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 '여고괴담3 여우계단'을 봤는데요. 영화보고 나가는 길이면 참 부담스러운 시간이 시작됩니다. 특히 같이 보러 간 일행이 있을때 더 심하죠. 혼자 보더라도 나은 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생각해놔야 하기 때문이죠.
자기에게 재미있었냐 없었냐를 떠나서, 남에게 추천할만한 영화인가를 판단하는 문제는 곤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실 한명이 보든말든 흥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괜히 추천해줬다가 재미없다고 하면 사이가 나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맨날 재미없다고 하면 성격이 나빠보이기도 해서 곤란하죠.
영화만 그런게 아니라 만화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젤리 인 더 메리고라운드' '맘보걸 키쿠' 같은 만화를 좋아하지만 이런걸 재밌다고 추천해봤자 재미있어할 사람은 얼마 없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그보다 '유리가면' '아즈망가 대왕' 같은 만화를 추천하게 됩니다.
지옥선생 누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만화를 추천해줬다가는 변태라고 찍히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의 '만화책 마이랭킹'에 1년째 10위권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저에게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책입니다.
지옥선생 누베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뛰어난 개그감각 때문이겠죠. 소년지에 연재榮鳴煮?믿기지 않을 정도로 등급을 넘나드는 개그에 초등학교를 바탕으로 한 설정이 무의미할 정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나중 탁구부와 더불어 변태 만화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
하지만 지옥선생 누베의 가치는 '심령물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려도 좋을만큼 방대한 소재를 포괄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한 회에 하나씩 다른 요괴가 나오는 구성으로 31권이라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소화해낸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여기 나오는 요괴만으로도 포켓몬 정도는 가볍게 능가할 수 있을 것 같군요 ^^
이번에 여고괴담에 나왔던 계단 이야기 정도야 가볍게 지옥선생 누베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여고괴담을 보면서 자꾸 누베 특유의 개그가 떠올라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같이 보러 간 옆사람한테 얘기해봤자 누베를 모르니 이해할리도 없고. 주위에도 누베를 본 사람이 없으니 여고괴담 누베 패러디는 저 혼자만의 기억으로 소중히 간직해야겠죠.
어찌怜?누베는 저에게 교과서 같은 만화입니다. 단순한 구성이기도 하고 워낙 뻔뻔스럽게 클리셰를 보여주는 통에, 특히 학원물이나 심령물의 패턴은 이 만화를 교과서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휴머니즘이나 삶과 죽음에 관한 주제도 소년지 답게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도 좋구요.
작가분, 지금은 뭐하고 계시려나 모르겠네요. (성인물 그리고 있을지도;;)
자랑스러운 본인의 컬렉션. (실은 한양문고에서 권당 1000원에 팔길래 얼씨구나 산거지만;;) (더욱 놀라웠던건 30권 안에 최유기 1권이
들어있었따! 표지는 누벤데 속은 최유기라니!! 그래서 책바꾸러 다시 발품을 팔아야 했던 추억까지 함께하고 있다) (마침 우연찮게도 '두산동아
세계대백과사전'과 권수가 30권 정도로 비슷하다. 나에게 누베는 백과사전 같은 존재다.)
사진출처 http://imagebingo.naver.com/album/icon_view.htm?uid=msj3211&bno=18097
write 2003 08 02
picture 2003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