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12/12/18 00:54(년/월/일 시:분)
다비드 구에타에 이어 오랜만에 테크노가 미국 빌보드에 올랐다. 이번주 17위. UK차트는 1위였다. 지금보다 앞으로 좀 더 흥행할 것 같다. 노래도 다비드 구에타의 타이태니엄처럼 팝과 일렉을 반반씩 섞었는데, 내 생각에 이 노래도 딱 타이태니엄만큼 흥행할 것 같다.
나는 스웨디쉬라고 하길래 진짜 스웨덴인인가 했더니 정말 스웨덴이었다. 헐 북유럽 음악이라니! 오랜만이었다. 요즘 미국도 싸이에 이어 외국음악이 유행인가 싶었다.
노래에 대해 말해보자면 일렉치고 대단히 밝은 코드진행을 썼다. 나는 단조보다 장조를, 어둡기보다는 밝은 진행을 좋아하는데, 요즘엔 단조가 워낙 유행이라 이런 노래가 정말 반가웠다.
가사도 어린시절 아버지를 추억하는 아들의 노래로, 일렉 치고는 상당히 감성적이다. 가사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일렉이라니, 간만에 다프트 펑크의 원 모어 나이트가 생각났다.
사운드로는 두가지, 절제된 하이햇과 어쿠스틱 기타를 뽑고 싶다. 하이햇의 타격감을 상당히 절제해서 일렉 특유의 촌스러움을 많이 죽이고 세련된 맛을 살렸다. 게다가 일렉에서 어쿠스틱 기타라니, 정말 팝 같았다.
상당히 많은 타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곡 구성은 6분이 넘는 정통 테크노 형식을 지켰다. 특히 유럽스러운 리드 신스가 다소 촌스러운듯도 하지만 과감하게 쫙 뻗어주는 맛이 정말 시원시원했다. 잔뜩 디스토션을 걸어서 짜잘하게 부서트리는, 요즘 유행하는 미국식 신스와는 또다른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여담. 최근에 같이 일했던 한 개발자님이 티에스토를 좋아한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들어봤다. 디제이맥의 탑 백 디제이에서 몇년째 순위권을 지킨 유명한 DJ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난 좀 별로였다. 너무 건조해서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난 다프트 펑크나 팻보이 슬림처럼 촉촉하고 팝적인 게 좋다.
반면 티에스토와 함께 디제이맥 순위권에서 놀던 다비드 구에타는 나름 현실과 타협해서 미국 빌보드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훌륭한 보컬도 데려다 쓰고, 코드 진행도 충분히 쓰고, 팝적인 느낌도 세련되게 살려서 흥행에 성공했다.
다비드 구에타도 그렇고, 스웨디쉬 하우스 마피아도 그렇고, 팝과 일렉이 반반씩 섞어서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다. 얼마전 보았던 영기획의 가재발 인터뷰가 생각났다. 가재발도 대중과 타협하려고 바나나걸을 만들어 흥행했다. 나는 그런 시도가 무척이나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노래도 잘 됐으면 좋겠다.
http://younggiftedwack.com/archives/4197
가재발: 테크노라는 게 대중들하고 너무 멀어요.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어렵다는 거에요. 저 1집은 거의 오천 장 팔렸거든요. 그때 당시에 오천 장이면 굉장히 작지만, 테크노 음반으로는 굉장한 거죠. 사람들이 이정현인 줄 알고 사는 거에요 테크노라고 그러니까. 그러다가 사람들이 반품도 하고. 저는 테크노가 너무 좋은데 상대방은 공감을 안 해주고. 진짜 혼자서 하고 있자니 너무 답답한 거에요. 그래서 그럼 니네가 못 오면 내가 니네 쪽으로 가볼게 하면서 시작한 게 바나나걸이에요.
일동: 아~
가재발: 그래서 가사도 넣어보고 노래도 넣어보고. 그때만 하더라도 테크노에 코드란 게 어딨어요, 코드도 넣어보고. 그걸 하게 된 거죠. 돈 벌려고 바나나걸 해야지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어요.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그게 그렇게 잘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그걸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겠죠. 조금 더 잘 포장해서 제 이름으로 나왔겠죠. (웃음) 사람들은 가재발하고 바나나걸이 같은 사람인 걸 전혀 모르거든요.
하박국: 근데 바나나걸이 굉장히 히트를 쳤죠.
가재발: 굉장히 히트를 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