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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 (pho)

배부른 것 같은 착각

나에게 먹을거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느끼한 음식과 배고픈 음식이 그것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느끼한 쪽. 자부하건대 나는 김치 없이도 살 수 있는 몇 안되는 한국인 중 하나이다.

베트남 쌀국수에 대한 나의 느낌은 '배고픈 음식'이다. 느끼한 육수에 수북한 숙주나물이 풍성해 보이지만, 12시 30분에 먹으면 3시쯤 배가 꺼지는 최악의 점심메뉴. 섬유질도 풍부하고 다이어트에도 좋겠지만, 나같이 굶주린 학생에게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베트남 쌀국수의 최악의 장점은 "먹을때는 배부른 것 같은 착각"에 있다. 배고픈 주제에 느끼한 척이라니! 이런 비열한 음식 같으니!! 그런 이유로 나에게 베트남 쌀국수는 '배고픈 음식' + '배고픈 주제에 느끼한 척 하는 비열한 음식' 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다.

베트남 쌀국수
느끼한 육수와 수북한 생야채

이 착각의 원인은 육수와 생야채다. 베트남 쌀국수는 육수를 만들때 고기냄새를 거의 제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국물을 먹으면 꽤나 느끼하다. 아마도 배고프던 시절, 없는 고기로 어떻게든 고기맛을 내보려고 그랬던 것 같다. 덕분에 고기도 얼마 안 들어가면서 풍성한 고기맛을 낸다. 물론 고기냄새가 심해서 그냥 먹을 순 없기에, 냄새를 상쇄하기 위해 생야채를 듬뿍 얹어서 먹는다. 이것이 포인트다. 안그래도 세수대야만한 그릇이 생야채로 수북히 쌓인다! 이것이 상당한 시각적 만족을 준다. 물론 그래봤자 숙주나물 정도라 칼로리는 얼마 안 나간다. 하지만 느끼한 국물에 수북한 생야채를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도 배가 부른다.

이렇게 착각 속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나면 남는 것은 시각적 포만감 뿐. 이제 몇시간 후면 평소에 반 정도에 불과한 열량에 당신의 위는 '사람살려' 신호를 보낼 것이다. 그때와서 간식을 사먹어봤자 이미 늦어. 이런 바보같으니. 넌 속았어. 푸하하하.

최근 베트남 쌀국수가 '다이어트용 저칼로리 음식'이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이젠 전 세계가 속고 있다. 이런 바보 같은 세계 같으니. 슬픈 현실이다. 원래 세상이 다 그렇지 뭐.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에서는 포(pho)라고 부른다. 쇠고기를 넣으면 포 보(pho bo), 닭고기를 넣으면 포 가(pho ga). 물론 국물은 뼈다귀로 내며, 고기는 별첨 정도로 들어간다. 고기는 따로 건져서 소스에 찍어먹는다.

열량 대조

베트남 쌀국수(310㎉) x2 = 짜파게티(605㎉)
- "짜파게티 한그릇이 베트남 쌀국수 두그릇보다 낫다"

[민`군] 2003 10 17
저거 많이주던데..
미국에서는...음..아니 여기 학교동네서는..
1인분 대짜시키면 내가 겨우 먹는데..흠
여기선 사람들이 해장하러 다 저거먹지..

사진출처 www.orio.net/tast/aodai.htm
write 2003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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