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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마당을 나온 암탉 - 한국 액션영화 문법의 애니메이션

11/08/07 12:50(년/월/일 시:분)

예고편을 보고 긴가민가해서 보러 갔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지난 10년간 100만부가 팔린 동명의 스테디셀러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다. 충분히 팔린 만큼 이름값도 있을 것이고, 스토리도 대중성이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애니메이션을 기획할만도 한데.

문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 흥행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돈은 많이 드는데 흥행에 성공했던 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나름 애니메이션 팬으로서 90년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들을 개봉할 때마다 묘한 의무감으로 극장에서 챙겨 보곤 했는데, 항상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림은 잘 그린다. 그런데 스토리가 약하다. 가끔 스토리가 괜찮을 때도, 파워가 약하다. 임팩트가 약하다. 보통의 관객들은 고작 이런 조그만 이야기를 보려고 극장을 찾지 않는다. 뭔가 강력하고, 거대하고, 거칠고, 호소력있고, 확실히 공감을 사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 절박함이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부족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원더풀 데이즈였다. 돈도 있었고, 시간도 있었고, 사람도 있었고, 실력도 있었고, 꿈도 있었다. 하지만 방향이 산으로 갔다. 감독은 일단 세계관부터 만들자고 했다. 완전 애니 덕후마냥 복잡한 세계관을 잔뜩 구축한 후, 그 위에서부터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갔다. 그러니 얘기가 재밌을리가 있나. 혼자만 재밌지. (출처: 원더풀 데이즈 DVD - Special Feature)


이번 마당을 나온 암탉이 특이한 점은, 명필름 제작이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이라고 해서 애니메이션 하던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한국 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이 기획하고 제작해서 끌고 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보통의 한국 액션 영화 문법으로 끌고 간다. 명필름에서 영화 만들듯이 애니를 만든 것이다.

무슨 얘기냐. 일단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 곁에는 사투리를 쓰는 까불까불한 수다쟁이 조연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에는 강력한 남자 라이벌이 등장하여 실력을 겨룬다. 그리고 매우 강한 악당이 등장하는데, 이 악당과 사력을 다해 싸우지만 이 악당도 실은 알고보면 불쌍한 처지다. 영화 마지막 즈음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극이 펼쳐진다... 우리가 흔히 한국 영화를 볼 때 항상 보던 패턴이다. 진부하다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했던 패턴이다. 이것을 최초로 애니메이션에 도입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분명히 원작 동화책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일단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앞 부분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도 깔깔 웃는다. 악당이 당하는 것만 봐도 자지러진다.

그렇게 초반부를 바쁘게 끌어나가더니, 중반부부터 애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을 공략한다. 별 볼일 없는 암탉이, 뛰어난 청둥오리 아들을 키우느라 버거워한다. 나는 날지 못하는데, 이 녀석은 날려고 안달이다. 파수꾼인가 뭔가 하는 대회에서 1등을 해서 해외로 떠나게 되었고, 그것이 못난 어미로서는 너무나 기쁘다.

그런데 나는 닭이라서 따라갈 수가 없다. 병들고 늙은 몸이라 오래 날 수가 없다. 여기 남아서 성공한 아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나는 아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내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족제비에게 목을 내주고 만다...

출신성분이 보잘것 없는 재래시장의 억척 아줌마가 자식의 출세를 위해 무조건적인 헌신을 하다가 목숨마저 바친다. 이 신파 코드에 부모님들이 훌쩍이는 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웠다. 애들은 지루해하거나, 영문도 모른채 따라 울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이들이 이해할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철저히 부모들을 위한 이야기다.


나는 세상에 이런 신파 코드가 원작 동화책에도 있는 건지 무척 궁금하다. 만약 없었다면 명필름이 무척 영리한 것이고, 있었다면 동화책이 무척 무거운 것이다.

하여튼 이 영화를 보고 내 잠정 흥행치는 관객 50~100만명으로, 어지간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정도는 흥행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70만명을 넘었다고 하고, 명필름이 무려 제작비의 50%에 달하는 금액을 마케팅에 쓰고 있어서 생각보다 더 흥행할 것 같다. 나의 수정 추정치는 100~150만명.

어찌됬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이 될 것이고,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이다. 그래서 한번 성공을 했으니 두번이고 세번이고 같은 시도를 할 것이다. 애니메이션도 영화를 만들듯이 똑같이 기획하고 제작하여 끌고 나갈 것이다.


