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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아이폰의 멀티포인트 터치에 대해

07/01/11 02:56(년/월/일 시:분)

한 번에 여러 포인트를 인식하는 멀티포인트 기술은 사실 1년 전에 개발이 끝난 것이었다. 나도 이미 작년 4월에 이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설레였던 기억이 나네.

http://blog.naver.com/metalbird/20023033509
터치 스크린의 세계

애플과 뉴욕대가 공동 개발한 Multi-point touch (2006년 4월)
두 손가락을 이용한 사진과 구글맵의 확대/축소는 이번 아이폰에 적용된 기술.

위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멀티 포인트 기술은 애플만 특허를 낸 것이 아니라, 미츠비시, 소니, 닌텐도, 삼성 등 수많은 기업에서 달라 붙어서 개발을 하던 기술이었다. 이번에 애플이 좀 무리를 해서 먼저 상품화를 해서 그렇지.

게다가 무려 6개월이나 후에 나올 제품을 굳이 먼저 발표를 한 건, 애플이 맨 처음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많이 무리를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실제로 이번 맥월드에서는 맥이 하나도 안 나왔다. 나온 제품이라봤자 애플TV가 전분데, 이는 대형TV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 많이 팔릴 제품이 애초부터 아니다. 심지어 이번 맥월드에서는 정작 맥이 안 나왔다. 그래서 가까운 시일에 맥이나 아이팟 같이 대중에게 많이 팔릴만한 신제품이 따로 나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발표도 "조만간에 봅시다"라고 끝내기도 했고.

뭐 그거야 그렇고, 컴퓨터 공학도의 입장에서 이번 멀티 포인트 기술은 상당히 흥미롭다. 왜냐하면 이걸 잘만 이용하면 마우스 포인터를 한 컴퓨터에 여러개 띄울 가능성도 보이기 때문이다. 왜 이게 놀라운가 하면,

예를 들어 한 컴퓨터에 마우스를 두개 연결했다고 하자. 요즘에는 USB 마우스를 많이 쓰니까, 얼마든지 2개 이상의 마우스를 연결할 수 있다. 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한 화면에 마우스 포인터가 2개가 뜰까? 천만에! 마우스 포인터는 무조건 하나 뿐이다. 마치 하나님처럼, 절대자처럼 컴퓨터에는 오로지 단 하나의 마우스 포인터만 존재할 수 있다.

와이티 - 디아블로 게임의 진실

그림출처 http://ytsdream.byus.net/

그리고 현재 우리가 쓰는 프로그램도 전부, 마우스 포인터가 하나인 걸 가정하고 만든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이전(Prev)' 버튼과 '다음(Next)' 버튼이 있다면 프로그램은 이 두 버튼 중 하나만 눌릴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 버튼과 '다음' 버튼이 동시에 눌릴 가능성은 애초에 고려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확인', '취소' 버튼도 그렇고.

하지만 만약 멀티 포인터를 허용하면, 그런 상반되는 두 개의 액션이 얼마든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파일을 지우시겠습니까? 물어볼 때 '예'와 '아니오'를 동시에 누를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두 손가락 끝으로! 현재 쓰는 모든 윈도우즈 프로그램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한 화면에 마우스 포인터가 단 하나만 뜨는 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쓰고 있지만, 사실 이건 문제가 많다. 이상하게 생각하면 충분히 이상하다. 아니 왜 다른 것들은 다 멀티로 돌아가면서, 왜 마우스 포인터만 싱글로 돌아가는 걸까?

이것 때문에 컴퓨터가 느려진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예전에 어떤 PC잡지에서 마우스 포인터를 빨리 움직이면 컴퓨터 전체적으로 모두 같이 빨라진다는 얘기가 있어서, 똑같은 작업을 20분씩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을때와 빨리 움직일때를 비교해서 벤치마킹을 했다. 그랬더니 미묘한 차이지만 실제로 10% 미만의 성능 향상이 실제로 있었다.

그건 아마도 Event-driven 방식의 문제로 보인다. 현재 윈도우즈 환경은 사용자의 입력이 있을 때까지 프로그램을 멈추고 기다린다. 그래서 단순히 마우스 포인터를 이동하는 것에도 약간의 딜레이가 조금씩 생기는 모양이다. 이것 또한 애초부터 마우스 포인터를 멀티로 돌리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물론, 현재 쓰는 멀티 포인트 기술은 그저 마우스 제스처로 동작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미 2002년부터 아이폰과 거의 같은 컨셉의 PDA폰을 쓰고, 2006년에는 태블릿PC를 충분히 써 온 나로서는, 마우스 제스처로 동작하는 것이 하나도 신기하지 않다.

삼성 M330. 전면 LCD에 터치 키패드는 물론, 왼쪽 측면에 있는 버튼 세개까지 아이폰과 똑같다.


