은 일본 자체제작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이 아예 달라. 도대체 돈을 얼마나 안 줬길래 이렇게 대충대충이야? 아니 좀 러프한 느낌을 살리려면 아예 그 쪽으로 스타일리쉬하게 가던가.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엉성할 뿐이면 보는 사람은 도대체 어떡하라고.

거기다가 애니에서 추가되는 얘기도 현시연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예를 들어서 내가 봤던 현시연 애니 7화를 예로 들자. 신입회원 2명이 들어와서 신입생환영회를 여는데 사키가 쫒아낸다는, 만화로 보면 1회분량에 불과한 것을 20분짜리 1화로 물타기하려니 좀 이것저것 다른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쳐. 그렇다고 해서 현시연 사람들이 술집으로 신입생환영회를 갈 것 같아? 천만의 말씀. 동아리방이 있는 동아리라면 동아리에서 마신다구. 거기다가 현시연 사람들이 술에 취하는 걸 좋아할 것 같아? 그럴리가 없잖아! 카나코가 술에 취해서 사키한테 매달려? 카나코가 언제부터 그런 캐릭터였어! 아니 애초에 현시연 만화에는 동아리사람들이 모여서 사이좋게 술자리를 가지는 장면도, 지금 4권까지 나온 상황에서 단 한 컷도 안 나왔어. 그도 그럴것이 당연하지. 만화동아리 사람들은 그렇게 놀지는 않으니까. 설령 술자리를 가진다 하더라도 이번 애니 7화같은 술자리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그런 술자리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런 장면을 보여주면 캐릭터의 일관성이 없어지잖아. 도대체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정말 원작의 팬으로서 너무도 안타까웠다.

현시연은 오타쿠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한 만화가 아니라구. 그보다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오타쿠와 일반인간의 간극을, 그 충돌을 그려낸 만화라구. 애초에 현시연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에 일반적인 의미의 오타쿠는 몇 없어. 특히 코사카 같은 경우는 신적인 존재지. 애초에 일반인과 오타쿠의 연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전지전능의 캐릭터라구. 그런데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할 사람은 없겠지. 그보다는 사키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현시연에 조금씩 녹아들어가는 과정이라던가. 사키를 좋아하면서도 차마 접근할 수 없는 안타까운 짝사랑의 마다라메라던가. 무기력한 현시연을 좀 더 활동적으로 만드는 사사하라라던가. 지금까지 본성을 숨겨왔던 카나코가 오기우에의 등장으로 교화시키려 본성을 드러낸다던가. 그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캐릭터간의 충돌. 그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있고 사회력 부족한 인간들이 현시연이라는 둥지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바로 현시연의 재미 아니겠어.

실제로 원작자 쪽도 불편하긴 불편한 것 같다. 4권 - 22화 현시연 탄생 의 초반부에 보면, 지금까지 현시연 멤버들이 그토록 좋아하던 제비언에 대해서 불평을 쏟아놓잖아. 물론 흐름상 자연스럽게 넘어가긴 하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현시연 애니에 대한 불만을 돌려 말한 것일수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이라는 굴러온 복을 차버릴수도 없고 하니 그냥 될대로 되라겠지. 일단은 애니화되서 나쁠 건 없으니까. 지금까지 작가생활 해 오면서 최초로 만든 인기작인데 갈데까지 가 봐야지. 아니 그보다는 자기도 제비언의 애니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후후.

말 나온김에 좀만 더 얘기해봐야지. 역시 현시연의 히로인은 사키같애. 예를 들어 만화의 4권 - 19화 벌이야 벌~ 을 분석해보자. 애초에 사키라는 캐릭터는 코스프레를 절대로 할 수 없는 캐릭터야. 그런데도 만화에서는 이 캐릭터를 코스프레로, 그것도 코스프레 대회에서의 우승이라는 시츄에이션으로 몰고가지. 그것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이러기 위해서는 카나코가 쿵짝을 맞춰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사키에게 내숭을 떨었던 탓에 캐릭터의 일관성이 무너진다고. 그래서 카나코는 감기에 걸린거야. 마스크를 써서 표정도 읽을 수 없고, 감기기운 탓에 평소같은 정신상태가 아니라고. 그래서 이 감기라는 설정으로 멋지게 넘어간거야. 여기에 방화범이라는 자책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속죄. 하지만 이 두개만으로는 사키를 움직이기 부족하지. 그도 그럴것이 사키는 너무나 도도한 캐릭터니까. 그래서 코사카라는 신적인 존재가 필요한거야. "안돼!" 이 한마디로 말이지.

그래서 코스프레 대회에 나간 것 까지야 그렇다 쳐. 이로 인해 간신히 사키는 코스프레를 경험해보게 되지. 이 사건으로 앞으로 카나코-소이치로 커플에 대한 이해도 가능하고. 그리고 솔직히 한 4권정도 됬으면 이런 서비스신도 슬슬 나와야 할 타이밍이기도 하고. 하지만 단순히 코스프레 대회 참가 정도라면, 사키라는 캐릭터는 변해버려. 물론 현시연에 대해 둥글둥글해질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목표지. 코사카를 이해하기 위한), 지금은 너무 빨라. 사키라는 캐릭터가 변해선 안돼. 그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필요가 있지. 그래서 사건이 터지는 거라구.

그래서 제비언의 부장이라는 캐릭터가 선택된 거겠지. 사키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하기 때문에 애초에 현시연에서 부장이라는 캐릭터를 코스프레 시키는 것이 맞아. 하지만 그 정도로는 우승까지는 안 될텐데. 그래서 도촬이 나오는거지. 그녀의 캐릭터를 쉽게 보여줄 상황이 만들어진 거야. 열받은 사키는 거칠게 나오고, 이것이 사키인 동시에 부장이다. 결국 우승. 그래서 코스프레를 좋아하게 될만한 전개지만, 이 사건으로 경찰의 취조를 받으면서, 앞으로 코스프레를 다시는 안 하겠다. 이런 식으로 사키라는 캐릭터를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고 숨가쁘게 19화가 끝나는 거지.

이런 재미로 현시연을 본다니까. 앞으로 5권 분량부터는, 카나코-오기우에 간의 충돌도 흥미진진 하겠어. 아마도 이건 지금까지 언급이 잘 안되었던 여자쪽 오타쿠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남자쪽과 달리 여자쪽은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교화. 전도주의 쪽이 강하잖아. 그러기에 사사하라의 동생 정도로는 너무 미약하다고. 새 캐릭터가 필요할 만 하지. 쿠치라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2ch 쪽이라던가 인터넷 쪽의 장난스럽게 과장하는 말투를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기대된다.

200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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