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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봉준호 - 살인의 추억 (2003)

06/07/29 22:54(년/월/일 시:분)


스포일링을 조금 하자면 이 영화는 끝까지 범인을 못 잡는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도 끝내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지 못하고 풀어준다. 심지어는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인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이런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꼭 마지막에 범인을 잡아서 죽여야 속이 시원한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 괴물이 개봉했길래 기념으로, 또 다들 봉테일 봉테일 하길래 궁금해서 봤는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 치밀함은 상업영화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면 지금이 2006년이라 관객의 눈이 높아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A급의 치밀함보다는 이것저것 마구 던져주고 관객에게 알아서 생각하게 만드는 B급의 풍성함으로 보이는데. 전체 흐름에서 빠져도 될 자잘한 것까지 괜히 한번씩 짚어주고 넘어가는 건 A급 영화의 정서는 아니지.

그리고 이 영화의 균형잡힌 시선이 참 마음에 든다.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서 범인으로 둔갑시키는 강력계 형사를 무작정 나쁘게만 볼 수 없도록 장치한 것은 대단하지. 쉽사리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게 만드는 건 박찬욱 감독 같애. 뭐 세상일이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그리고 마지막에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 정말로 현실세계에서도 끝내 잡히지 않은 진짜 범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와 대단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범인이 자수를 할 리가 없지만, 최소한 이 영화를 보기라도 하기를 바라는 감독의 바램이 이 영화를 마이너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만큼 대중예술에 필요한 것도 없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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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06/07/30 02:29  덧글 수정/삭제
    전체 흐름에서 빠져도 되는 장면들을 디테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디테일은 시간을 안잡아먹으면서 영화의 완성도와 숨겨진 배경을 가르키는 역할을 하는 '장치'일뿐이거든요. 겉도는 이야기들은 말그대로 겉도는 이야기입니다.

    봉테일의 디테일은 아니 영화에서 말하는 디테일 하다는 말의 의미는 이야기 외적 요소. 예를 들어 다리를 절뚝 거리는 사람의 한쪽 구두 밑창이 다른쪽에 비해서 심하게 닳아 있다 라는 설정 같은거요. 아주 사소하지만 당연한 것들. 일상적인 것들. 그런거를 의미하는거라 말할수 있습니다.

    살추에서만 보면 일단 백강호의 오락실 등장장면, 자로 오락하고 있는 백강호를 볼 수 있죠. 이건 백강호가 손이 불편하다는 걸 말해주는 동시에 예전의 추억을 자극하는 장면이기도 하죠. 이럴때 디테일은 영화의 이야기를 압축하는 동시에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는 장면입니다.
    확실한지는 모르겠는데 중간에 남편 마중나가다가 죽는 주부도 집에서 나갈때보면 밥상위의 찌게는 뚜껑으로 닫아져 있죠?
    디테일이란게 이런겁니다. 모르고 넘어 갈 수도 있고 발견하면 또 다른 재미를 맛볼수 있는거.
    그리고 오히려 살추는 이런 디테일한 장면이 쟝르의 특성상 봉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제가 말하는게 정답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감독이 디테일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배우도 긴장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죠.

    제가 모든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테일한 장면은 애니 '귀를 기울이면'에서 여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주인공 엄마가 오는길에 슈퍼에 들러 우유 사오라는 대사였습니다.. ^^;
  • dormouse 06/08/01 03:05  덧글 수정/삭제
    와, 와, 귀를 기울이면의 그 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다니.
    바램은 바람이라 써야 해요.
    이 정도 치밀함이 상업영화에 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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