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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2011)

13/01/21 04:56(년/월/일 시:분)

Hubris님이 박경철을 의외로 좋게 평가해서, MBN에서 했던 주식투자 강의도 찾아봤고, 이 책 "자기혁명"도 봤다. 근 몇년간 Hubris님을 나도 참 너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듯...

http://seoul.blogspot.kr/2013/01/2013.html
박경철의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읽기 전 그 책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다. 의사가 쓴 금융시장에 관한 글이고, 대중이 많이 산 책이니 질은 평범할 것이란 선입견. 하지만 생각보다 아주 좋은 책이다. 직접 손익을 겪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상당히 꼼꼼히 논증한다. 첫째, 기술적 분석과 기업의 내재 가치분석 모두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통찰’이다. 둘째, 기술적 분석은 미래를 예상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기술적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은 당연하지 않고 논쟁적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학습과 경험에 의해 박경철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래서 그가 꼼꼼하게 그런 주장을 펴갈 때 놀라우면서도(그는 트레이너나 투자자가 아닌 의사다)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그의 주장에 설득되고 동의할지 궁금하다.



"자기혁명"은 서점에 흔하게 널린 자기계발서와 같은 것이지만, 의외로 특별하고 읽을만하다. 당연한 얘기만 하고 쓸데없는 얘기를 안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성공하려면 일단 삶의 자세부터 바꿔라.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일단 의자부터 당겨앉아라. 현재 자기를 되돌아보고 아주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자신을 바꿔나가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흔한 말이지만, 상당히 설득력있고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다.

난 박경철을 보면서 자꾸 안철수가 생각났다. 안철수도 정치에 대해 말할때, 뭔가 번뜩이는 통찰이나 안목을 주진 못했지만, 철저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만을 했는데 그게 참 좋았던 것이다.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과연.

쓸데없는 말 하기로는 JYP 박진영이 최고다. 오디션 프로에서 보여주는 그의 사람보는 안목은 훌륭하지만, 일단 자기 감정에 취하기 시작하면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그냥 "노래를 잘 부른다" "춤을 잘 춘다" 정도로만 말하고 끊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예전에 슈스케2에서 박진영이 장재인에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했는데, 장재인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이게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라면 "장재인의 목소리는 에이미 와인하우스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메이시 그레이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김윤아 같기도 해요. 그래서 장재인씨의 노래를 들으면 나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요" 라고 했을텐데. 나야 음악을 충분히 오래 들었으니까 박진영이 툭툭 던지는 말도 이해하지만, 이제 음악을 막 시작한 장재인이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이런 말을 맥락없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아는 말과 표정을 대단히 아끼고,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런 짧고 신중한 말을 할때마다 그 포스가 느껴진다. 과연 SM에서 힘들게 큰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런 느낌을 안철수에게서 받았고, 박경철에게서도 받았다. 기본에 충실하고, 대단한 말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반듯함만으로도 나는 충분함을 느낀다.


물론 박경철을 책이 아니라 강의로 접하면 다소 까불까불한 면도 있다. 말도 아주 빠르고, 안철수와는 달리 과격한 표현도 즐겨 쓴다. 술도 좋아하고 담배도 많이 필 것 같다. 대입시절 소위 "마감강사"들에게 봐오던 모습이다. 고리타분하고 판에 박은 내용을 전달하는데도 아주 많이 지루하지 않다. 대중강의에 적합한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박경철의 강의를 책보다 좋아한다. 어차피 같은 내용이긴 한데, 훨씬 거칠고 덜 정제되었기 때문이다. 왜 책으로 정리하면서 그런 과격함을 다 걷어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본인의 취향이 고상한 쪽이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MBN에서 했던 시골의사 박경철의 "다시쓰는 기술적 분석" 1화를 보는데, 쉬어가는 코너로 러시아 신고전주의 미술과, 러시아 민요를 소년소녀 합창단이 부른 노래를 틀어주는 것이었다. 2~3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박경철의 고상한 취향에 혀를 내둘렀다.

"자기혁명"에도 "키치"에 대한 혐오가 드러난다. 싸구려 복제품이고 자기 생각이 없는 키치를 경계하라. 분명한 자기 생각을 가지고 그만 좀 베끼라는 맥락은 알겠지만 세상에 키치를 경계하라니!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겠지만 박경철씨는 왠지 소녀시대는 좋아해도 씨스타를 좋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본인의 취향이 보이는 시점이었다. ㅋㅋ


하여튼 결론. 박경철은 안철수처럼 특별한 말을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그가 쓴 자기계발서 "자기혁명"도 대단한 내용이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이미 알만한 평범한 말을 체계적으로 조리있게 잘 말한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자기계발의 핵심은, 엄청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단 의자부터 당겨앉아라. 나도 일단 엉덩이를 바짝 뒤로 밀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쓸데없는 인터넷 서핑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자세의 변화가 자기계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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