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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스토리

아무것도 없는 소설

08/11/27 13:08(년/월/일 시:분)

휭. 바람이 분다. 먼지가 날린다. 고무줄이 나무에 걸려있다. 나뭇가지에는 곳곳에 겨울눈이 생겼다. 물컵에는 물이 담겨있다. 비닐봉지가 걸어다닌다. 담장에는 녹이 슨 철조망이 걸려있다.

그런데 색종이가 분홍색이다. 이불은 체크무늬다. 책상에 핸드폰이 놓여있다. 창 너머로 아파트가 보인다. 그리고 A는 B다. 혹은 C는 오렌지다. 아니면 ref가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추운 편이다.

사람이 없다. 주어가 없다. 배경이 없다. 전개가 없다. 모든 것을 제거하고 소설을 써 보려고 해도 단 한가지 없앨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문체다. 글에서 글을 없앨 수는 없다. 글을 쓰고, 글을 읽는다.

소설을 읽는다. 소설에는 글이 쓰여 있다. 글은 의미를 나타낸다. 의미는 자동차가 지나간다. 차가운 느낌이다. 화가 난다. 울고 싶다. 보살펴준다. 대략 190g이다. 상승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숙제를 해야 한다.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다.

의미는 관계에서 온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 글과 글이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슁쉥이면 퓍풱이다. 슁쉥이 퓍퐥하거나 슁쉥-퓍풱하고 슁쉥⊆퓍풱 또는 슁쉥♡퓍풱하면 의미가 생긴다.

여기에는 전기가 흐른다. 화면에 표시된다. 키보드를 두드린다. 휠을 돌린다. 저장된다. 읽어온다. 해석한다. 보여준다. 본다. 이해한다. 생각한다. 행동한다. 명령한다. 글은 궁극적으로 명령이다.

글을 읽어서 영향을 받는다. 글을 써서 영향을 미친다. 설령 글이 아무 것도 아니더라도 이것은 가능하다. 무엇을 영향을 받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어나 목적어가 없어도 동사 만으로도 충분하다. 글은 사람을 움직인다.

움직인다. 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마우스 휠을 움직인다. 뇌세포를 움직인다. 생각을 움직인다. 시간을 움직인다.

자, 다시.

움직인다. 생각한다. 감동한다. 이해한다. 사랑한다. 웃는다. 운다. 화낸다. 소리친다. 붙잡는다. 흔든다. 친다. 간다. 본다. 만난다. 말한다. 오해한다. 깨트린다. 죽인다. 움켜쥔다. 먹는다. 싫어한다. 질투한다. 산다. 판다. 온다. 간다. 안다. 한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한 숨을 돌린다.

글은 언제나 갑자기 시작하지만, 갑자기 끝나지는 않는다. 300페이지 책이라면 300페이지에서 끝날 것이고, 인터넷이라면 스크롤바가 끝날 것이다. 모든 글은 반드시 끝나고, 독자는 끝나는 시점을 예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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