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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는 틀릴 수 있다, 나는 평생 바뀌어야 한다

15/07/27 10:01(년/월/일 시:분)

예전에 썼던 글에 이어서.

http://xacdo.net/tt/index.php?pl=2477
틀린 것도 의미있다


1.

딥러닝에 드롭아웃이라는 게 있다. 딥러닝은 기계학습의 일종인데, 이게 한번 학습을 시키면 거기에만 딱 적합하도록 과적합되어, 상황의 변화에 잘 적응하질 못한다. 이 과적합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드롭아웃이다. 잘 적응된 연결도 랜덤하게 탈락시켜 다소 정확도는 떨어지겠지만 너무 적응된대로만 흐르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http://www.cs.toronto.edu/~hinton/absps/JMLRdropout.pdf
Dropout: A Simple Way to Prevent Neural Networks from
Overfitting
Dropout is to randomly drop units (along with their connections) from the neural network during training. This prevents units from co-adapting too much.


과적합은 향수병 같다. 우리 뇌는 태어난 후로 약 10년간 현재 세계에 적합하도록 학습된다. 그러면 우리는 평생 이렇게 학습된 뇌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결정적 시기가 오리는 몇 시간, 고양이는 4~8주, 원숭이는 1년, 인간은 10년이라고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0/22/2012102202875.html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 '결정적 시기'가 뇌를 만든다
우리는 '결정적 시기'라는 걸 가지고 있다. 오리는 태어난 지 몇 시간, 고양이는 4주에서 8주, 원숭이는 1년, 그리고 인간은 약 10년까지 유지되는 이 결정적 시기에 자주 사용되는 시냅스는 살아남고, 사용되지 않는 시냅스는 사라진다.



옛날 같으면 10년 학습해서 20~30년 살다가 죽었을테고, 그 짧은 30~40년의 인생 사이에 사회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서 100세 시대라고 하고, 변화의 속도도 정말 빨라졌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익숙했던 경험으로는 살아가기 어렵다.

옛날에는 향수병이 고향을 떠나거나, 사회의 변화가 클 때만 겪는 특이한 증상이었을 것이나, 요즘 현대인은 아마 대부분 평생에 여러 번 겪을 일반적인 증상이 된 것 같다.

이런 빠르고 잦은 변화에 익숙해지려면, 우리도 우리 뇌를 자주 업데이트 해야 한다. 드롭아웃을 시켜야 한다. 과거에 익숙했던 것들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시대에 변화에 따라갈 수 있다.

내가 옛날에 좋았던 게 요즘은 안 좋을 수 있다. 나는 틀릴 수 있다. 나는 평생 바뀌어야 한다. 그런 강박관념이 나에게는 있다.



2.

근데 이렇게 자꾸 자기가 가진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를 고민하고 살다보면 판단이 느려진다. 예전에 맞았던 게 지금은 틀릴지도 모르고, 예전에는 틀렸던 게 지금은 맞을지도 모르니 계속 다시 생각하고 나의 입장을 고쳐 나간다. 매일 매일 생각을 업데이트하다보니 변화에 적응은 빠를지 몰라도 응답성이 떨어진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는 틀릴지도 모르는 애매한 생각도 말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지도 모르고, 또 지금은 틀릴지 모르지만 한 10년 지나서는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항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맞을 것 같아도 랜덤하게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렇게도 가보고 저렇게도 가보기로 했다. 그만큼 나의 정체성에 일관성은 떨어지겠지만,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한쪽으로 일관되게 치우치는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보시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혹시라도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도 관용적으로 봐주시고, 나의 고장을 허용하기 위해 나 말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폭넓게 들어보시고 최종 판단을 하시기 바란다.

나 또한 내가 맞는 얘기를 하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겠지만, 너무 매사를 회고하다가는 너무 느려지므로, 일단 저지르고 나서 나중에 돌아보기로 하겠다. 나는 고집이 센 편이라, 독자 여러분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친히 피드백을 해주셔도 때론 완고하기도 하겠지만, 당장은 그렇게 상황을 모면하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아니다 싶으면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나의 뇌를 업데이트하도록 할 것이니 부디 주저하지 마시고 피드백을 주시기 바란다.


3.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이상한 얘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지금의 세태를 비판하신다. 그런 말씀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건, 생각이 굳으셔서 그런지 몰라도, 과거의 결정적인 시기, 강렬했던 경험에 사로잡히는 것 같으시다. 그런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러울지는 몰라도 나는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나는 근대성, 현대성을 추구한다. 과거에 잘 맞았던 생각보다는, 변화한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적합한 생각을 하고 싶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한다면 현재의 편에 서고 싶고, 현재와 미래가 충돌한다면 미래의 편에 서고 싶다. 시대의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고 싶고, 더 나아가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싶다.

지금은 무리한 주장일지 몰라도, 미래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통찰을 줄 수 있다면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시대를 열고 싶다. 미래로 가는 길을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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