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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비싸고 몸에 좋은 식생활 vs. 저렴하지만 몸에 나쁜 식생활

10/04/02 12:41(년/월/일 시:분)

재래시장에서 엄마가 딸에게 라볶이를 먹이는 걸 보았다.
TV에서 박스줍고 막노동으로 근근히 일하는 가정에서 저녁으로 라면과 김치를 먹는 걸 보았다.

그들은 뚱뚱했다.


미국에서 으리으리한 피트니스 클럽에 차를 끌고가서 운동하는 대학생을 보았다.
코치 핸드백을 시장바구니처럼 쓰며 건강식을 담는 여자를 보았다.

그들은 뚱뚱하지 않았다.



미국 할렘 흑인거리에서 무척 기름지고 짜고 저렴한 소울 푸드를 먹었다.
많은 흑인들이 비만이었다.

할렘에서 가까운 콜럼비아 대학교의 학생 식당은 한 끼에 무려 15달러였다.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과일, 채소, 고기 등을 뷔페 식으로 제공했다.


일본 아키하바라 오타쿠들 틈바구니에서 290엔짜리 매우 짜고 양이 많고 저렴한 규동을 먹었다.
아키하바라에서 가까운 우에노 시장에서 참치 초밥을 먹었는데 조금 비쌌지만 매우 맛있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책을 읽고
수퍼에 가서 햄/소세지 코너를 보았다.

어떤 것은 100g에 천원짜리도 있었고
100g에 이천원, 삼천원 짜리도 있었고
100g에 팔천원 짜리도 있었다.

이 중에 어떤 것이 건강에 더 좋을까?
답은 쉽다. 비싼 게 몸에 좋다.



라면을 생각해보자.

라면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귀중한 식품이었다.
그때는 물론 현재까지도 라면은 가격 당 칼로리가 가장 높은 식품이다.

싼 값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소세지도 마찬가지다.

분홍색 퍼석퍼석한 소세지, 값은 싸면서 길쭉해서 한참을 먹을 수 있었던 그 싸구려 소세지.
그 소세지의 주성분은 당연하지만 고기가 아니다. 대부분 전분이고 얼마 안되는 단백질마저도 대부분은 어묵이다.
이 제대로 뭉쳐지지도 않는 전분가루와 잡생선가루를 뭉치기 위해서 식품첨가물을 넣고, 색깔을 넣고, 맛을 낸다.

마찬가지로, 싼 값에 배를 채울 수 있다.



건강하게 먹으려면 돈이 든다.
몸에 좋은 음식은 비싸다.

틱낫한은 책 '화'에서
좋은 음식을 먹어야 화도 안 난다고 했다.

그럼 가난하면 어떻게 좋은 음식을 먹냐고 하자,
가난하면 좋은 음식을 조금만 먹으라고 했다.


비싸니까 조금만 먹으라고.

아... 경제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복지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안타까운 탄식이 나올 말이다.



오늘 건강식을 잔뜩 쇼핑하고
장바구니에 20만원 어치가 결재를 기다리는 것을 보면서

야 나도 참... 식생활의 사다리를 높이도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이 밑에 있겠구나... 20만원이면 천원짜리 라면이 200개야.

라면 30주 vs. 건강식 2주. 가격 대 열량이 15배 차이난다.
아마 영양도 그 정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건강식을 먹으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변이 잘 나오고, 혈색이 돌고, 피부가 좋아진다.

반면 라면, 과자를 먹으면
많이 먹어도 배고프고, 변은 잘 안 나오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여드름이 난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 생활 수준이 달라진다.



나는 요즘 음식의 맛에 관심이 별로 없다.
영양에 관심이 있다.

맛은 잘 모르겠다. 식품첨가물만 잘 쓰면 가상 음식처럼 맛을 그럴싸하게 낼 수도 있고.
건강식이라도 내놓은 것들이 푸석푸석하고 맛 없는 것들도 많고.
맛이 꼭 가격과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영양은 가격과 비례하는 것 같다.
비싸다고 다 영양이 풍부한 건 아니지만, 영양이 풍부한 음식은 반드시 비싸다.

결국에는 돈이다. 건강은 돈이다.


나는 돈이 없어서 대충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라면을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가끔 생각나서 맛으로 먹는 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985

  • 괴물 10/04/02 13:13  덧글 수정/삭제
    솔직한 글이네요
    맛도 생각하게되면
    더 많은 돈이 들꺼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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