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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과 도깨비가 나오는 안 무서운 이야기
귀신과 도깨비가 나오는 안 무서운 이야기


# 목표
1. 톨킨이 우리나라에 살았다면 어떤 판타지를 만들었을까.
2. 귀신과 도깨비가 나오는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3. 끝부분에는 대규모 전투신이 나올 수 있도록

# 목표 달성률
-_-...



일평생 장가도 안 가고 살아온 도적떼의 두목이 있다.
그가 왜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않는지 졸개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졸개들이 그를 위해 예쁜 여자들을 납치해 왔으나
두목은 한사코 그 여자들을 거부했다.

깊은 밤, 흘러가는 시간을 틈타 한 부하가 두목에게 물었다.
"두목, 두목은 왜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오?"
거나하게 취한 두목은 술을 한잔 더 들이키더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로 이 이야기는 두목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은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배경은 지리산 깊은 계곡.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귀신과 도깨비의 숲 속.

그곳에 어느 깊은 밤 한 사내아이가 버려진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버려진다.

그 아이를 어떤 도깨비가 엄마처럼 기른다.
아이는 뭣도 모르고 도깨비로 길러진다.

그리고 그를 어렸을때부터 바라보던 한 처녀귀신이 있다.
처녀귀신이라면 결혼도 못해보고 서럽게 죽은 귀신.
이 땅에 남은 원한이라고는 오직 결혼 못한 것이 한이라..

어느덧 사내아이가 장성하여 멋진 청년이 되었을때,
그의 곁에는 한 아리따운 처녀귀신이 있었다.
그는 나이를 먹어도 그녀는 언제나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 둘의 관계에 그를 길러준 도깨비 엄마는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장성하자 도깨비 엄마는 청년에게 말한다.
"사실 너는 도깨비가 아니었어. 너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이 곳은 죽은 영혼이 기거하는 곳이다.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떠나라."

청년은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다.
그런 그를 처녀귀신은 위로한다.
그런데 그만 처녀귀신에게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귀신은 죽은 영혼이다. 죽은 영혼은 오직 죽은 영혼과 결혼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살아있는 존재라니..
처녀귀신이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그를 죽여야만 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처녀귀신에게 홀려 죽는다.. 바로 그 이야기였다.

지금 청년의 상황을 속담으로 말한다면 엎친데 덮친격, 사자성어로 하면 설상가상.
보통의 경우 술로 아픔을 달래겠지만, 도깨비에게 술이 어딨어? 그냥 참아야지.

처녀귀신은 "너를 위해 죽어도 좋아.." 라는 말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
도깨비 엄마는 어서 빨리 나가라고 하지..

청년은 고민 끝에 자신의 목숨이 아까운 줄 알고 처녀귀신에게
자신은 살아서 바깥 세상으로 나가겠다, 나가서 큰 인물이 되겠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납득할 줄 알았던 처녀귀신은 납득은 커녕,
그는 분명히 한이 맺혀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귀신을 뿐이었다.

귀신은 반드시 그를 죽이고 말겠다며 지리산 온 동물에 빙의하여 그를 죽이려 한다.
개떼가 그를 쫒고 멧돼지떼가 그를 쫒는다. 기를 쓰고 도망가는 주인공! 앗싸 추격씬~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고..

도깨비 엄마, 요란한 소리에 나와보니 이게 왠 난리람.
결국 올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일이었다.
그러게 어서 빨리 나가지 않고서는 아직까지 남아서 이런 난리를 피우는 게냐.
귀찮은 듯이 일어서지만 그것은 결국 청년을 구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귀신이 동물에 빙의한다면 도깨비는 사물에 깃들 수 있었다.
지리산 온갖 사물에 깃들어 귀신의 추적을 방해하는 도깨비 엄마.
어느덧 온 도깨비떼와 귀신떼들이 달려들어 쫒고 쫒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지리산을 무대로 한 대규모 전투씬! 영화화를 위해 스펙타클한 장면까지~

상황이 심각해진 것을 깨달은 우리의 주인공 청년은 도망을 멈추고
큰 소리로 귀신에게 고한다.
"좋다! 좋아.. 지금 너무나 많은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리산이 망가지고 있다.
사이좋던 귀신과 도깨비의 관계는 지금 이 순간 파괴되고 있다.
그 모든 이유가 오직 나 하나 때문이 아닌가. 좋다, 나를 희생하겠다.
내 목숨 하나를 그대를 위해 바치겠으니 받아주오 처녀귀신이여.."

