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cdo
http://xacdo.net

난 혼자여도 괜찮아
난 혼자여도 괜찮아

written by xacdo



"헉.. 헉.. 헉..."
"아... 아아..."

내 앞에서 그녀는 가쁜 숨을 쉬고 있다.

나의 것을 그녀의 안으로 받아들이며.

그런 그녀가 일주일 전 말한 것이 생각난다.

"나, 내일 결혼해.."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몇차례 고백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친구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녀와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웃고 떠들었지만,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애매한 관계가 계속되는 것이 싫었다.

어느날 밤 나는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강요했다.

그녀는 예상 외로 순순히 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작된 첫 경험을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연 의미로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그녀와 함께 웃고 떠들고 즐거워주어야 했다.

때때로 그녀와 관계를 가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나는 그녀에게 좋은 친구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체념한 채로 지금의 관계라도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나는 "드디어.." 라고 생각했다. 그녀 안에 그녀가 비워 둔 자리로

그 사람이 침투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때때로 나는 이 상황이 가슴아파 그녀에게 신경질을 내기도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처럼 장난조로 웃어 넘기곤 했다.

그녀와 나는 더이상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비오는 날이었다.

나의 자취방에 그녀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매우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그녀가 나에게 관계를 "요구"했다.

나는 안된다고 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성불구자라고.


"그것"이 없어 관계를 가질 수가 없다고...



며칠 전 그녀가 결혼한다는 말을 꺼냈을 때,

나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기쁘기도 했다.

그것이 진정으로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고 숨겨왔느냐고 묻자 그녀는

내가 화낼까봐, 정확히 말하면 내가 상처받을까봐.. 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는 이유를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위로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그녀가 돌아가고 난 후 생각했다.

이세상에 100% 완벽한 남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녀는 아직 부모님에게 남편이 성불구자라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 또한 그녀의 남편에게 나와 그녀의 관계를 아직 말하지 못했다.

그녀도 그렇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란 매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그녀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싱글 침대에 홀로 머리를 뉘였다.

난 혼자여도 괜찮아.

이것이 그녀를 위한 길이라면...



p.s

그날 밤 나는, 이런 꿈을 꿨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임신을 위해 나에게 정액을 요구하고..

나의 정액으로 그녀가 임신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꿈을..

그리고 우리 셋의 행복한 미소...


(2001.12.18)
|hit:2782|2002/12/18

Prev
 프레드 더스트 in 림프 비즈킷 + 액션씬
xacdo 2002/12/18 2782
Next
 My Toy
xacdo 2002/12/18 278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