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 '애인'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잠깐 내용 설명을 하자면, 이 부분은 남자가 불치의 병을 얻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고, 여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무한한 생명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무한히 살 수 있을 뿐 몸은 자꾸 망가져서, 이번에는 팔을 기계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으러 왔습니다. 그걸 남자가 문병을 온 거죠.
엔트로피의 측면으로 보아도 생물이라는 존재는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설령 인간이라는 종 자체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라도 일순간의 살아나감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는 미련한 생물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라는 생물이 본래부터 그렇게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 많은 죄악 속에서 굳이 자신이 세상과 싸워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어찌보면 삶의 목적일수도 있고. 자신이 사는 이유가 자신의 어떤 가치관일수도 있고, 종교일수도 있고, 자신이 살길 바라는, 자신을 위해 웃어줄 수 있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어찌보면 거짓일수도 있고, 믿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수도 있고, 덧없는 것이지만, 설령 환상이라도 그 안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요.
이 만화의 주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환상이 아닌 사랑은 없어. 하지만 사람은 환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잖아. 그것이 설령 뇌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라 할지라도. 믿음이라는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터팬에서, 사람들이 그 존재를 믿어주지 않으면 사라지는 팅커벨처럼. 그 요정이 설령 우리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도, 그것을 믿는 것 만으로 이미 우리 눈앞에 나타나주는 겁니다. 그런 것이 꿈, 그런 것이 희망이 아닐까요. 헛되지만, 사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믿는 것. | |hit:6260|200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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