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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삼국지의 결말

14/06/25 02:01(년/월/일 시:분)

지난 주말 TV를 돌리다 우연히 삼국지를 봤다. 사마의가 말년에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하는 부분이었는데,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정말 잔인한 계략을 펼쳤다. 심지어는 야망도 없는 조조의 세 아들을 반란혐의로 숙청해버렸다.

그래놓고 노환으로 죽을 날이 다가오니, 자기의 두 아들을 불러놓고 자기는 민심을 얻지 못해 천하통일을 못했으니, 너희들이 꼭 민심을 얻어서 통일하라고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자기는 뛰어난 지략으로 한 나라의 최고 권력을 얻었으나, 삼국 통일은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유비를 언급하며, 유비처럼 백성들을 돌봐야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유언을 남겼다. 자기도 못한 걸 아들들에게 맡기다니,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알기는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본 삼국지 드라마의 한 편은 거기서 끝났지만, 그 뒤로 삼국지의 결말은 결국 사마의의 두 아들도 아니고 무려 손자까지 가서야 천하통일을 이룬다. 쿠데타로 얻은 권력으로 자자손손 안정적으로 물려받으며 민심까지 얻어서 결국 통일을 이룬 것이다. 유비도, 조조도, 손권도, 제갈량도, 사마의도 이루지 못했던 통일을 사마의의 손자까지 가서야 이룬 것이다.

삼국지가 참 이래서 안타깝다. 적벽대전을 비롯한 재미있는 부분은 대부분 삼국지 60권 중에 15권 남짓한 앞에 다 몰려있고, 그 이후로는 지리멸렬한 싸움만 계속된다. 어느 누구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생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덤벼보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그 누구도 되지 못했다. 참 허무하다.


이것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대망도 마찬가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결국 일본의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 애초에 삼국지처럼 통일이 인생의 목적도 아니었거니와, 그저 전쟁없이 평화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란 것이 전부였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하여튼 대하소설의 결말로서는 참으로 허무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교훈을 찾자면, 삼국시대를 거치며 유능한 장수들이 재야에서 쏟아져 나왔고, 이들이 겪은 치열한 경험이 후대로 이어지며, 그 이후 시대에서는 앞 시대에서 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것이 있겠다.

실제로 삼국시대 이후로는 그 앞 시대처럼 큰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고, 크게 성공하기보다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고 작은 성공을 조금씩 쌓아가며 천하통일의 기초를 다졌다. 이 방법은 너무나 느려서 한 인간의 일생으로도 부족해서 3대를 지나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죽는 날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자기의 죽음 이후로도 평화가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끝까지 고민하다가 죽었다. 그래서 그것들이 차곡차곡 모이고 쌓여서 결국 평화로운 일본을 만들어간게 아닐까 싶다.


이 몸 하나의 평생 모든 것을 바쳐도 안 될 일이라면, 유능한 부하들과 자자손손들의 힘을 모두 모아 나 개인의 인생을 넘어선 거대한 야망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나의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나는 비록 모사꾼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너희들은 그러지 말고 더 큰 꿈을 이루거라, 적어도 이런 넓은 마음은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힘들게 살았으니 너희도 힘들게 살아라 이건 좀 아니잖아.

비록 쿠데타로 얻은 정통성 없는 정권이지만, 관용을 베풀고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을 것이다. 과거에 잘못이 있다고 그 전부를 부정하지 말고,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려라.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주는 삼국지의 교훈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494

  • 황진사 14/06/30 02:18  덧글 수정/삭제
    모든 사건에서 단편적으로 교훈을 뽑아내려는 접근방식은 회사생활의 영향인건가...
    결국 사마염이 세운 진나라도 30여년밖에 못가고 망하고 중국 역사상 최악의 전쟁기인 5호16국 시대가 왔음.. 고구려 백제마저 중국을 침략하던 시기니까..
    어떻게 보면 쿠데타에 삼대에 걸쳐 공을 들였는데도 정통성이 없으니 결국 무너지는거라고 볼 수도 있지않나..
    또 백성을 잘 돌본다는 유비가 제일 먼저 망항건 아이러니...
    사실 역사상 왕조가 오래간 기틀은 보통 유능한 신하들을 다 죽여버리거나 멀리 보내버렸을때 가능하더라..
    • xacdo 14/06/30 05:58  수정/삭제
      1. 교훈을 뽑은건 딴건 아니고 글의 결말이 없어보여서 억지로 넣은거고...
      2. 유비는 그래도 망했다기보다는 그냥 평생 걸려도 통일을 못한 것 뿐이지 않나?
      3. 왕조가 오래 간 게 유능한 신하가 없어서라는 얘기는 참 우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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