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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 언더 세븐

만화계의 여백으로 자리해주는 고마운 만화.

마유&니아이렇게 매니악하면서 '레인Lain'의 후속작으로 발탁되다니! 쉬어가는 작품인 주제에. 그만큼 별로긴 하지만, 쉬어가는 작품이 그렇듯 잔잔한 재미는 쏠쏠하다.

니아 언더 세븐은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이리저리 섞어서 만들어낸, 고도의 팬아트 같다. 옆에 사진을 보자. 왼쪽에 있는 캐릭터는 엑셀사가의 하얏트, 오른쪽은 카우보이 비밥의 에드. 영락없는 핫짱과 에드다. 설정 또한 엑셀사가의 가난콤비 엑셀&핫짱을 그대로 가져왔다. 에드가 엑셀 머리색으로 염색하고 엑셀을 연기하는 정도랄까. 사이버 펑크에 줄곧 나오는 우울한 근미래상. 지금과는 별 차이 없으면서 외계인이 당연한 듯이 살아가는 세상. 거기에 재수생과 외계인이 티각태각 살아가는 내용. 잔잔한 시트콤. 다들 어디서 봤던 내용이다. 독창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절묘한 짬뽕으로 패러디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기의 것으로 녹여버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걸. 그냥 어디서 봤던 것들 막 모아다가 잔잔한 개그를 한 것일뿐 그 이상은 아니다. 정말로 쉬어가는 작품이다.

이걸 보니 러브히나의 작가가 그렸다는 18금 동인지가 생각나는군. 그 작가도 사실 러브히나 그리면서 많이 답답했을 테니까. 맘 같아서는 케타로와 나루의 그렇고 그런 씬도 마음껏 그리고 싶었겠지만, 정말 그것 말고도 이런 저런 것들을 수도 없이 그리고 싶었겠지만.. 참아야 하느느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정말 러브히나 같이 아슬아슬한 준성인물(15금)을 그리려면 어지간한 수도승 수준의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가끔씩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파이널 판타지 18금 동인지를 그리는 거겠지. (들리는 말로는 동인지에도 어시를 쓴다고 함;;) 물론 아무리 가명을 써도 그작가 스타일상 티가 안 날수가 없다. 그냥 다들 모른척 쉬쉬하며 보는 거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 스토리를 줬다는 정체불명의 작가, 내 생각에는 엑셀사가 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근거는 없지만 정말 그럴듯하지 않아? 최소한 엑셀사가 어시가 줬겠지.

이런건 큰 재미는 없지만 왠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거대한 스토리가 아닌 소박한 일상을 다루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두명의 시끄러운 이웃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일까. 어쨌건 이건 개그만화이기도 하고. 개그도 과격해서 좋다. 외계인이라는 설정 덕에 다들 망가지는 캐릭터들만 모여있어서 캐릭터 밸런스가 아주 환상이다. 예전에 '돌격 빳빠라대'에서 볼 수 있었던 밑도 끝도 없는 개그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마치 박경림을 보는 것 같다. 그가 무대에 서면 모든 것이 농담이 된다. 밑도 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끊임없이 이어간다.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어찌‰怜?즐겁다. 뭔가 말이 많고 시끄러운 분위기가 좋다. 화기애매한 것 같다. 그런 것.

우리에겐 일상이 부족하다. 중요하지 않은 인생의 파편이 필요하다. 쓸데없는 잡담이 필요하고 심심하고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고 없어도 되는 공간이 필요하다. 즉 여백이 필요한 것이다. 얼마나 그런게 부족하면 TV나 라디오에서 연예인이란 사람들이 당신들과 잡담을 주고받아 주겠어. 그것도 돈받고. 얼마나 일상이 부족하면 돈 받고 잡담을 주고받아주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세상이겠어.

그런 의미에서 일상은 소중하다. 모든 것이 중요한 인생이 아니라 때로는 쉬어갈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인생이 소중한 것이다. 힘들면 도망칠 곳이 있어야 더욱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니아 언더 세븐은 오랜 시간 과도한 명작 걸작에 시달려온 당신에게 아무 생각없이 머리를 비우고 가벼운 웃음 가벼운 슬픔 가벼운 일상 속에서 쉬어가는 작품이 되어줄 것이다.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요. 그리고 다음 작품을 볼 준비를 하도록. 가끔은 평작을 봐줘야 나중에 정말 명작을 봤을때 진정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을테니.

사진출처 http://myhome.naver.com/nieaworld
write 2003 05 23
add 2003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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