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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의 복수
원안: 백동민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대구지하철 참사. 참으로 끔찍했던 사건이었다. 기타노 다케시처럼 쌓인게 많아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약간 맛이 가서 저지른 우발적인 사고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은 그 뒤에 감춰진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면 믿으시겠는가. 나는 이 자리를 빌어서 비로소 밝힌다. 그것은 형제간의 다툼이 빚은 비극이었다는 것을.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서울지하철, 대구지하철, 부산지하철은 사이좋은 형제였다. 하지만 밝힐 수 없는 사건이 터진 후로 서로에 대해 오해가 쌓이면서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다. 서로를 경쟁관계로 생각했으며 나중에는 죽이려고 안달이 났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부산 지하철이 서울로 몰래 올라가서 전기 안전사고를 냈다. 시민들로부터 불평 불만을 들은 서울지하철은 이를 대구지하철의 탓으로 돌린다. 화가 난 서울지하철은 대구지하철을 다짜고짜 따지고 들지만 대구지하철은 모르는 일이라 딱 잡아뗀다. 안그래도 미운 구석이 박혀있던 터라 서울지하철은 감정이 폭팔하게 되고 복수를 벼르게 된다.

서울지하철은 몰래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지하철인척 몰래 운행을 하며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왔다. 어느 정신나간 아저씨가 지하철 안에서 불을 지른 것이었다. 서울지하철은 이때다 싶어 지하철의 전기를 몽땅 꺼버렸다. 삽시간에 지하철은 암흑으로 휩싸이고 무력한 인간들은 지옥의 연기 속에서 죽어갔다.

이 사건으로 대구지하철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다. 반드시 복수해주겠다고 이를 갈았다. 마침 매트릭스 2가 개봉을 했다. 대구지하철은 매트릭스의 초록색으로 온 몸을 칠하고, 2편이라는 의미로 온몸에 2라고 새겼다. 아무리 봐도 영락없는 초록색 2호선 같아 보였다. 준비는 끝났다. 대구지하철은 서울로 상경했다.

대구지하철은 엄청난 것을 꾸미고 있었다. 2편답게 1편을 능가하는 대단한 것을 준비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힌트는 바로 일본만화 '간츠'에 있었다. 간츠 맨 앞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지하철에 사람이 치여 죽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은 말이 안된다. 왜냐하면 모든 지하철 선로는 옆에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람이 떨어지기 쉬운 역에서는 그 공간이 더욱 넓다. 그런데도 그들은 바보같이 옆으로 피하지도 않고 멍청하게 지하철에 치인다. 영약한 요즘 사람들은 그렇진 않을 것이다. 대구지하철은 사람들이 반드시 사람들이 치이게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것은 좌우로 요동치는 것이었다.

롯데월드의 후룸 라이드를 탈때 사람들은 재미로 배를 좌우로 흔든다. 특히 막 떨어질때 좌우로 흔들면 배가 요동을 치는 것이 엄청 재밌다. 마치 트랙에서 떨어질 것 같지만 지금까지 후룸라이드 트랙에서 떨어졌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만큼 트랙은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하물며 육중한 지하철이 좌우로 요동을 쳐서 사람을 치일수야 있겠는가. 하지만 대구지하철은 달랐다. 반드시 서울지하철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불타고 있었다. 매일매일 와신상담하며 4개월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듭한 끝에 그는 드디어 좌우로 요동쳐서 옆의 빈공간에 숨은 사람들까지 전부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야말로 카마게돈이었다.

드디어 복수의 날이 왔다. 역과 역의 중간 쯤에서 2호선으로 분칠한 대구지하철은 갑자기 멈춰섰다. 전기까지 꺼버렸다. 놀란 사람들은 허겁지겁 밖으로 탈출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대구지하철은 육중한 몸을 요동치며 매우 빠른 속도로 앞으로 돌진했다. 그때문에 다음 역으로 가던 사람들은 뒤에서 오는 대구지하철에 치여 죽었다. 지하철 옆에 있던 사람들은 좌우로 눌려 죽었다. 그러더니 대구지하철은 후진을 했다. 그 뒤에서는 이미 다음 열차가 지난 역을 출발한 후였다. 탈출한 승객들은 앞뒤로 오는 지하철에 갇혀버린 셈이었다. 대구지하철은 모든 라이트를 끄고 전력을 다해 후진했다. 뒤에서 오는 다음 지하철은 아무런 불빛도 없는 탓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도 몰랐다. 놀라서 뛰어오는 승객들을 발견하고 속도를 줄였지만 때는 늦었다. 두 지하철은 장렬하게 정면 충돌했다. 굉음이 울렸다. 돌이 우수수 쏟아졌다. 지표면에 금이 갔다. 폭팔했다.

결국 서울지하철은 사상 유래없는 대참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구지하철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 뒤로 열차 하나가 부족한 대구지하철이 악랄한 웃음을 지으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hit:3104|2003/05/24
 
doransu 경우야;; 내이름은 쓰지 말아줘....ㅠㅠ 2003/05/24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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