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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꼼수의 헛점

12/03/06 01:43(년/월/일 시:분)

나꼼수를 비키니 사건 이후로 안듣다가, 간만에 나경원 기소청탁 건으로 들어봤다. 사과 안하는 건 자존심만 센 남중딩같고, 선관위 디도스는 김어준이 잘못 짚은 것 같고, 기소청탁은 본인들이 살려고 터트린것 같다. 전투력은 여전히 강하지만 헛점도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1. 나꼼수 비키니 사과 사건

나도 이게 사과할 건인가? 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 안 하고 버티는 건 너무 소인배스럽다. 그렇게 따지면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림보에게 공격받은 대학생 플루크에게 유감을 표현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가 않고, 아델이 브릿 어워드에서 수상소감 발표 중에 제지당해서 손가락 욕 한 것에 대해 영국 방송이 사과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때론 사람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에 사과할 필요가 있다. 정봉주가 말했듯 사과는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김어준 본인은 산적같은 외모와 달리 의외로 여성의 마음을 읽는데 능하면서도, 정작 이런 부분에서는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 왜일까? 혹시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건 아닐까? 그냥 자기 입으로 사과하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한국처럼 사과에 관용적인 문화에서, 설령 잘못해도 사과만 하면 다 용서해주는데, 잘못도 안했는데 사과까지 하면 더 호감가는 걸 모르나?

이런 부분에서는 지금 정봉주가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정봉주는 영리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렇게 마음이 좁지는 않은데 말이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5537328
극우 림보 막말…오바마에 女표심 `넝쿨째'

http://blog.naver.com/montyarei/150132627124
아델, 브릿 어워드에서 손가락 욕을?!

http://blog.naver.com/dima0306/50133645983
정봉주 사과 편지 전문


2. 선관위 디도스 사건

나꼼수 김어준은 선관위 내부의 DB서버를 끊었을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게다가 LG 엔시스의 보고서를 근거로 드는데, 그것도 잘못됐다. 현직 IT 운영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듣고 있기 괴로웠다.


첫째로 DB는 안 죽었을 것이다. 김어준 말대로 설정이나 프로그램에서 쉽게 끊기도 어렵다. LG 엔시스 보고서에도 DB나 WAS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나온다.

내가 보기에는 김어준이 90년대 후반 딴지일보를 운영하던 경험에서 나온게 아닐까 싶다. 운영인력이 미숙한 경우 간혹 DB 연결이 안될 수는 있는데, 대부분은 DB나 WAS의 문제라기보다는 웹 프로그램 단의 문제다. 그걸 개발자가 면피용으로 DB 연결이 끊어졌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이고, 엄밀히 따지면 DB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메모리 누수인데, 이것은 개발자의 잘못이다. 보통 WAS를 재시작하면 일시적으로 해결되기에, 선관위에서도 일단 재시작을 해봤던 거고, 그런데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메모리 누수는 차곡차곡 쌓여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서버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그렇게 금방 즉각적으로 오류를 만들어낼 수 없다. 특히나 재시작 직후에는.

아니면 DB 커넥션을 습관적으로 안 닫아줄 경우에는 WAS를 재시작해도 먹통이 될 수 있는데, 이 때는 DB 리스너를 재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DB 단은 iBatis 등의 DB 추상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면 문제가 안 생기고, 설령 생겨도 DB 로그가 남는다. 그런데 LG 엔시스 보고서에는 이런 로그가 없었다고 나온다.


