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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도올의 중국일기 3 - 고구려 재즈, 4 - 심양일기

17/03/13 23:53(년/월/일 시:분)

도올 김용옥의 팬으로서, 순전히 일기에 불과한 것을 꾸역꾸역 3,4권까지 봤다. 이런 건 그냥 블로그에 올려줬으면 좋겠지만, 옛날 분이라 굳이 책으로 내는 거겠지. 게다가 나처럼 재미도 없으면서 팬심으로 꾸역꾸역 보는 사람도 있을거고.

3권은 2권의 연장선 상에 있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연변대 교수, 조교들과 인근의 고구려 유적을 탐방하는 내용이었다. 고작 1주일 정도 둘러본 걸 가지고 책 두권 분량을 빼곡하게 채운 그 열정이 대단했다.

대체로 고구려 역사에 대한 메모 수준이었다. 정확히 정리가 되기보다는 아이디어 수준으로 휘갈겨 쓴 내용들이었다. 역사학자도 아닌 분이 왜 이리 열심이었을까? 그거야 거기에 꽂혔으니까 그랬겠지.

하여튼 너무 정리가 안 된 내용들이었는데, 이걸 "고구려 재즈"라는 말로 포장했다. 재즈처럼 형식을 벗어난, 니체의 디오니소스적인 도취, 술취한 듯이, 틀에 박힌 기존의 생각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뻗어보자는 얘기였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2,3권에서 얘기한 고구려 패러다임, 고구려 재즈에는 말이 되는 부분도 있을 거고, 말도 안되는 부분도 있을 거고,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애매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학술적인 출처와 자료를 풍부하게 달아놨으니 각자 연구해보면 될 것이다. 이렇게 도올은 자신의 아이디어의 완성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1주일간의 국경절 연휴를 마쳤다.


4권은 인근 심양에서 강연 초청을 받아 다녀오는 내용이었다. 연변대 강의하기도 바쁘고 힘드셨겠지만, 아니 나를 (중국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중국 기업에서까지 필요로 하다니, 당연히 무리를 해서라도 기쁜 마음으로 응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멋지게 강의를 했는지, 또 연예인 같은 화보집이 펼쳐진다. 홍상수의 2012년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 스님 역으로 출연한 것도 슬쩍 끼워넣었다. 이자벨 위페르가 영화 촬영 중 틈틈이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읽었다는 얘기가 흥미로웠다.

그 외에 나의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 마라샹궈가 너무 맛있어서, 원래 도올은 오후금식(오후 1시 이후로는 물도 안마신다. 그래야 체중이 유지가 되고 밤에 빈속으로 푹 잘 수 있다)을 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종종 저녁으로 마라샹궈를 먹었다고 한다.

나도 집 근처에 "얜시부"라고 마라샹궈를 아주 잘 하는 집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여러가지 야채를 마음대로 골라 담으면, 그걸 매콤한 마라 소스를 넣어 즉석에서 신선하게 볶아준다. 채 숨이 꺼지지 않은 채소의 아삭함과,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강렬한 마라 소스가 참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신선함을 준다.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38275892
수원 얜시부

- 여행중에 시간이 부족하거나 맘에 드는 식당이 없으면 굶기를 예사로 했다. 같이 간 일행들이 배고프다고 불평하자 "그러면 수퍼마켓에 가서 빵이나 사먹어라"고 일갈했다. 아이고 선생님...

- 같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마이크를 붙잡고 버스 안에서 동료 교수, 조교들과 답사한 유적들에 대해서 학술 토론도 했다고 한다. 쫄쫄 굶어가며 밤 11시까지 다닐 정도로 빡세게 다녔으면서, 틈틈히 버스 안에서 토론까지... 정말 정력적이시다.

- 연변대 앞에 화덕피자 집이 열어서 가봤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한마디 했더니 주인이 화를 냈다고 한다. 선생님 고나리질은 적당히...

- 커피 값을 아끼려고 생두를 사서 팬에 볶아드시다가, 맛있고 저렴하게 파는 커피집이 있어서 사러 갔다. 근데 주인은 거칠게 갈아주려고 했는데, 그러면 맛은 있지만 연하게 내려지니까 커피를 많이 써야 해서, 돈을 아끼려고 곱게 갈아달라고 했다. 그래야 진하게 내려져서 커피를 조금만 쓸 수 있다고. 선생님 연변대 봉급이 적다지만 너무 아끼시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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