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나는 고3이었다.
학교 축제 기간을 이용해서, 아는 친구들에게 돌렸었다.
나는 CD레코더도 없어서, 아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웠고, 집에 있는 칼라 프린터도 엡손 스타일러스 II 라는 칼라 잉크젯 초기 제품이라 워낙 성능이 떨어져서, 부클릿도 친구 것을 빌려서 찍었다.
그렇게 30장 정도를 찍는데 10만원 정도가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한달 용돈이 25만원이라 충당이 가능했다.
아는 친구들한테 장당 천원씩 받고 팔았는데 (사실 천원이면 파는 것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반응이 있었다.
이름을 "마블링"이라고 지은 것은, 약간 자조적인 이름이다. 전혀 아는 것 없이 마블링을 하는 것처럼 순전히 우연에 의존한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크노의 기법에 치우쳐져 있는데 대부분 fatboy slim의 기법들을 어설프게 따라한 것이었다. 게다가 cakewalk와 cool edit, sound forge로 작업을 하니 그런 쪽으로 많이 치우쳐져 있었다.
아직도 몇장이 남아있다. 하지만 부클릿이 하나도 안 남아있다. 나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하여간 내 옆모습을 대문짝만하게 박은 것이었는데, 의외로 레이아웃은 괜찮게 나와서, 친구들한테 "멀리서 보면 진짜 앨범같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