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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레볼루션

매트릭스의 결말, deus ex machina

11월 5일, 전세계 동시 개봉하던 때부터 저는 극장문을 나서는 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쁜 표정으로 "아아.. 역시 재미없었어 ^^" 라고 할 저의 모습을 말이죠. 예상대로 영화는 별로였고 화면과 음향만 멋있는 정도였습니다. 역시 1편에서 끝내는 편이 딱 좋았어요.

하지만 이미 매트릭스에게 마음을 뺏긴 저같은 팬에게 영화의 재미있고 없음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극장화면에 "매트릭스"의 초록 글자가 찍히는 것 만으로 뇌내마약이 분비되는걸요.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이성은 마비되고 판단능력이 마비됩니다.

그것은 작가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비록 재미는 없지만 한편이라도 더 만들고 싶은, 마치 못난 자식이 조금이라도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못난 부모의 마음처럼, 그렇게 매트릭스는 쓸데없이 삼부작이 되었고, 여기있는 저 또한 매트릭스에 눈이 멀어 결국 끝까지 다 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별로라서 즐겁지 않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재미가 없다고 머리속으로는 생각해도, 입은 웃고 있어요. 팬이 된다는 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아마도 매트릭스 삼부작의 쓸데없는 성공으로 앞으로 영화계에도 이런 미적지근한 시리즈물이 성행하겠지요. 뭐 어찌‰怜? 즐겁긴 합니다만…

매트릭스 레볼루션 - 네오 vs 데우스 엑스 마키나
거대 성게군(…) - deus ex machina

특히 마지막 부분에 이야기를 급진전 시켜주는, 우리의 거대 성게군(…)의 이름이 deus ex machina 였다고 하니;; 영어로 번역하자면 machina of god. 스매싱 펌킨스의 마지막 앨범 이름이기도 한 이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 deus ex machina ]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劇作術).

고대 그리스 시대, 거대한 규모의 희곡을 보면 마지막에는 뭔가 스펙타클한 장면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거대한 기계장치로 전지전능한 신을 무대 위에 올려서, 보는 사람에게 압박을 가하며 "멋있지? 멋있찌?" 하면서 장엄하게 끝내는 거죠.

즉 이야기가 내부 인물끼리 마무리를 짓는게 아니라, 외부에서 기계장치를 타고 등장한 신이 결말을 짓는건데. 이런 결말은 작위적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그 자체로 내부에서 끝내야지, 외부에서 개입하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

매트릭스의 결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오와 스미스의 결투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구장창 재미도 없는 스토리를 갖다 붙이는 것보다는 나았을지 몰라도, 전지전능한 존재가 떡 하니 나타나서 갑자기 결말로 직행하는 것도 작위적이죠.

이렇게 이야기 외적인 요소로 결말을 내는건 사실 주말드라마의 전매특허죠. 이야기가 안 풀린다 싶으면 외국이나 지방에서 누군가 온다던가, 아니면 간다던가. 사랑 얘기가 막히면 결혼으로 푼다던가.

엑셀사가(애니메이션)에 보면, 이걸 패러디한 '대우주의 의지'라는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막 나가서 막힐때마다 '대우주의 의지'로 어떻게든 풀어버리는.. 뭐 이것도 처음 몇번만 재밌지 나중가면 지겹지만.

하여간에 이렇게 이름 가지고 장난치는 영화에서 진지한 결말을 기대했던게 바보였을까요;;

[룬그리져] 그러니까 대충 만든 설정을 과대해석해서 팬들끼리 자멸하는건 에바팬이나 하는거라니까요.(...라지만 나, 에바 팬이었쟝) 2003 11 12
[c2k] 마지막 매트릭스에서 비로소 네오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눈주위에 두건을 두른 모습. 그것은 분명 닌자거북이였습니다. 2003 11 08

[siyang] 누가 더 영화를 재미없게 하는가 - 원작자 VS 열성 팬
[용당주] 그러니까 역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딱 한 마디 뿐. 아아, 재밌었어요
[딴지일보 기사평] 매트릭스... 두 가지 개인적 감상
write 2003 11 06
add 2003 11 17
add 2003 11 23


부록 - 매트릭스의 결말

결국 네오랑 오라클이랑 사랑을 하면서 끝납니다.

마지막에 스미스의 몸이 깨지잖아요.
그게 스미스가 흡수했던 오라클과 네오가 스미스의 몸 안에서 사랑의 힘으로 하나가 되어서 그런 거에요.

마지막에 그 통통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나오죠.
왜 오라클이 그렇게 그 아이를 예뻐할까요.

그렇습니다. 그 아이는 바로 네오와 오라클의 딸인 겁니다. (...)
분명해요. 그 가족도 딸이 양자라고 하잖아요.

결국 오라클은 원래 남편이었던 설계자(architect)와 이혼하고
네오와 딸과 살림을 차리면서 엔딩.. (...)

시온의 전쟁도 결국은 오라클과 남편과의 부부싸움..

결국 선택. 이란..
네오에게 있어서 선택이란..

트리니티냐, 오라클이냐.
하지만 오라클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것을..

그런걸 알면서도 열심히 ?아다닌 트리니티만 불쌍하게 된 거죠 뭐..

아니, 트리니티도 이런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트리니티가 오라클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그 후로 트리니티가 오라클을 보는 표정을 보세요.
뭔가 원망 같은게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결국 네오가 오라클에게 갈껄 알면서도 끝까지 네오를 ?아다닌 걸 보면..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도대체 그런 할망구한테 뭐가 좋다고 따라다닌다는 겁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오라클은 프로그램입니다.

1편에 나왔던 쭉쭉빵빵 미녀 프로그램을 기억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프로그램은 자신의 외양을 바꾸는 것은 식은죽 먹기.

즉 오라클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네, 그렇습니다.
트리니티 같은 건 비교가 안 되죠.

 

결국 불쌍한건 트리니티와, 오라클의 전 남편인 설계자 뿐이죠.

네오는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와서, 이제는 오라클의 취향에 맞게,
오라클이 젊어지는 대신 자기가 늙어지겠죠.
아마도 수염도 기르겠고..

그렇습니다. 결국 설계자의 외양도 단순히 오라클의 취향..
오라클은 흰수염 매니아..

즉 설계자에게 있어 '그'의 출현은,
오라클을 넘보는 인간들의 출현이었던 것입니다.

- 사모님, 제비 한 마리 키우시죠.

그래서 지금까지 5번은 완전히 초토화를 시켰지만,
6번째인 네오는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뭐, 지쳤겠죠. 이제는..

그리고 트리니티라도 살려서 제 2의 인생을 살려나.. (...)

 

자, 이제 보입니다. 매트릭스 4의 내용이..
네오와 오라클! 설계자와 트리니티! 이들의 4각관계!

4각관계라 4다! (...)

[평범] 스미스는 오라클의 숨겨진 아들이었고.. 자기 나이보다 젊은 새아빠를 받아들이지 못한 방탕아 스미스와 새아빠 네오의 싸움이었던 것인가 2003 11 09

write 2003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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