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이해
07/09/14 12:17(년/월/일 시:분)
이 세개의 단어는 원래부터 있던 한국말이 아니라 internationalize, globalize, localize의 번역어다. 그래서 특히 국제화와 세계화가 다소 불분명하게 쓰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의미를 잘못 이해해서 무조건 영어만 쓰면 국제화나 세계화가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는 원래 없었던 생소한 단어들, 국제화, 세계화, 지역화에 대해 국어사전의 단순한 설명보다는 다소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제화는 한 국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거쳐서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멸치국수를 팔거나, 교보문고에서 한국 책을 팔거나 하는 것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아이리버가 미국이나 유럽에도 똑같은 MP3 플레이어를 팔거나, 삼성이 휴대폰을 온갖 나라에 파는 것은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하니까 국제화다.
세계화와 지역화는 국제화의 여러가지 측면 중 일부이다. 맥도날드의 예를 들면,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빅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세계화고, 그러면서도 한국에 가면 불고기 버거가 있고, 일본에 가면 메론 쉐이크가 있는 등 각 나라에 맞추는 것은 지역화라고 할 수 있다. 즉 밖으로 뻗어나가는 건 세계화고, 뻗어나가서 각 나라에 적응하는 것은 지역화다.
사실 세계화와 지역화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팟에서 여러가지 언어를 유니코드로 지원하는 것은, 똑같은 제품을 여러 나라에 판매하기 위한 점에서는 세계화라고 볼 수 있지만, 각 나라의 특성에 적응하기 위해 1바이트 영어 기반을 버렸다는 점에서는 지역화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이건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세계화나 지역화라는 말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어쨌든 많이 파는 게 중요하니까.
한국에 가면 길 표지판이나 안내판이 전국 어딜 가나 영어와 한자를 혼용하여 표기하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영어를 쓰는 것이 세계화라고만 볼 수 있을까? 영어를 쓰는 인구가 국제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나는 너무 영어를 쓰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세계화가 아니라, 단순히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 대한 지역화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영어를 쓰는 인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영어에만 최적화를 시켜 놓으면 지금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도, 아랍 국가 들에 대해서 또 나중에 다시 배려를 해야 하잖아.
무작정 ISO 같은 국제 표준을 따르는 것도 꼭 세계화라고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공신력 있는 표준을 가능하면 따르는 편이 좋겠지만, 그런 국제 표준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권고사항일 뿐이지 강제사항이 아니며, 각 나라의 지역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국제 표준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공부에 미쳐있고, 그래서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나는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영어만 쓰는 것도 아니고, 미국식만 따른다고 해서 저절로 국제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국제화는 세계화 + 지역화다. 지역화 없이는 국제화도 없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지배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 문화를 이해할 때도, 이것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이것 또한 미국이라는 한 특정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4/2007091401059.html
스콧 버거슨 (Scott Burgeson) 문화평론가
내 생각에 진정한 세계화는 모든 한국인이 영어를 하는 상태가 아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서 돈 벌고 살기를 선택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상태가 세계화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모든 공적인 의사 소통이 한국어로 이뤄져야 한다. 외국인이 관계된 경우에도 영어는 필요할 때만 쓰여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결심을 하게 될 테고, 그것이 한국어와 한국 모두를 세계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