1년간 대학 강의 듣는데 써봤던 태블릿PC. MS에서 차세대PC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애플에서 복잡해지는 걸 감수하고 멀티 포인트를 굳이 쓴 이유는, 한 손가락으로 하는 마우스 제스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좁은 화면에서 스타일러스 펜을 쓰지도 않으면서 PDA폰(스마트폰)의 그 많은 기능을 다 쓸 수 있으려면, 다소 숙련이 필요할 정도로 사용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심플하고 단순하고 우아한 노선을 어느 정도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아이폰도 사실 지금까지의 애플답지 않게 매우 복잡했다. 물론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단순할 편일지는 몰라도, 아이팟과는 달리 일반 대중을 향한 메이저 기기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1% 소수의 마이너 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기대는, 이왕 복잡해지는 김에 멀티 마우스 포인터를 지원하면, 지금까지의 윈도우즈 체계를 뒤엎을, 완전한 멀티 태스킹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텐데, 하는 것이다. 아니 뭐 굳이 애플이 아니더라도 이쪽 기술은 수많은 기업들이 연구하고 있으니까 다른 쪽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겠지. 문제는 누가 상품화를 먼저 하느냐 하는 정도의 문제일 것이다.

결론. 이번 아이폰에서 가장 독창적인 기술은 멀티포인트 터치이며, 다른 기업에서 이를 따라잡을 여지가 있는 것 또한 멀티포인트 기술이다. 나는 이 분야가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10

  • 황진사 07/01/11 07:24  덧글 수정/삭제
    그렇군..
    슬그머니 멀티포인팅 기반의 애플타블렛을 기대해본다..
    • xacdo 07/01/11 15:44  수정/삭제
      음.. 애플은 의외로 보수적인 회사라서, 멀티포인팅이 아니라 그냥 태블릿PC도 안 나올 것 같다. 잘 안될 것 같으면 아예 발을 안 담그거나, 금방 빼더라고. 뉴튼이 그랬지.
  • 컴학도 07/01/11 07:38  덧글 수정/삭제
    우연히 싸이트에 들렀는데요.
    재미나게 글을 쓰시네요.
    관심분야도 비슷하고 많이 작도님 불로그 방문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 공학에 아직 도전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하신가요?
    순수 컴퓨터 공학 측면에서 볼때, 요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Ontology와 Tagging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Web2.0트랜드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유비쿼터스 환경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기술정도가 큰 줄기인 것 같습니다.
    작도님께서는 두 개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보리라 보싶니까? 또한계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작도님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관심있어 하신가요?
    제생각엔 앞으로 컴퓨터 공학이 학문이나 연구적인 관점에서는 도전해서 성과를 이룰 일들이 그리 많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다만, 현재 기술의 융합이나 재미삼아 갖고노는 응용으로서 새로운 비드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수단으로서는 매우 휼륭하리라 봅니다.
    예를 들면, 요새 구글이 참 무섭지요. 구글이 모든 서비스를 웹을 통해서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내가 모든 시스템자원(저장소, 테스크처리)등을 제공해줄께"라고 말하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치죠. 최종 목표는 아마 윈도우즈 OS의 대체라는데, 정말 그럴 수 잇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온 YOUOS나 GOOGLEOS같은 걸보면, 클라이언트쪽에서 정말 OS가 지원하는 써비스가 미천할것 같습니다.
    한국의 "QBOX사이트" 가보세요. 다운받아 설치하면 에뮬레이터 같은게 나오는데, 이게 모바일기기에 탑재되면 그리고 구글의 검색엔진과 결합한다면, 클라이언트쪽 로컬에서 음악파일을 검색하고 저장 로딩 시켜주는 OS가 하는 역할들은 웹에게 뺏겨 점점 축소되겠죠.
    그리고 음반협, 특히 박진영 씨가 열받아 할 거 같아요.
    QBOX가 싸이나 다음네이버 블로그에 배경음악을 로딩 한거니 저작권을 낼수가 없죠.. 개발자도 모르고
    누구를 탓할가요.
    이거 소리바다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거에요
    결국 firmware만 잇고 OS는 사라질것 도 같습니다.

    근데 이런 것들이 다 학문적으로 새로운 논문이 나왔거나 처음 시도한 것 기술들은 아니죠.
    이미 나와있는 기술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적절하게 적용하느냐 했던 거에요.
    이런 걸 보면서 느낌니다.
    컴퓨터 공학은 신변잡기가 아닌지.

    참고로 멀티 마우스 포인터는 MIT의 미디어랩에나 MS의 EASYLIVING같은 유비쿼터스 환경 관련 프로젝트 에서 5년전에 이미 대학원생들이 시스템 레벨에서 커널코드들을 장난삼아 고쳐, 선보였던 기술같아요. 그냥 심심해서 한거에요. 상품화를 위해 기업에서 이제 달려든거죠.

    • xacdo 07/01/11 12:56  수정/삭제
      웹 2.0은 현상일 뿐입니다. 저널리스트가 만들어낸 말에 불과해요. 그냥 그건 트렌드에요.

      앞으로의 경향은 예전에 밝혔듯이 기술이 주가 아닐 겁니다. 디자인, 사용성, 사용자 친화적 환경 등, 깊이를 잃고 본질보다는 전시성에 주목할 겁니다. 또한 트렌드의 회전이 빨라지면서 궁극적으로는 무 트렌드, 탈 트렌드에 다다를 겁니다. 공허함이 트렌드가 되는 거죠.

      http://xacdo.net/tt/index.php?pl=592
      기술의 발달이 깊이를 잃게 한다
    • 컴학도 07/01/12 02:37  수정/삭제
      전시성이라....
      결국 컴퓨터공학에서 최근의 대세가
      HCI란 말인가......
  • 컴학도 07/01/11 07:49  덧글 수정/삭제
    참 블로그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컨텐츠는 참 흠미롭네요.
    멋지게 사시는 것 같아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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