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07/06/19 17:53(년/월/일 시:분)
방학을 이용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컴퓨터 음악에 관한 이런저런 책을 봤다. 나는 다소 실망했던 것이, 내가 막연하게 머리 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이미 연구가 다 끝나 있더라. 나는 내가 꽤 참신하게 떠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다 거기서 거긴가봐.
하여간 그 중에 CMMR(Computer Music Modeling & Retrieval) 2004 에 꽤 신기한 것이 소개되었길래 인터넷을 찾아봤다. 리액터블(reacTable)이라고 하는 새로운 방식의 전자 악긴데, 마치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미래적인 모습과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vR0IBdoPiho
reacTable은 2가지를 의미한다.
1. react + able : 반응할 수 있는
2. reac + table : 반응하는 탁자
리액터블(reacTable)은 탁자 위에 이런 저런 것들을 늘어놓으면서 음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멀티 터치(Multi-touch)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Collaborative) 하나의 음을 만들 수 있고, 실시간(real time)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다소 즉흥 연주(improvisation)도 가능하다.
http://mtg.upf.edu/reactable/
사실 기술적으로 볼 때는 별로 신기한 게 없다. 멀티 터치야 아이폰(iPhone)에서 벌써 상용화를 한 수준이고, 실시간으로 각종 음원(module)과 필터(filter)와 시퀀서(sequencer) 등을 주렁주렁 엮는 기술도 몇년 전부터 각종 상용 소프트웨어에서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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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ellerhead Reason 3.0
여러 랙(rack)을 임의의 순서대로 주렁주렁 엮는 것은 물론, 외부 소프트웨어와 연동(Rewire)도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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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Audition 2.0
실시간으로 각종 필터(filter)를 적용할 수 있다. |
단지 리액터블(reacTable)이 신기한 이유는 순전히 인터페이스(interface) 때문이다. 요즘 컴퓨터 공학에서 가장 뜨는 분야가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이기도 하고, 컴퓨터 음악에 대해 이미 기술적인 토대도 충분하고 한계도 확실히 인식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도대체 뭘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해지기도 했다.
지난 십몇년간 컴퓨터 음악을 연구한 결과 사람들이 밝혀낸 것은, 컴퓨터를 아무리 발전시켜도 인간의 음악적 재능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 뿐이었다. 그래서 멜로디 자동 생성 같은 알고리듬 기반 음악(algorithmic music) 같이 인간의 재능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방향 보다는, 인간에게 내재한 재능을 보다 쉽게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재로서 컴퓨터 음악을 연구하고 있는 편이다.
http://en.wikipedia.org/wiki/Algorithmic_composition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작곡 알고리듬은 없다. 알고리듬도 음악을 창작하듯이 사람의 힘으로 계속 새로운 걸 창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리액터블(reacTable)과 같이, 기술적으로 볼때 별로 신기한 건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꽤 신기해보이고, 가지고 놀기에 재미도 있어보이는 장난감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이미 존재한다. 그 형체도 없는 것을 어떻게 머리속에서 끌어내서 현실 세계로 가져올 것인가, 그 새로운 도구로서 컴퓨터 악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기타를 치면서, 누군가는 피아노를 치면서, 또 누군가는 리액터블(reacTable) 같은 최첨단 컴퓨터 악기를 가지고 머리 속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겠지.
컴퓨터도 결국은 인간의 재능을 자극하는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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