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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이중 잣대 double standard

07/04/12 07:02(년/월/일 시:분)

어학연수 와서는 정말로 할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고 밥을 먹고 체육관 가서 개처럼 헐떡거리면서 칼로리를 소모하고 집에 와서 프로틴 드링크를 먹고 밥먹고 TV 보고 숙제하고 자는게 전부다. 인터넷도 한국 사이트는 60kps밖에 안 나와서 뭘 하나 다운받으려면 3-4시간씩 걸리니 별 재미도 없고. 결국 나의 유일한 낙은 TV를 보는 것 밖에 없다. 정말로 매일 밤마다 소파에 앉아서 꼼짝도 안 하고 몇 시간씩 TV만 본다. ㅠㅠ

TV에서는 전에 얘기했던 돈 아이머스로 여전히 난리다. MSNBC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아주 신이 나서 몇 시간씩 계속해서 특집을 해댄다. 자기네 문젠데도 시청률만 나오면 된다는 걸까. 정작 방송사는 책임에서 슬쩍 물러나서 흥미거리만 계속 생산해낸다. 돈 아이머스에 보이콧했던 광고도, 돈 아이머스 토론 프로그램에는 광고를 내보낸다. 그리고 그 토론 프로그램도 말이 좋아서 토론이지, 아니 잘못한 사람을 불러놓고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아십니까?"라고 물어보면 이게 토론이야, 심문이야. 완전 돈 아이머스 죽이기 게임이라니까.

http://xacdo.net/tt/index.php?pl=652
돈 아이머스의 인종차별 발언

하여간 이번 사건은 돈 아이머스가 철저하게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오고 있다. 한가지 남은 쟁점이라면, 왜 흑인이 흑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용납하면서, 백인이 흑인에게 같은 수준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것. 즉 이것은 같은 발언에 대해 이중 잣대(double standard)를 적용하는 것의 문제다.

일례로 흑인들 사이에서 서로를 "nigga(검둥이)"라고 부르는 것은 친한 사이에서 용납이 되지만, 백인이 흑인에게 nigga라고 했다가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큰일난다. 즉 같은 nigga라도 흑인->흑인은 되지만, 백인->흑인은 안 되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nappy headed hoes(곱슬머리 창녀)"도 사실 방송에서도 삐- 하는 삭제 없이도 방송이 가능한 수준의 발언이다. 실제로 많은 흑인 음악에서 섹시한 여자에게 "hey~ ho~" 하고 음탕한 추파를 던지는 정도의 표현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편이고, 너무 자주 쓰이지 않을 경우에는 삭제되지 않은 버전으로 MTV 등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그냥 방송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돈 아이머스가 변명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중 잣대를 왜 나에게 적용하느냐 했던 것이었고, 사실 이것이 이번 논쟁에 더욱 불을 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코미디 센츄럴 등의 개그 프로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모욕적인 발언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돈 아이머스는 고작 1초짜리 말 실수 가지고 이렇게 매장을 시키면서, 왜 그런 개그 프로그램은 수십분을 모욕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가만 놔두는 거냐. 즉 만약 돈 아이머스의 경우를 잣대로 삼을 경우, 현재 방송중인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된서리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http://xacdo.net/tt/index.php?pl=473
Bobby Lee를 통해 보는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인

이미 한국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드TV, 코미디 센츄럴, TBS의 시트콤 등 수많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미 인종차별은 흔한 소재다. 영화 "보랏(Borat)"도 내가 보기에는 나 같은 어학연수자를 소재로 한 인종차별 영화다. 비록 그것이 불쾌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많은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바닥에 깔린 암시적인 바탕은 결국 다른 인종을 은근히 깔보는 것임이 분명하다.

일부 TV 광고에서도 그런 걸 볼 수가 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하면서 닭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저분한 고릴라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면 나같은 아시아 사람은 닭이나 고릴라 같다는 거냐? 물론 유머로 받아들이면 그냥 넘어갈수도 있지만, 그건 돈 아이머스도 마찬가지였잖아.

물론 여기서는 "누가 좋고 나쁜게 아니다, 단지 다를 뿐이다."라는 교육이 철저하게 돼있어서, 심지어는 사우스 파크(South Park)를 보다가도 그런게 나올 정도다. 한 남자아이가 여자애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서 여장을 했는데 너무 이상해서 여자애들이 걔를 못생기다고 놀리자, 화장실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러자 여자애들이 달랜다고 하는 말이 "니가 못생긴게 아니야, 단지 다를 뿐이지!" 라니까.

그래, 백인이 좋고 흑인이 나쁜 게 아니겠지. 그저 다를 뿐이겠지. 그러면 왜 백인과 흑인에게 같은 기준(Standard)을 적용하지 못하는 건데? 달라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거야? 흥.

하여간 이번 사건 이후로 흑인 사회에서도 자중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례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한 흑인이 길거리에 똥을 싸놓고 도망가는 게 있었는데, 나중에 그 똥은 진짜가 아니라 초코바를 녹여서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여러분이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구구절절하게 토를 다는 것이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즘 상황이 좀 그렇지 않느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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