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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버지와 나의 근대

14/12/22 22:12(년/월/일 시:분)

1.

연말이다보니 트위터의 여러 분들이 2014년을 돌아보고 2015년을 내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데,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매우 절망하는 분들이 계시고, 나 또한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이것은 개인의 행복과는 다른 문제다. 나 자신은 어떻게든 행복해질수 있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다. 한국 사회가 근대성을 잃어가고 있다.

매년 놀라볼 정도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바쁘게 뛰어오던 한국 사회가 슬슬 걸음을 멈추고 곧 죽을 노인처럼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의욕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젊은이들을 무시하고 예전에 잘 나가던 향수에 사로잡혀 성장 동력을 잃기 시작했다.

근대성. 옛날과 지금을 명확히 가르는 성질이 흐려지고 있다.









http://chungwoo.egloos.com/4060728
2015년 새해에는 현대인이 됩시다
전통이라는 위선의 탈을 쓴 미개와 야만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전통을 위해서라도.


2.

일베 사용자에 대한 분석에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있었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버지 세대의 삶을 나 또한 그대로 살려다보니 일베가 되었다는 것. 정확히 나와 반대였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41
다들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10대 때부터 아버지를 존경하고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많다.
“이 친구들한테 재밌는 게, 아버지의 삶을 거의 그대로 내면화합니다. 젊은 때는 아버지와 같은 권위에는 반항도 하기 마련인데 그런 게 없어요.”
김학준은 논문에서 “평범함이 유토피아가 되는 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아버지 세대의 ‘평범한 성공 서사’가 이제는 특별해져버린 시대에, 인터뷰에 나섰던 일베 이용자들은 ‘평범함’을 쟁취하려 발버둥친다.


나의 10~20대를 돌아보면 아버지와의 투쟁이 지배했다. 아버지와 나는 정말로 많은 부분이 맞지 않았고, 나는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부던히 싸웠다. 그 싸움은 정말로 길어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30대인 지금도 여전히 완전한 독립을 위해 꾸준히 뛰고 있다.

나의 근대성은 아버지와의 투쟁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아버지의 삶의 방식이 싫었고, 아버지처럼 절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와 가장 반대되는 지점을 찍고 아버지와 가족을 한계까지 몰아 붙였다. 그 과정에서 나도 참 인성의 바닥까지도 낱낱히 보여드릴수밖에 없었고, 참 부끄럽고 죄송한 부분도 많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전투력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나와 치열하게 싸우셨던 아버지조차도, 나의 전투력이 상승한 점은 뿌듯하게 생각하신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조차도 할아버지와 치열하게 싸우고, 그러다가 집에서 쫒겨나서 버림받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싶어하면서도 되풀이하게 되었다는 모순. 그 과정에서 나는 아버지의 진정성과 인간으로서의 취약함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나의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를 추구하고 싶다. 그 점이 나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아버지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거라고 확신하고 있고,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고 생각한다.



3.

이효리 한겨레 인터뷰를 봤다. 최근 윤서인이 "쌍용자 해고 노동자가 불쌍하면 님부터 쌍용차를 사서 도와줘라"는 만화를 그려서 짜증이 났는데, 이효리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복직하면 쌍용차 무료로 홍보하겠다"고 해서 나름 통쾌해하고 있던지라 참 반가운 인터뷰였다.

http://joyride.co.kr/220198132675
[朝이라이드 14화] 소비자의 선택이 갑이라니까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0256.html
이효리 “노점 단속 당하던 아빠…약자 멸시하면 화 솟구쳐”


나는 여기서 이효리는 자신의 아버지,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일베처럼 아버지에 대한 맹목적 존경이 있다면 극우가 될 것이고, 나처럼 반대라면 진보가 되지 않았을까.

인터뷰를 읽어보면 아버지라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가난에 대한 지긋지긋함이 보인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보이고, 가난한 아버지가 당했던 사회적 차별에 분노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버지나 가족에 대한 애정이나 혐오 이전에, 어린시절처럼 살고 싶지 않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개선의 욕구가 보인다. 근대성.


4.

출근 시간이 다 되어 여기서 마무리한다. 예전처럼 몇시간씩 죽치고 글을 쓸 수 없어,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파편화되는 점이 아쉽다. 이래서 자꾸 트위터만 하고 블로그를 안 하게 된다.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 잘 정리해서 읽어주시고, 저보다 더 나은 글을 써서 댓글에 남겨주시거나 트랙백해주시기 바란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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