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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과학자

그 때만 해도 대통령이 인기있는 장래희망이었다. 한 나라를 떵떵거리며 다스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대통령은, 어떤 면에서는 우주비행사보다도 큰 꿈이었다.

물론 나는 그런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 같은 꿈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에 따라,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과학의 힘으로 21세기 선진 과학한국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으뜸가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나의 계획은, 기껏해야 개인의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대통령이나 우주비행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사회적이고 전 지구적인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렇게 부푼 꿈을 가지고 유치원을 졸업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 나의 꿈은 이루어졌다. 나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의 청춘은 물론 중장년까지 모든 것을 희생했다. 기업 보안상 자세한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유치원때 다짐했던 "21세기 선진 과학한국"을 만든 것 만큼은 확실하다. 노벨상만 3번을 수상했고,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회사로 성장했다. 유명인사로 TV 출연제의가 쏟아지고 있고, 지난 번 서점을 갔을때는 내 이름으로 된 학습 위인전을 보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나 같은 노털에게 싸인해달라고 달라붙는 젊은이들을 보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도 않다. 나는 요즘 삶의 의욕을 잃었다. 무리한 연구로 온 몸이 망가지고 병들었지만 그건 상관없다. 나의 문제는 나의 꿈을 이뤘다는 것이다. 오로지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나의 일생은 아무런 재미도 없었다. 꿈을 이루고 이렇게 허무해질 줄 알았다면 조금 천천히 달려오는 건데, 하는 후회도 들고.

마침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무동력엔진을 개발한다는 한 발명가를 찾아가서 저명한 과학자로서 이런저런 평을 하는 역할이었다. 나는 질색이었지만, 우리 기업이 스폰서였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

찾아간 곳은 발명가의 연구실이었다. 시골의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만든 연구실에는 거대한 규모의 무동력엔진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허름한 연구실 안에 이런 첨단의 장비가 있다는 것에 첫째로 놀랐고, 열역학 제 1법칙을 생각할때 도저히 불가능한 무동력엔진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에 두번째로 놀랐다. 사실 가장 놀란 것은 발명가의 순수한 노안(老眼)이었다.

기계를 보니 풍력을 이용하여 엔진의 마찰력을 보완하고 있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무동력엔진이 아니다. 물론 그 점을 감안해도 엔진의 지속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 정도면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발명가는 그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에게 열역학법칙을 가르치고 잘 달래서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명가는 이미 그 법칙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의욕이 솟는다고 했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하고 싶다.

나는 순간 사라졌던 삶의 의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발명가의 순수한 열정은 나를 자극했다. 아무런 밑천도 없이 처음 시작하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맞다, 나는 처음에 이런 상태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방송이 끝난 후 나는 나의 남은 전 재산을 들여 발명가의 연구를 지원했다. 이제 회사를 그만두면 이쪽에 전념할 생각이다. 새삼, 에디슨이 노년에 영적인 부분의 연구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중세의 연금술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일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고 거기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너무 낮게 잡고 거기에 도달하는 것이다.
- 미켈란젤로



이미지 출처 http://blog.naver.com/kucia6/100018482741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362회 (2005년 10월 13일)
<27년, 의지의 발명가!> - 대전 오필균(51)
http://tv.sbs.co.kr/wowhow/
|hit:5313|200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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