그리고 처녀귀신에게 달려들어 그의 입술을 빼앗는다. 그 둘의 뒤로 한 줄기 광채가 비치는 듯 하다.
청년은 이제 끝났구나 생각한다.
처녀귀신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그 순간 처녀귀신은 청년을 남겨두고 성불한다.
그녀의 한이 모두 풀렸기 때문이다.
죽어준다는데 무슨 한이 있겠어. 처녀귀신은 사라진다.

그리고 청년 또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지리산 계곡을 나오면서 청년은 자신이 살아온 계곡을 돌아보았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처녀귀신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러나 나는 결심했다. 이 세상을 위해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매몰차게 발걸음을 돌려 처음 보는 세상으로 달음질하고 있었다.


"..두목, 그러면 그 처녀귀신을 잊지못해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오?"
부하가 묻자 두목은 씁쓸하게 웃음을 짓는다.

"그거 뿐이면 내가 왜 결혼을 못했겠나.. 왜 결혼을...."

순간 부하는 두목의 등 뒤에서 엄청난 한기를 느낀다.
"두목.. 등 뒤에 그것은 무엇이오..."
"....귀신이지.. 처녀귀신.. 흑흑..."

두목은 엉엉 울며 말했다.

"그 여자를 그리워한 것이 실수였어.. 어차피 귀신은 영적인 존재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어서..
내가 그 여자를 강하게 그리워하자 다시 돌아온 거야.. 내 곁으로..."
"잘 됐네요 두목.."
"이 놈 자식아, 잘 되긴 뭐가 잘 돼.. 귀신이란 말이야 처녀귀신.. 흑흑.."

처녀귀신이 하도 질투가 심해서, 만나는 여자마다 족족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자를 가까이할 수 없었다. 오직 늙지도 죽지도 않는 처녀귀신과 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목숨이었다..

어차피 처녀귀신은 두목을 맘만 먹으면 죽일 수도 있는 능력이 있어서 꼼짝없이 잡혀 사는 것이었다..

불쌍한 두목. 두목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 이후의 이야기
처녀귀신의 방해로 지금까지 여자랑 한 번도 자본 적이 없는 두목, 아직까지 동정이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처녀귀신은 여자 시체에 빙의하여 두목과 하룻밤을 자 주는데....
두목은 이것에 재미를 붙여서 밤이면 밤마다 처녀귀신과 공동묘지를 배회한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한 부하가 이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고는 동네방네에 소문을 낸다.
두목은 변태.... 라고.

# 시리즈 물로 기획
시체랑 응응하는 변태 두목과, 아무데나 빙의하는 처녀귀신이 나오는 도적떼 이야기.
겉으로만 의적단, 알고보면 파렴치한 그냥 평범한 도적떼.
변태 두목은 부하들 앞에서는 엄청 무섭지만, 처녀귀신 앞에서는 꼼짝 못함...
대충대충 생각없이 살아가는 듯 하지만, 그래도 사실은 마음씨 착한 그들.
하지만 마음만 착하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절대로...

매 회마다 어디를 털러 갔다가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번번히 실패하는, 포켓몬의 로켓단 같은 이미지.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금까지 도깨비 손에 길러져 꽤나 우락부락하게 힘 잘쓰는 변태두목과, 아무데나 빙의해서 말썽을 일으키지만 잘만 쓰면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처녀귀신이 힘을 합하여 멋진 결말을 유도..... 할 예정... -_-;;;;;



+ 지옥선생 누베의 영향

확실히 마지막 결말부분에서는..
이 만화를 따라했다..



뭐 표절은 아니지만, 지옥선생 누베는 본인이 무지하게 좋아하는 만화.
|hit:3176|20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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