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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스토리

마우스 연대기

06/07/26 01:41(년/월/일 시:분)

마우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미키 마우스, 마이티 마우스, 오토 마우스, 아마데우스, 우스타 소스, 마스크스 마르크스 등이 있지만 역시 그 중에서 USB 마우스가 가장 널리 알려진 이 시대의 영웅일 것이다.

그의 시작은 이렇다. 그 당시만 해도 막 8비트 컴퓨터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IBM 호환 기종이 기껏해야 화면에 흑백 글자나 뿌리고 있을 무렵, 애플에서는 무려 16 칼라의 화려한 총천연색 그래픽을 뿌리고 있었다. 이에 발끈한 MS는 어디서 이것저것 베껴다가 윈도우즈라는 걸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래픽 환경을 위해서는 마우스가 필요했다.

그때만 해도 애플의 마우스는 별도의 전원공급을 해줘야 했다. 거짓말 같겠지만, 마우스에서 나오는 선이 두개였다. 하나는 컴퓨터에 연결하고, 하나는 전원 콘센트에 연결해야 했다. 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일인가! 마우스를 쓰기 위해 선을 두개나 연결해야 하다니. 이에 MS는 시리얼 포트에 연결하는 것 만으로 별도의 전원공급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한 마우스를 최초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 마우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까지도 MS가 하드웨어 분야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로 기록된다. (XBOX가 성공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런데 말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의 용자 USB 마우스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우리의 USB 마우스께서는 친히 시리얼 포트에 강림하시어 스스로 전원을 공급하기로 결심하셨다. USB 마우스께서는 앞으로 15년 후에 자신의 시대가 올 것을 직감적으로 깨우치시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 땅에 존재하시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 점을 감사해야 한다.

만약 그때 시리얼 마우스가 나오지 않았다면 PS/2 마우스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PS/2 마우스가 나오지 않았다면 USB 마우스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3세대를 거쳐 미래를 내다보신 USB 마우스의 놀라운 통찰력에 우리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있었기에 우리는 MS 윈도우즈를 자유자재로 포인팅하고 클릭할 수 있었으며, 그가 있었기에 워드도 작성할 수 있었고, 인터넷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덕택인 것이다.

또한 그때 시리얼 포트를 통한 자체 전원공급은, 후에 USB를 통한 전원공급의 시대 또한 열어주었다.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USB로 MP3 플레이어를 충전하지만, 이것 또한 그때 USB 마우스께서 시리얼 포트에 강림하시어 스스로 전원을 공급하기로 결심하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USB 메모리나 USB 선풍기나 USB 충전 같은 것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기술이 MS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특허권이 소멸하여 이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기술이 되었다는 데 있다. USB 마우스는 정말 놀라운 존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쓰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USB 마우스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는 눈을 감고도 그를 머리속에 그릴 수 있다. 그저 컴퓨터에 꼽는 것 만으로 문제없이 동작하며, 별도의 라이센스도 없이 아무나 가져다 쓸 수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할렐루야 아멘.

2006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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