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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소수자가 다수결에서 이기는 법, 이슈화 하기

15/10/18 13:11(년/월/일 시:분)

나는 소수자 정서가 있다. 특이한 걸 좋아하는 취향의 나는, 항상 쪽수가 적은 쪽이었다. 뭘 먹을까 결정할때도, 투표로 결정하면 항상 지는 쪽이었다. 다들 좋아할 무난한 음식을 나는 참으며 먹어야 했다. 쫄리면 뒤지시던가! 하면 나는 항상 뒤져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도 여전히 쫄리는 쪽, 왠지 싸우면 질 것 같은 쪽, 아무리 봐도 이길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나약하고 도태될 것 같은 쪽에 애정이 있다. 옳고 그른 문제를 떠나서, 아니 설령 틀린 쪽이라 하더라도, 그 무력함, 덧없음, 훅 하고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찰나의 속삭임에 나는 왠지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소수가 다수를 투표로 이길 수 있을까? 쪽수가 밀릴 때 무슨 방법이 없을까? 진 경험이야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가끔씩 기적처럼 드물게 생겼던 아주 작은 성공 케이스들, 그건 과연 우연에 불과했을까? 재현하고 반복할 수 없을까?

무엇이 소수자의 성공 비결인가?

조용히 있지 않는다. 목소리를 크게 낸다. 시끄럽게 떠들고 설친다. 구설수에 오른다. 파문을 일으킨다.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슈화시킨다. 선명하게 구분되는 캐릭터를 드러낸다.

이게 죄악이라고까지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애매하게 경계선에 걸친다. 맞는지 틀린지 언뜻 보면 애매한데, 가만히 잘 생각해보면 그래도 맞긴 한 것을 화두로 잡고, 자극적이고 도전적인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마음에 큰 물음표를 찍는다. 자꾸 말하게 만들고, 화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

왜 이렇게 에너지를 들여가며 시끄럽게 만드는가? 열세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차근차근 설득하면 결국엔 지기 때문이다. 소수자는 다수자를 설득할 힘이 부족하다. 왠만하면 적당히 들어주겠지만, 그게 왠만한게 아니면 결국에는 지고 만다. 힘으로 밀어부치면 결국에는 밀리고 만다. 그것이 소수자다.

다수결이 공평한 방식이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뜻을 모으는 민주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민주적이라고 해서 꼭 만능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독재보다는 나아도 여전히 결함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수자 소외다. 사람 수가 적으면 아무리 민주적이라고 해도 이길 수가 없다.

열세인 쪽이 이기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자극하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들고, 설치고, 나서고, 문제를 일으켜야 한다.

전형적인 관심종자 짓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수적으로 열세인 것을. 정통으로 싸우면 질 싸움이다. 게릴라 전법을 써야 한다. 머리를 아주 잘 써야 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단 윤리 기제를 버린다. 싸가지가 없어야 한다. 이런 저런 체면치례를 다 차리다보면 결국 불리하다. 나이가 많다고 밀어붙일 수 있고, 사회적 성공, 명예, 권위로 찍어누를 수 있고, 더 나아가 도덕, 윤리, 법으로 밀어붙일수도 있다. 이런 기울어진 싸움판에서는 내가 있는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기는 게임을 하려면, 룰을 바꿔야 한다. 뻔뻔해야 한다. 부끄러워하면 안된다. 대의를 생각하며 나만의 반듯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게임을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유태인의 후츠파를 생각하라. 반듯하게 예의를 차리기보다는, 격식을 허물고 탈권위적으로 들이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세를 극복할 수 없다. 끝까지 뻔뻔하게, 담대하게, 자신감있게, 내가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67545&cid=42107&categoryId=42107
이스라엘에서 "담대함"이나 "저돌적"을 뜻하는 단어로 후츠파 정신은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때로는 뻔뻔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밝히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한다. '후츠파 정신'은 가정교육에서부터 학교, 친목, 회사 등 이스라엘 사회 전반에 퍼져 각계각층의 대표적 교육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스라엘 창업정신의 뿌리로 여겨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말이 헛 나올수도 있다. 잘 나가다가 아차 싶어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런 결함을 집요하게 공격당할 수 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마라. 사과하되 떳떳하라. 기죽지 마라. 설령 틀렸어도 잘했다. 자책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기보다는, 성취를 보고 변화를 이끌어라. 지금 당장은 절망적이더라도, 사람들이 한번은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성취다.

기가 세다. 드세다.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강하다. 패기있다. 이기적일 정도로 자기 주장이 강하다. 불편하게 말을 또박또박 따진다. 하지만 당장은 기분이 나빠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결국 이러면 시간이 흐를수록, 물량의 싸움이 에너지의 싸움으로 바뀐다. 지치는 쪽이 진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팔팔한 쪽이 이긴다.

그때까지 부디, 버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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