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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06/01/09 09:47(년/월/일 시:분)

Microsoft Windows

마이크로 소프트의 가장 큰 미덕은 이 캐치프레이즈에서 드러나지 않나 싶다. "윈도우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 어떻게 보면 꿈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MS는 실제로 이런 회사다. 어떤 것도 포기하려 들지 않고 모든 것을 이루고 싶어하는 대단히 욕심이 많은 회사다.

애플의 예를 들자. 애플의 철학은 iPod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MP3 플레이어와 달리 아이팟은 라디오나 녹음이나 다양한 포맷의 지원 등의 부가기능이 전혀 없는, 단순한 MP3 플레이어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건이다. 아이리버나 거원이나 삼성처럼 온갖 잡다한 기능을 집어넣고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란 회사가 한정지은 테두리 내에서만 동작하게 되어 있다.

애플 매킨토시도 마찬가지다. 인텔의 CISC와 달리 애플은 RISC다. 애플은 뺄건 빼고 포기할 건 포기할 줄 아는 회사다. 덕분에 빠르고 뛰어나며, 군더더기가 없어서 우아하고 세련됐다. 서버 기능도 없고 게임도 잘 안 되지만, 될 부분은 확실하게 잘 된다.

하지만 MS는 다르다. MS는 그 어떤 것도 윈도우즈에서 돌아가도록 만든다. 서버 기능과 클라이언트 기능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고, 게임, 그래픽, 프로그래밍, 동영상 등등. 리눅스나 매킨토시라면 그냥 포기해버릴 세세한 부분까지도 전부 돌아가게 만든다.

여기서부터 MS의 문제가 시작된다. 이렇게 욕심 많은 회사는 MS 말고도 많았다. 하지만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MS의 다른 점은 이렇게 큰 욕심을 실제로 이루어낸다는 점에 있다. 비록 항상 삐걱거리고 늦고 엉성하지만 어떻게든 이루어낸다는 것이 MS의 특징이다.

빌 게이츠 훔치기.
742쪽짜리 두꺼운 책.
"빌 게이츠 훔치기"라는 책을 군대 있을 때 읽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에서 리눅스 동아리 창립위원도 하고, 여기 작도닷넷도 GNU를 따르는 등 알게 모르게 반 MS 진영이었지만, 그 책을 읽은 후로 딱히 MS라고 나쁠 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빌 게이츠는 예전부터 말만 앞서는 타입이었고, 거짓말이든 비열한 방법이든 뭐든 동원해서 일단 계약을 맺은 후, 제품을 만드는 건 그 다음 일이었다.

이런 타입의 사람은 많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다른 점은 죽어라 밤을 새고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윽박지르며 (몇 개월 늦게라도) 실제로 완성을 시키는 억척스러운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이 좋으면 돈을 주고 사서라도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끼워 넣고, 안 팔면 베껴서라도 끼워 넣는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빌 게이츠는 강박증 환자같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매킨토시나 리눅스를 쓰지 않고 윈도우즈를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별로 본받고 싶진 않지만 윈도우즈는 어찌됏건 대단한 물건이다. 나도 카드게임 한 번 하려고 20메가짜리 윈도우즈 3.0을 지우지 않고 쓰던 시절부터 10년이 넘게 지금까지 써온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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