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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버지 뇌경색

08/07/11 10:24(년/월/일 시:분)

오션월드 비발디파크에서 신나게 놀고 나서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입원하셨다는 어머니의 문자 메시지가 와있었다.

동생의 증언.
아침에 아버지가 평소처럼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약국에 나가시는데
디지털 도어락을 열지를 못하시는 거다.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되는 걸 열지 못해서 건전지 케이스를 다 뜯으셨다.
게다가 바나나에 고추장을 발라서 발로 밟으셨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도 확인을 못하고 자꾸 카메라 기능을 켜셨다.
그런데도 자동차로 출근하려고 하셔서 동생이 차키를 주머니에 숨기고
병원 응급실에 전화해서 앰뷸런스를 불렀다.

원인은 뇌경색. 긴급히 heparin을 투여했지만 CT와 MRI를 촬영해보자 1/3이 손상된 후였다. 다행히도 우뇌쪽이 손상되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보통 좌뇌는 감성, 우뇌는 이성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뇌쪽이 손상되었으니 아버지께서는 완전히 감정적이 되셨다. 치매 증세처럼 단어, 사람 이름을 잘 떠올리지를 못하셨고, 빨리 퇴원해야 된다고 고집을 피우셨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워낙 힘이 좋아서, MRI 촬영때는 진정제를 투여하고도 몸을 묶는다는 동의서를 써야 했다.

http://blog.naver.com/spellpucca/10028720642
뇌경색


뇌경색은 흔한 병이다. 이미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으셨다. 이러다 혈전이 심장에 막히면 심장마비가 되는 거고, 뇌에 막히면 뇌경색이 되는 거다.

그런 흔한 병이 나의 아버지에게도 닥쳤다. 이미 여러차례 암수술을 하셨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조만간에 항암치료를 시작할 예정이었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긴 했지만 뇌경색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평소에도 고집이 세고 타협이 안되는 성격이었지만, 우뇌 손상으로 더욱 심해졌다. 나는 이제 곧 죽을 운명이라고, 그걸 내가 안다고, 어서 빨리 퇴원해서 싼 동네 병원으로 옮겨야 된다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화를 내신다. 빨리 신발 가져오라고, 옷 가져오라고, 왜 안 가져오냐고, 완전 7살 먹은 애처럼 계속 떼를 쓴다.

물론 아버지의 상태는 심각하지 않다. 단지 이성을 잃으셨을 뿐이다. 앞으로 짧게는 2주, 길게는 3달 정도 지켜봐야 알겠지만, 처음에 응급조치를 빨리 취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에 비해서 손상이 덜한 편이고, 우뇌 손상에도 불구하고 몸의 좌반신 마비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특히 아버지는 워낙에 삶의 의지가 강한 분이고 기초체력이 좋으셔서 치료도 잘 받으셨다.

이틀만에 일반 병실로 옮겼고, 퇴원도 빠를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집에서 아버지를 부양하는 것 정도다.


이젠 내가 가장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279

  • 추유호 08/07/11 13:38  덧글 수정/삭제
    애독자입니다.
    아버지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ho 08/07/11 15:15  덧글 수정/삭제
    힘내세요.
  • 조프 08/07/11 16:02  덧글 수정/삭제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 정시퇴근 08/07/11 17:23  덧글 수정/삭제
    빠른 대응으로 몸의 마비가 거의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뭘 몰라서 눈뜨고 멍하니 당했던 우리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힘내십시오. 힘내십시오.
  • kabbala 08/07/11 17:28  덧글 수정/삭제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 게렉터 08/07/11 23:15  덧글 수정/삭제
    종종 블로그 글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부디 아버님 머지 않아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힘내십시오.
  • Dozen 08/07/12 00:59  덧글 수정/삭제
    하루빨리 완쾌되시기를 빌겠습니다
  • rogue 08/07/12 03:45  덧글 수정/삭제
    어제보다 더 기운내세요.
  • RAPEL 08/07/18 19:05  덧글 수정/삭제
    아하.... 계속 글만 보던 사람인데요.
    좋은 아버짐 퀘차 하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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