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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명상 캠프를 다녀왔다

15/09/07 01:33(년/월/일 시:분)

회사에서 잔특근 집중자에게 명상 캠프를 보내줬다. 요즘 업무가 바뀐 후로 야근은 물론 주말 출근도 많이 했는데, 나름의 보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이번에 맡은 업무는 매우 스트레스가 컸고, 날이 갈수록 마음에 화가 쌓여갔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어서 억지로 매달렸는데, 그게 세달 정도 쌓이니 성격이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내 마음의 기본값이 변경되는 것 같았다.

우리 뇌는 자주 쓰는 쪽으로 강화되고, 잘 안 쓰는 쪽으로 약화된다. 매일 화내면 더 잘 화내게 되고, 차분한 시간이 적을수록 점점 더 차분해지기 어려워진다. 내 마음의 기본값이 사는 방식대로 보정이 되는 것이다.

명상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것이다. 가부좌를 틀기 어렵다면 양반다리를 해도 좋고, 눈을 감기 어렵다면 뜨고 해도 좋다. 바닥에 앉기 어렵다면 의자에 앉아서 해도 좋고, 시간이 없다면 버스에 타는 동안 해도 좋다. 어찌됬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컴퓨터를 부팅하는 1분 동안이라도 명상은 가능하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너무 편안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잠들어버리거나 멍해져버린다. 이 시간 또한 뇌가 장기기억을 강화하는 소중한 시간이나, 이것은 과거 경험에 관한 것으로 현재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명상은 과거 또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잡념을 지우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최대의 집중력을 얻는 것이다. 칠판지우개로 칠판을 지우듯이, 디스크 조각모음을 하듯이, 메모리 킬러를 돌리듯이 뇌를 최적의 상태로 청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 몸에 적절한 긴장을 줘야 한다. 최대한 바른 자세로, 꼼지락거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뇌가 내부 /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도록 감각을 차단하고 모든 동작을 정지한다. 그리고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가만히 모니터링한다.

처음엔 1분, 그 다음엔 3분, 좀 된다 싶으면 5분 10분 차츰 늘려간다. 몸에 통증이 없고 익숙해진다면, 난이도를 높여 더욱 온 몸에 적절한 긴장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자세로 바꿔간다.

명상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은 과거의 안타까움이나 미래의 불안함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내 상태에 집중하는 것이다. 명상은 내 감각을 가장 낮은 상태로 칼리브레이션하는 것이다.

그렇게 짧은 시간 명상을 하고 눈을 뜨는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준비가 된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에 내 마음을 온전히 바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명상을 하고 TV를 봐도 훨씬 재밌다. 완전 몰입됨.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34

  • cancel 15/09/13 01:08  덧글 수정/삭제
    떠오르는 생각 모두를 억제하지 않고 그저 그 생각들을 아무런 판단 없이 바라보며 쫓지 않고 사라질 때까지 천천히 마음의 모든 생각들을 관조하는 위빠사나 (마음챙김)명상 같은 것도 있는데, 제가 주로 하는 명상입니다. 어떤 형태의 명상이든 그 다음의 행동과 삶 전반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하고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명상을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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