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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08년, 운칠기삼

08/01/01 11:18(년/월/일 시:분)

흔히 새해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 사는게 운도 좀 있고 복도 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 기복을 빌어주는 말이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이건 그냥 운, 요행만 바라는 거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는 것의 반대 아닌가? 그러니까 새해에는 복 많이 받아서, 어쩌다 요행히 로또라도 당첨이 되어서 잘 되라는 말 아닌가?

그래서 불교에서는 "주는 대로 받는다"는 연기론에 따라서,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한다. 복 많이 받으려면 그만큼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세상에 날로 먹는 것은 없고, 어디까지나 자기 업보대로 받는다는 얘긴데.

http://news.naver.com/main/read.nhn?oid=089&aid=0000017061
절집에서는 흔히 신도들에게 덕담으로 ‘새해에는 복 많이 지으세요’를 얘기하기도 한다. 복을 받으려면 자신의 복덕(福德)통장에 좋은 일 한 것이 많이 저금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도 작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가 더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런데 올해 라스베가스를 갔다오고 양자론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러니까 세상 만사가 꼭 순리대로만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아니 정말로, 세상에는 재능도 별로 없고 노력도 별로 안 했는데 순전히 운이 좋아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도 있긴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내 평생 벌어도 사기 힘든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그 정도까지 돈을 벌 수 있었을까?

http://xacdo.net/tt/index.php?pl=693
헬리콥터 사고 싶다

간단한 예로 빌 게이츠의 일생을 봐도, 그 사람의 재능, 노력, 열정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느 순간 정말 궁지에 몰렸을 때 기막히게 운이 풀려서 위기를 모면한 순간도 있었다. 다른 기업은 한창 잘 나가다가도 어떻게 운이 꼬여서 완전 망해버린 회사도 있었던 반면에. 그러니까 아무리 잘난 빌 게이츠라도 운이 없었으면 그렇게 못 컸을꺼야.

http://xacdo.net/tt/index.php?pl=617
빌 게이츠

자, 그래서 나는 새해를 맞이하여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를 뽑아봤다. 그러니까 운이 7, 나머지가 3이라는 얘긴데, 나는 정말로 인생에서 운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본다.

세상 일이 항상 자기 마음 먹은 대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자유 의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도 않다. 그보다는 세상 흘러가는 것에 맞춰가며 적절히 위기를 수습하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운칠기삼 [運七技三]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뜻이다. 곧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국 괴이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실려 있다.

한 선비가 자신보다 변변치 못한 자들은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자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 내기를 시키고,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많이 마시면 선비가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선비가 체념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내기 결과 정의의 신은 석 잔밖에 마시지 못하고,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이나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는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장난에 따라 행해지되, 3푼의 이치도 행해지는 법이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선비를 꾸짖고 돌려보냈다.

http://100.naver.com/100.nhn?docid=780493
네이버 백과사전 - 운칠기삼

http://xacdo.net/tt/index.php?pl=892
운명 대 의지

http://xacdo.net/tt/index.php?pl=832
일과 삶의 조화
전에 박인권 - 쩐의 전쟁을 볼 때도 똑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인간이 성장하는 방법을 오로지 "노력"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The future is not deterministic)는 얘기다.

http://blog.naver.com/ajapan/10014152460
뉴턴 하이라이트 - 양자론 - 1. 라플라스의 괴물
그러나 양자론의 등장으로 이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자론에 따르면 가령 라플라스의 괴물이 우주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언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양자론의 불확정성은 기존의 카오스 이론과도 반대된다. 카오스 이론은 언뜻 보기에는 랜덤처럼 보이는 현상도 실은 규칙적일 수 있으며, 초기 조건만 완벽하게 주어지면 미래는 완전히 결정되어 있다(deterministic chaos)는 이론이다.

http://en.wikipedia.org/wiki/Chaos_theory



그래서 결론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운을 바라는 것도 꼭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운칠기삼이라잖아.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좀 따라주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으니까.

나도 올해는 졸업하고 취직을 해야 하는데,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하기야 하겠다만은, 과연 어떤 회사에 들어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취직한 친구들 얘기를 쭉 들어봐도, 정말 점수나 실력보다 그 당시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취직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

그렇다고 내가 운이 더 좋아지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바랄 뿐이지. 그랬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올 한해 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년도 작도닷넷과 함께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906

  • cancel 08/01/01 13:10  덧글 수정/삭제
    근데 세이노 같은 분들을 보면, 세상에는 기로 운을 역전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많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 xacdo 08/01/01 20:51  수정/삭제
      동아일보에 "부자아빠 만들기"를 연재하는 세이노 말이군요. 전형적인 자수성가 타입이죠. 그런데 이 사람도 너무 "하면 된다" 신화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http://xacdo.net/tt/index.php?pl=832
      일과 삶의 조화
      전에 박인권 - 쩐의 전쟁을 볼 때도 똑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인간이 성장하는 방법을 오로지 "노력"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 sochaeck 08/01/01 13:13  덧글 수정/삭제
    행복한일 가득 생기는 새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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