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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사랑? 배 부른 소리 하네."

야 이 자식아, 꿈 깨. 내가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야. 아무리 니가 그 애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사치야 사치. 그 애가 너랑 어울릴 것 같아? 니가 걔한테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어? 다른 갑부집 아들처럼 페라리라도 태워줄 수 있냐고. 티코도 못 태워주잖아. 예를 들어볼까?

옛날 옛날에, 한 남자가 페라리를 타고 싶어했다. 너무너무 타고 싶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날카롭게 쭉쭉 뻗은 선, 고속도로에서도 전부 발휘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 다른 어떤 자동차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견고함, 특히나 매력적인 빨간색. 페라리라는 이름 석 자 까지도 그에게는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남자는 돈이 없었다. 남자는 가난했다. 어떻게 좀 싸게 살까 해서 다나와에서 찾아보고, 인터파크에서 찾아보고, 옥션에서 찾아봤지만, 페라리는 인터넷에서 싸게 파는 상품이 아니었다. 페라리는 인터넷에 없었다. 아니 인터넷 정도가 아니라 그의 삶에 속하지 않는 영역에 있었다.

싼게 10억, 비싸면 15억. 남자가 받는 월급으로는 평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살 수 없는 가격이었다. 콩팥을 한 쪽 떼서 팔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림없었다. 설령 은행을 털어도 될까 말까한 돈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남자는 깨달았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페라리를 타고 싶었다. 탈 수 없는데도 타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는 슬펐다.

그러던 그에게 악마가 다가와 영혼과 페라리를 바꾸자고 했다. 악마는 페라리를 향한 남자의 순수한 영혼이 탐이 난다고 했다. 페라리에 눈이 먼 남자에게 순수한 영혼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남자는 혼쾌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남자는 페라리를 마침내 타게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영혼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는 그에게 페라리는 어떤 감정도 일으키지 않았다. 페라리를 사랑하던 사나이는 그렇게, 원하는 것을 얻고도 사랑을 할 수 없었다.


"어쩐지 아름다운 이야기야.."
뭐 이 자식아? 너한테는 페라리가 사치라니까.
"그래, 어쩌면 사랑은 사치이기 때문에 더욱 가지고 싶은 건지도 몰라."
얌마, 내 얘기는 그게 아니라.. 어디가? 야! 그 여자한테 가는거야? 가지 말라니까! 야! 야 임마!

녀석의 뒷모습은 마치, 타 죽을 걸 알면서도 불꽃으로 몸을 던지는 나방 같았다.


음악: 김윤아 -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2005 08 09
2005 10 02
|hit:2389|200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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