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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전생을 기억하는 엉클 분미 (2010) - 신비하고 이상한 영화

11/01/15 05:37(년/월/일 시:분)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보러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 갔다가 뭔가 강렬한 포스터를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인가? 싶었는데 아니더라.
근데 소재가 전생, 숲, 유령이라니...이런 걸로 영화가 되나?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mid=13695
엉클분미 예고편


예고편에서 나는 2번 놀랬는데

1. 투명한 유령 특수효과가 마치 우뢰매 시절 같았다.
2. 가족들이 투명한 유령을 보고 놀라는 연기가 너무 차분했다.

아니 이렇게 차분하게 놀라서야;;

하여튼 이상한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대체로 칸이 좋아하는 이상한 영화는 내 취향에도 잘 맞는 편이라

보고 싶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2009년 작인 단편 "분미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니까 확실하게 보고 싶어졌다.

http://www.dailymotion.com/video/xeefs6_a-letter-to-uncle-boonmee_shortfilms
A Letter to Uncle Boonmee (2009)


하여튼 본 감상을 얘기하자면

1. 이 영화 때문에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으로 밀렸다고 하는데, 그건 영화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칸의 취향에 더 잘 맞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러므로 전혀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108&aid=0002031741
'시' 각본상 수상에 칸 프레스센터 탄식 흘러
영화적으로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보편적이지 않기에 황금종려상은 어려울 것이라 봤던 '분미삼촌'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27
정성일 평론가는, 2010 칸 영화제에서 한국 언론은 이창동 감독의 ‘시’를 황금종려상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영화제를 앞두고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 분미에게 보내는 편지’가 상영된 것만으로 ‘엉클 분미’의 수상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2. 같은 감독의 다른 영화보다 내러티브가 친절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원작이 있어서인 것 같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242&aid=0000008491
-<엉클 분미>의 크레딧을 보니 원작자가 있더라.
<열대병>을 찍던 도중 고향 근처 수도원의 한 스님에게서 <전생을 기억하는 남자>(A Man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라는 책을 받았다. 스님이 자신의 전생을 적어나간 책이었다. 유령이나 버팔로였던 전생의 기억이 쭉 펼쳐지는 거지. 2003년 그 책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흥미롭다고는 생각했지만,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전개가 굉장히 복잡했거든. 그러다가 이걸 내러티브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열대병>에도 한 남자의 전생에 대한 일화가 살짝 나온다. 문제는 전생 자체가 아니라 그 전생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라는 거다. 원작을 따라가지 않고 유년 시절 고향 마을에 대한 기억과 영화에 대한 내 개인적인 기억을 합쳐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3. 사운드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고작 2채널에 불과하지만 매우 품질이 좋고, 사소한 소리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고, 영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내 생각에는 찍는 것은 김기덕이나 홍상수처럼 후딱 찍었을 것 같지만, 편집하는 것은 무한도전 김태호처럼 편집실에서 죽치고 밤을 새워가며 끊임없이 편집했을 것이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30412
아시아 영화 기행: 타이 [2] -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촬영현장
감독이긴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액션’을 부르지도 않고, ‘컷’을 외치지도 않는다.
“편집이 끝나기 전까지 어떤 영화가 나올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2&article_id=26884
김소영: <친애하는 당신>의 타이틀은 영화가 절반이나 지난 뒤에 나오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의 기대를 뒤집는다. 시간에 관한 실험을 하려는 당신의 집착에서 나온 시도인가.
위라세타쿤: 타이틀 시퀀스는 미리 계획한 게 아니라 편집실에서 작업을 하다가 튀어나온 생각이다. 그게 옳은 것 같아 보였고, ‘당신이 보는 것은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할까.



그래서 영화 자체에는 조명도 안 쓰고, 전문 배우도 안 쓰고, 순 숲이나 시골에서만 찍고 해서 때깔이 별로 안 나지만, 그 평범한 장면들을 아주 정교하게 편집했다.

아핏차퐁 감독이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충분히 그런 것 같다.


4. 예술 영화 치고, 오히려 내용은 아주 쉽다. 편하게 보면 얼마든지 편하게 볼만한 영화다.

물론 깊게 생각하면 얼마든지 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은 감독이 의도한 건 그런 깊은 함의보다는 영화가 주는 신비하고 이상한 감정,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냥 의자를 뒤로 젖히고 편하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30415
“내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보면 아주 쉽다”
-당신의 영화들은 분석하면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가 만드는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보면 아주 쉬운 영화다. 그냥 어디로 가야 한다면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데리고 가는 식이다.


5. 다만 영화가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세세한 부분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그럴 줄 알고 감독은 지금까지 10년 동안 영화를 쭉~ 찍어오면서, 등장하는 캐릭터라던가 배경을 그냥 하나로 쭉~ 가지고 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해가 잘 안되면 이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면 된다. 어? 이 사람은 누구지? 싶으면 앞의 영화를 보면 되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앞 앞 영화를 보면 된다.

이게 무슨 클램프 만화야, 다 쭉 이어지게... 그래놓고는 자신은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 ㅋㅋ 이해하고 싶으면 나머지도 챙겨 보라구~


그래서 팜플렛에 적혀 있는 내용이라던가, 시놉시스 같은 것은 꼼꼼하게 읽는 편이 오히려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남이 적어놓은 영화평도 전혀 스포일링이 안 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140&aid=0000016841
<엉클 분미>의 내용은 이렇다. 신장병으로 죽음이 가까워온 것을 아는 분미 아저씨는 도회지에 사는 처제 젠에게 자신의 농장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 그들 옆에는 정확한 관계는 알기 어렵지만 충복으로 보이는 통이라는 착한 젊은이가 늘 있다. 그들 셋이 어느 날 저녁 식탁에 앉았을 때 19년 전에 죽은 아내와 원숭이 인간에 홀려 그들과 성교한 다음 자신도 원숭이 인간이 되어 집을 떠나버린 아들 분쏭이 나타난다. 그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과거와 내세에 대해 대화한다. 그러다 영화는 얼마간 지났을 무렵 예고도 없이 우화 속 한 공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녀는 아름답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한탄하다 물속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메기와 성교를 한다. 이야기는 다시 돌아와 분미 아저씨가 동굴로 들어가 죽음을 맞고 그의 장례식이 있는 날 무슨 이유에선지 통은 스님이 되어 있다. 사원에서 잠을 청하던 그는 무섭다며 젠과 그녀의 딸이 머무르는 숙소에 와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들이 일어섰을 때 똑같은 그들의 모습이 그 자리에 있다. 시간은 이제 두개로 흐르며 마무리된다. 야식을 먹으러 간 사람들의 시간과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의 시간.


6. 그런 의미에서 이 감독은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들 것 같다. 자기 영화사를 차릴만도 하다.

게다가 은근 영화들이 계속 이어지니까, 마치 끝나지 않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앞으로도 이 감독의 영화를 계속 이어서 보고 싶다.


하여튼 무척 신비하고 이상한 영화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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