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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매우 힘들지만 결국에는 잘될꺼야

15/03/11 04:19(년/월/일 시:분)

- 체력

기술사 공부한다는 핑계로 운동을 1년 가까이 거의 안했더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아내와 동생이 특히 허벅지가 얇아졌다고 해서 꽤 충격을 받았다. 쉽게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당연히 해답은 운동이었지만, 꼼짝도 하기 싫은데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 만성피로일수록 운동으로 풀라는 뉴스 기사를 보면서 혀를 찼다. 왜 인간은 이 따위로 만들어져서 나를 괴롭히나...

더욱 어려운 점은, 무리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작년 초에도 수영을 시작하다가 어깨 회전근을 다쳐 거의 3개월을 한의원을 다녔고, 결국 그 후로 수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니 고작 1주일에 1시간, 그것도 25m짜리 트랙을 고작 10번 왕복하는 정도였지만, 그 마저도 나에게는 3개월을 앓아 누울 정도로 과분한 양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한시간씩 조깅을 하는데,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서 더 달릴 수 있겠다 싶으면 오히려 일찍 운동을 끝낸다고 한다. 그렇게 체력을 아끼지 않으면 갑자기 무리를 할 수 있고, 매일 꾸준히 할 수 없다. 마치 가축을 부리는 것처럼, 천천히 조심조심 달래가며 시키지 않으면 금방 탈이 난다.

일단 내가 잡은 운동은 실내 자전거 5km. 고작 5~7분이면 할 수 있는 적은 양이다. 그것도 매일이 아니라 1주일에 4회로 잡았다. 절대 오버페이스 금지! 최소한만 꾸준히 하자!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내 성격상 또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 지난 토요일 무한도전을 보며 11km를 죽어라 달린 끝에 온 몸이 땀범벅으로 되버렸다. 고작 20분 운동으로 근육통을 앓고 있다. 쑤시고 지끈지끈하다. 아이고 사람살려.


- 국제시장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봤다. 아내는 평소 꼰대 아저씨 정서를 너무 싫어해서 이 영화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렇게 함께 즐겁기 어려운 영화는 따로 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나도 꼰대 정서는 싫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건 이산가족 상봉 장면 때문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이산가족만 보면 눈물이 난다. 그냥 우는 것도 아니고 펑펑 운다. 그 처음은 KBS 다큐멘터리를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영어로 본 때였는데, 뭐랄까 외국인의 눈으로 봐도 우리나라의 이산가족은 정말 객관적으로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산가족과 외국인의 시선. 이 두가지 코드가 정통으로 맞아떨어지자 나는 역시나 예상대로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영화를 이성적으로 볼 정신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아버지가 살아온 한국의 근현대사는 정말 미친 시대였다. 세상에 이런 시대가 없었다. 뭔가 하려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고, 목숨을 건 만큼 엄청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시대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그 시대를 꿋꿋하게 이겨내고 살아온 그 행운과 수고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나는 행복합니다" 윤항기 목사님이 6.25때 전쟁고아로 고생했는데,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서 덜덜 떨며 자고 일어나면 청계천에 얼어죽은 송장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그런 지옥에서 살아남은 분들이 우리의 아버지 세대다.

http://youtu.be/pOYc6TeOhb8
청계천 거지 생활, 윤항기&윤복희 남매

물론 공과가 있다. 공도 크고 과도 크다. 이룬 것도 많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한참 더 멀다. 하지만 적어도, 정말 고생하셨고 수고하셨다고 위로의 말씀은 드리고 싶다. 이 영화가 비록 어르신들을 위한 환타지이지만, 그것으로 잠시라도 마음이 편해지신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환타지는 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플러스 광고에도 나오는 장면. "니 내랑 와 결혼했는데?" "이쁘니까 결혼했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이렇게 뻔뻔하고 직설적으로 사랑 표현을 하실리가 있으신가... 정말 환타지다.


- 아이패드 에어 2

기술사 공부하다보면 프린트 출력을 많이 한다. 책으로 공부하면 좋을텐데, 그러기엔 IT 지식이 너무 빨리 바뀌어서 따라갈수가 없다. 보통 책이 7~8권 하면, 그 중에 30% 정도는 6개월마다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별도로 노트를 만들어 정리한다.

그게 손으로 쓰면 참 좋을텐데, 나는 손으로 쓰는 걸 정말로 싫어해서 결국 이번부터는 워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마지막에 총 3500페이지가 넘어갔다. 이걸 프린터로 출력하자니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보통 이럴때 기술사 공부하는 분들이 선택하는 건 둘 중 하나.

1. (보통 대학교 앞에 있는) 출판사에 맡겨서 제본한다
2. 태블릿에 넣고 본다

그래서 아이패드 에어 2를 샀다. 나로서는 처음 써보는 애플 기기였다. 역시나 대단히 우아했다. 한정된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했다. 답답한 점도 많았지만, 단순히 PDF파일을 넘겨보기에는 이 이상 좋은 기기가 없었다.

갤노트로도 봤고, 크레마(전자잉크)로도 봤고, 태블릿PC(바이오탭)로도 봤지만, 역시나 아이패드로 보는 것 만큼은 못했다. 가독성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엄청 빨리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 넘기는 수고까지도 덜어줬다.

...근데 기술사 시험이 끝난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아이패드를 거의 전자책 보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책 보는 이외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 솔직히 다른 건 그냥 조그만 스마트폰 화면으로 봐도 크게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태블릿의 문제다. 클리앙의 많은 분들도 아이패드를 사놓고 거의 쓰질 않는다. 나처럼 책을 보지 않는 한, 굳이 그렇게 큰 화면이 필요가 없다. 갤노트 정도의 패블릿 사이즈만 되도 충분하다. 인터넷을 보건, SNS를 하건, 게임을 하건 어찌어찌 다 된다.

반대로, 책을 보기에는 패블릿도 작다. 5.5인치 갤노트2로 기술사 자료 보다가 눈 빠지는 줄 알았다. 눈이 정말 피곤하고, 가독성도 매우 떨어진다. 그냥 어떤 내용이 적혀있나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 이상은, 긴 시간 독서가 매우 어렵다.

그러다보니 내가 산 128기가짜리 아이패드 에어 2는 무려 84만원짜리 초고가 전자책 기기가 되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써 본 그 어떤 전자책보다도 가독성이 뛰어나지만, 이 가격을 주고 사기에는 솔직히 지나치게 비싸다. 나처럼 정말 책을 아주 많이 보지 않을 거면, 태블릿이 과연 필요할까 싶다.

* 근데 내가 갤노트2를 2년동안 쓰다보니 작게 느껴지고 더 큰것을 원한 것처럼, 아이패드 에어도 한 6개월 쓰다보니 작게 느껴진다. 앞으로 나올 아이패드 프로가 화면이 더 커진다던데(루머), 나처럼 책 많이 보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필요가 있을 것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19

  • dawnsea 15/03/12 00:50  덧글 수정/삭제
    저희집 아이패드는 뽀로로 머신입니다.^^ 요즘은 범위를 확대해서 다른 것들도 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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