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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적절한 난이도 조절

08/04/21 10:31(년/월/일 시:분)

어젯밤 나는 미적분학 공부를 했다. 정말로 어려워서 10분에 한번 꼴로 그만뒀다가 다시 공부하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1. 으악 도저히 못하겠어!
2. 아니야 그래도 조금만 더 해보자.

1,2를 밤새도록 반복.


결국 맨 마지막 쌍곡선함수에서 좌절하고 그만두긴 했지만, 다행히도 좌절했던 쌍곡선함수가 중간고사에 딱 한 문제만 나와서 나머지는 다 풀 수 있었다.

http://ko.wikipedia.org/wiki/%EC%8C%8D%EA%B3%A1%EC%84%A0_%ED%95%A8%EC%88%98
쌍곡선 함수(双曲線函數) 또는 하이퍼볼릭 함수(hyperbolic function)


나머지 과목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제 4학년이다보니까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같은 건 그동안 어디서 주워 들은 게 많아서 새로 공부할 게 아주 많지는 않은데, 이놈의 미적분학은 고등학교 수학을 심화하는 거라서 힘들었다. 교수님이

"여러분 다 1학년이니까 고등학교때 공부했죠? 설명안하고 넘어갑니다." 하면 나는 어떡하란 말이야. ㅠㅠ

교수님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가 7년 됐어요. 군대도 갔다 왔고, 어학연수도 갔다 왔어요. 너무 옛날이라서 기억이 안 나요. 그러자 교수님 하시는 말.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집에 가서 수학 정석이라도 다시 보고 오세요."

그래서 이제와서 싸인, 코싸인, 탄젠트를 보고 있으려니 여간 어려울 수 밖에. 델타, 감마 같은 희랍어도 배우고.


오늘의 교훈. 1학년 과목은 1학년때 끝내자. 1학년 과목을 4학년 와서 재수강하려니까 힘들다.



하여간 오늘 하려는 얘기는, 어제밤에 "더이상은 못해먹겠다!"와 "아니야 그래도 참고 조금만 더 해보자"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이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헬스클럽을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운동이라는 게 적절한 강도가 중요하다. 너무 널널하게 해도 안 되고, 너무 힘들게 해도 안 된다. 딱 "더이상은 못해"와 "그래도 할만한데"의 중간 쯤의 강도로 해야 한다

운동 강도와 심박수

유산소 운동으로 따지면 심박수 135~145 사이.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 있다"와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해야 한다. 하다가 너무 쉽다 싶으면 페이스를 올리고, 너무 힘들다 싶으면 살짝 내리고.

근육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냥 번쩍 들 정도로 가벼우면 운동이 안 된다. 들면 근육이 살짝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과부하가 가면서, 그래도 그 상태로 12회는 지속할 수 있는 무게로 선택해야 한다.

나름 객기부려서 너무 무거운 거로 했다가 4-5번 들고는 휘청거리면, 다칠 수도 있고 다음날 헬스클럽을 못 나올 정도로 심한 몸살이 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들어서 30회씩 들었다 놨다 하면 지구력은 늘어도 근력은 안 는다. 그러니까


1.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운동을 더 이상은 계속할 수 없을 것 같다

1,2 사이에서 반복


어젯밤이랑 똑같잖아.



생각해보면 운동이나 공부나 그게 그거 같다. 공부도 몸으로 하는 거잖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책 들고, 펴고, 넘기고, 쓰고. 먹고, 마시고. 뇌도 육체고, 다 살덩어리, 핏덩어리다.

그래서 공부도 근육을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도저히 더는 못할 것 같은 수준과, 그래도 이 정도면 할만하네 수준 사이에서 왔다갔다 해야 실력이 느는 것 같다.

그러므로 운동이나 공부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강도/난이도 조절인 것 같다.

예전에 내 친구도 영어 단어장을 살 때,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걸 찾느라고 서점에서 한참을 보더라. 너무 어려우면 끝까지 안 보게 되고, 너무 쉬우면 공부하는 의미가 없으니까.



1. 견딜만하다 싶으면 강도를 높이고,
2. 못해먹겠다 싶으면 강도를 낮추고.

1,2를 반복.



만족감, 성취감이라는 측면에서 뇌과학과 통하는 부분도 있고.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514160
만족
도파민(새로운 경험) + 코르티솔(육체적 고통) = 만족

육체적 고통이 동반되야 만족감, 성취감도 생긴다. 아무리 도파민이 나와도 날로 먹으면 허무하잖아. 예를 들어 마약을 해도 도파민이 나오지만 만족스러운 쾌락은 아니다. 힘들게 땀흘려서 고생해서 뭔가를 얻어야 기분좋은 피로감, 뿌듯함, 보람이 들지.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겨라. 느슨하지 않도록 세게,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살살.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4004&article_id=30998
김기덕 - 활
“죽을 때까지 팽팽한 활처럼 살고 싶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123

  • klisty 08/04/21 12:42  덧글 수정/삭제
    저의 경우는 군대다녀와서 공업수학 들을 때, 했던 방법은, 기초는 잊어 먹자, 어차피 계산기로 대충 두드리면 되단, 그리고 모르면 그때그때 책 찾으면서 풀자는 생각으로 풀었는데, 그게 통해서 공업수학 A+맞았다죠. 기초부터 다시 하려면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차라리 그럴 땐 지금 배운걸 이해하고, 거기에 부족한걸 옛날 책을 찾아서 보충하는게 더 빠르죠. ㅡㅡ;; 지금 제어공학이나, 전기기기, 역학같은 문제들 전부 그런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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