둘째로 왜 KT 회선을 차단했냐 하는 건데, 이건 KT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꼼수는 선관위 서비스 제공을 차단하기 위했다고 주장하지만, KT의 입장에서는 사이버 공격을 차단하여 선관위 서버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이번 공격은 다행히도 단순한 디도스 공격이었지만, 만약 이보다 악의적인 공격이었다면 심한 경우 내부 서버가 손상될 수 있고, 내부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 물론 회선을 차단한 것이 최선책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방어적인 대응책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KT 회선을 차단하면 LG 회선으로 100% 우회하기 때문에 공격 차단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꼭 그렇지는 않다. 라우터 간의 연결 정보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전파되지 않는다. 게다가 LG 회선의 라우터는 BGP를 사용했는데, 이는 주기적으로 정보를 갱신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BGP가 다운까지 되었다고 하니, 우회가 잘 안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서비스 장애가 심해지긴 했지만, 적어도 방어 효과는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적어도 LG 엔시스의 보고서 자체는 논리적인 오류가 없다. 게다가 진중권 말대로, LG엔시스 입장에서 방어적으로 작성했을 텐데 그걸 근거로 의혹을 제기할 꺼리가 있긴 할까?

http://www.peoplepower21.org/870457
참여연대, LG엔시스 작성 <재보궐선거 서비스장애 분석보고서> 공개

http://www.ddanzi.com/blog/archives/70020
10.26 부정선거 선관위 자료에 대한 추가 분석



3. 나경원 기소청탁 사건

이건 나경원 남편 기소청탁 사건이라기보다는, 박은정 검사 실명공개 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 확실히 언론에 화제가 되었고, 나경원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나꼼수의 전투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나꼼수 김어준이 과연 박은정 검사를 위해서 실명공개를 했느냐 하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박은정 검사 본인은 이 건이 검찰 외부로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던 것 같고, 하지만 주진우 기자가 구속되는 건 막고 싶고, 어디까지나 검찰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굳이 나꼼수가 실명공개를 한 이유는 나꼼수 본인을 위해서다. 그래서 싸워서 이길 힘을 얻기 위해서다. 나는 이것이 다소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살기 위해 자기 편 중 하나를 희생한 것이다. 많이 치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약간 치사하긴 하다.

이것이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나꼼수의 이면이며, 이런 점은 구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 오로지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전투력은 얻었지만 인간성을 잃었다.

http://blog.ohmynews.com/litmus/176003
'기소청탁' 사건의 아주 건조한 시나리오 - 진중권


나는 이것이 흔히 진보진영이라고 부르는 진영의 장점을 희석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김대중이 위대한 이유는 적을 용서했기 때문이다.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이들을, 권력을 잡은 후에도 숙청하지 않았다. 전부 용서하고 포용했다. 그래서 노벨 평화상을 탄 거다.

그때 용서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그때 적들이 살아남아서 여전히 이쪽 진영을 괴롭히고 있지만, 전투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전보다 훨씬 덜 악랄해졌고, 덜 치사해지고 조금 더 인간적이 되었다.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꼼수는 분명히 헛점이 있고, 이를 메꿔줄 사람이 필요하다. 잘은 모르지만 정봉주가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서로 많이 싸웠을지도 모르겠다.

정봉주가 없는 지금, 어쩌면 그 빈자리를 진중권이 채워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원하는 바가 달라서 많이 부딪치기는 하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둘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둘 다 뭔가 구린 냄새를 잘 맡는다. 그리고 냄새를 맡으면 집요하게 파고든다. 김어준은 엔터테인먼트로 포장해서 전달하고, 진중권은 치밀한 논리로 포장해 전달한다. 하지만 둘 다 그 시작은, 어디까지나 냄새다. 그것은 직관의 영역이다. 그 점이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가끔 틀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직관은, 틀릴 걸 감수해야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김어준에게는 진중권에게 있는 방어적 기제가 없다. 틀렸을 때 치명적이다. 틀렸을 때 사과도 하고 변명도 하고 재기도 해야 할텐데, 나꼼수 김어준에게는 그런 게 없다. 어디까지나 한방이다. 그만큼 사람들을 발끈하게 만들어서 움직이는 재주가 있지만, 그만큼 사람들을 확 실망시켜서 마음이 멀어지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어쨌든 먼 발치에서 약하나마 동지의식을 가지고 있긴 한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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