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찍이소다는 400원이었다. 다른 후레바 음료(저탄산 과일맛 음료)보다 딱 100원이 쌌다. 이것이 결정타였다.
지금까지도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지만 대체로 250㎖ 캔음료의 가격은 500원이었다. 아주 오랜기간 500원을 지켜왔고 캔음료하면 500원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정 가격을 올려받고 싶으면 비락식혜라던가 웰치스라던가 하는 식으로 포장을 멋들어지게 해야 인정될 정도였다. 그냥 길쭉한 250㎖ 캔은 너무도 당연히 500원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깜찍이소다가 나왔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딱 100원이 싼 400원이었다. 200㎖라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작은 싸이즈의 캔. 250㎖가 500원이니까 200㎖는 400원이라는 단순한 가격비 또한 좋았다.
자, 수퍼에 가보자. 다른 음료보다 딱 100원만 싸도 엄청나게 끌리게 되어있다. 게다가 그게 맛도 좋고 광고도 재밌다면 안사먹을 이유가 없잖아. 요즘이라도 400원짜리 캔음료가 나온다면 대 히트를 치겠지…어쨌든 그래서 깜찍이소다는 400원이라는 가격으로 대 히트를 친다.
물론 어린이를 공략했다는 점도 히트의 원인이었다. 어떤 맛이든 딸기과즙을 1%씩 함유해서 과즙 2%의 낮은 비율에 새콤달콤하게 만들어서 맛에 대해 잘 몰라도 일단은 맛있게 느껴졌다. 훗날 이런 전략은 헬로 팬돌이로 계승되어 "솜사탕맛"이라는 축복의 맛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어쨌든 깜찍이소다의 성공비결은 400원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맛은 둘째다.
잘 나가던 깜찍이 소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우리나라에도 IMF가 찾아온다. 기업들은 자금의 압박에 시달렸고 갑자기 모든 것들의 가격이 올랐다. 얼마나 올랐냐 하면 지금 2003년의 물가보다도 비싸졌을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많은 캔음료들이 가격을 100원 200원씩 슬금슬금 올렸고, 깜찍이소다도 별수없이 400원의 메리트를 포기하고 5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들 암묵적인 담합을 하고 가격을 올렸을거라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다. 바로 '코카콜라'와 '칠성사이다'는 500원을 고수했던 것이다…
생각해보자. 수퍼에 갔는데 요 쪼끄만 깜찍이소다도 500원이고 맨날먹던 코카콜라도 500원이다. 누가 깜찍이소다를 사먹겠는가. 게다가 그 옆에는 코카콜라와 똑같은 가격으로 '순수한 한국 것'인 칠성사이다가 있다. (특히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꽤나 팔아댔지) 그런 이유로 코카콜라와 그를 추월한 칠성사이다의 시대였다.
그래서 깜찍이소다는 고심끝에 가격은 그대로 고수한채, 비용이 좀 덜 드는 미니PET를 만들었다. 245㎖ 미니 PET에 가격은 500원을 고수했다. 하지만 원가절감 때문에 맛이 대폭 없어졌다는 것이 너무도 타격이 컸다. 그 와중에서 미니PET를 베껴만든 '뿌요소다'가 그나마 깜찍이소다보다 맛이 있으면서 오히려 이게 대박이 나는데…
그래서 깜찍이소다는 한때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제 시장에서 이름만 근근히 살아남는 신세가 되고 만다.
생각해보면 고작 100원 차이로 울고 웃고 했던 깜찍이소다. 400원과 500원의 차이가 그렇게 컷을 줄이야.
[참고문서]
어린이 음료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해태 ‘깜찍이 소다’광고 캠페인
[참고문서]
엔젤마케팅 - 미래에의 불안, 자녀에 대한 기대심리 자극해 성공
[참고문서] 후레바음료 시장서 5개업체
각축 예고 - 저탄산 유색을 강점으로 본격 판촉 돌입
깜찍이 소다를 발매한 해태음료 공식 홈페이지 www.h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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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2003 05 05
add 2003 09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