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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때론 카메라가 되고 싶었다.

보는 대로 뱉어내고 싶었다. 너무도 보기 싫은 광경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질 때는 차라리 카메라처럼 그 안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필름에 담아 본 것을 전부 뱉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새 필름을 카메라 안에 갈아끼우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처음의 상태에서 다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때론 지우개가 되고 싶었다.

남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나의 몸을 희생하고 싶었다. 비록 나는 연필찌꺼기에 뭍어 시커멓게 지저분해지지만, 그 비워진 종이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광경을 보면서 행복하게 쓰레기통 속으로 버려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때론 시계가 되고 싶었다.

아무것도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 혼란스러운 세상에 하나의 잣대로 남아 나를 보고 다른 이들이 지금을 알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대의 방안에 걸려있는 단 하나의 시계가 되어 그대가 눈을 뜰때마다 항상 나를 보아주었으면 그리고 나를 보며 아침을 준비하고 지친 밤이 되어 돌아와서는 제일 먼저 나를 보아준다면 나는 그 이상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론 변기가 되고 싶었다.

다른 이들은 전부 싫어하는 집 안에서 가장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처리해주는 변기가 되고 싶었다. 그대가 매일 아침마다 내게 기대어 그대의 더러운 부분을 내가 모두 받아주어 깨끗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대의 어떤 것이라도 나는 전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째 점점 이상해진다.. -_-;;;
|hit:2745|20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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