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고의 경향은 아무래도 소비자에게 상품을 인식시키는 것 보다는 구매시에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홍보하는 방법으로서의 미디어를 통한 광고는 너무나 부실하고 그 효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인식되었기 때문.
예를 들어 TTL의 경우, 그 혜택에 비해 요금은 비싼 편이다. 그래서 TTL은 019 카이처럼 요금혜택이 어떻고 이건 이렇게 싸고 이건 이게 좋고 하는 식으로 조목조목 따지지 않는다. 단지 임은경이라던가 하는 알듯말듯한 캐릭터로 더욱더 알 수 없는 광고를 통해 그냥 TTL을 쓰면 멋질 것 같다는 느낌만을 전달하는 것이다. 결국 광고가 멋있는 탓에 요금제가 어떠니 하는 이성적 판단은 저 멀리로 날아가버리고 "비싸고 후진데도 불구하고" 그냥 멋으로 TTL을 계속 쓰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매출액의 대부분을 광고로 쏟아붓는 코카콜라 같은 경우 이런 경향이 잘 드러난다. 사실 콜라같은 청량음료는 뭐 건강에 좋은 것도 아니고, 굳이 콜라 안 먹어도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다지 구매욕구가 일어나지 않는 제품이기때문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먹지 않는다"는 위기의식때문에 광고에 상당히 의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광고도 "사먹을까 말까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사먹고 싶으면 사먹고 그래"라는 메시지를 한참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생각을 멈추고" =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 "느껴봐" = "맛이 좋거나 기능성 음료 같은 걸 따지지 말고 그냥 광고가 멋있는 걸 먹어" 라는 걸까나.
하여간 역시 오랜 준비끝에 나온 광고라 외관의 멋진 것만은 사실. 여기에 나오는 멋진 파도를 무려 6개월이나 기다려 찍었다고 함. 게다가 아무리 해도 화면이 안나오자 기계를 이용해 8톤의 물을 쏟아부었다고. 그러고도 만족을 못해서 한달 가량을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쏟아부었다고 하니… 거기다가 요즘 젊은이의 감각을 대표하는 체리필터와 대중적인 스타일로 유명한 박근태씨를 더블로 캐스팅해서 만들어진 광고음악 또한, LG카드의 음악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결국에 체리필터라는 카드는 겹치고 말았지만… 역시 다들 생각하는게 비슷한가 보다)
결국 요즘은 이미지의 시대이다. 이것저것 따져보기에 우리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좀 더 판단하기 간단한 기준을 필요로 한다. '오컴의 면도날'이 마치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듯이,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아무래도 좀 더 빠른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일 테니까. 이미지라던가 아이컨이라던가 하는 것은 얼마나 선택하기 간단한 것인가.
노무현씨도 그렇게 당선이 된 거고.
ps. 이 광고 남자모델, 홍명보랑 비슷하다며?
[참고서적] 코카콜라의 경영비법 (원제: For God, Country & Cocac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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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2003 04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