나는 이번 영화가 오히려 원작이 있어서 더 자유롭게 시나리오를 쓰지 못하는 답답함이 느껴졌는데, 다음에는 차라리 원작이 없이 직접 간다면 더욱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맡은 오돌또기도 전체적인 작붕 없이,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뛰어난 퀄리티를 뽑아냈으나,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애니메이션 과 대학생의 졸업작품"을 길게 뽑아낸듯한 느낌이 많이 보여서, 좀 더 다듬어지고 완숙해질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되풀이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스타일도 잡힐 것 같다. 물론 자신감이 생기는 만큼 연출도 주도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겠지만, 당분간은 영화 제작 경험이 있는 분들을 따라가는 편이 더 결과물이 잘 나올 것 같다.


결론. 정말로 오랜만에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가 나올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원작의 파워보다는 명필름 기획력의 승리로, 되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은 애니메이션 출신이 영화 출신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형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투자가 되고 이런 식의 영화가 또 만들어질 것 같아 무척 고무적이다. 기대가 된다.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8854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052&aid=0000366969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랐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오늘(8/6) 오전 10시 기준 누적관객 73만3천433명을 기록해 2007년 나온 '로보트 태권브이' 디지털복원판이 기록한 73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http://adman.egloos.com/2760673
마당을 나온 암탉 모르겠다

처음 이거 만든다는 얘기 들었을 땐 아무리 명필름이라도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한국 애니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300억짜리 블록버스터가 한국 애니보다는 제작 가능성이 더 커 보일 정도로 어느새 한국 애니는 미션 임파서블과 동의어가 되어버린 감이 있다. 이 글에선 한 때 잘 나가던 한국 애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고 그냥 영화가 아무리 힘들다지만 애니보다는 쉽다는 게 중론이라는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론 애니한다고 영화계를 떠난 지인들 중 그 이후 소식을 전해 온 지인이 단 한 명도 없어서 언제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암튼 그래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 6년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드디어 7월 28일에 개봉하는데 아무리 포스터랑 줄거리를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다. 감이 안 온다. 아니 감은 오는데 감히 예상은 못하겠다. 명필름 작품이기 때문이다. 명필름은 남들이 “절대 안된다”는 영화를 만들어 흥행과 작품성에서 호평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최근엔 ‘우생순’이랑 ‘시라노’가 그랬다. 물론 명필름 작품이라고 다 잘 된 건 아니지만 남들이 “절대 안된다”는 영화를 만들며 작년에 창립 15주년을 맞이했다는 게 중요하다. 명필름은 한국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영화사는 아닐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가장 대단한 영화사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한국 영화의 아름다운 도전이지만 어떤 의미에선 명필름 자체도 한국 영화의 아름다운 도전인 것이다.

그래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잘 모르겠다. 원작이 2000년 5월 초판 발행 이후 누적판매 100만부를 기록한 스테디셀러라지만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알려진 것 같고 어른들이 보기엔 좀 아이들 영화같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보기엔 좀 어려울 것 같다. 3D가 아니라는 점도 좀 의아하다. 그런데 명필름은 항상 이랬다. 작품 외적 요인만 봐선 절대 안 될 것 같은데 언제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작품 자체의 힘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분명 작품 자체는 요즘 애니답지 않게 착하고 순수하고 떼묻지 않고 감동적일 것이다. 그러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하겠냐만은 그래도 역시 모르겠다.

UBEX
동화쪽에 관심이 없으시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원작의 파워가 어느정도인지 잘 실감이 안나시겠죠. 이 작품이 있음으로 해서 이원수-권정생에서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 아동문학이 한발짝 진보했습니다. 어린이나 학부모들에겐 클래식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쉽고 신나는 서사는 아닙니다. 다소 철학적이죠. 하지만 동물이 주인공이라는 점, 연예인을 성우로 썼다는 점, 여름방학에 개봉한다는 점이 호재입니다. 2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명탐정 코난의 65만명. 마루밑 아리에티의 101만명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마고21판 오세암의 15만명은 넘어서겠지요. 이정도면 성공 예상하셔도 될 듯한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3&aid=0004008131
'마당을나온암탉' 흥행 성공했다고? 뭘 근거로…



ps. 동화책 원작을 봤는데, 신파 코드가 원작에 원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영화가 그나마 현대적으로 순화시킨 것이었다. 이럴수가... 어떻게 동화책을 이렇게 무겁게 쓸 수 있었을까.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330

  • dawnsea 11/08/08 01:32  덧글 수정/삭제
    전 아직 못 봤는데.. 괜찮은갑네요~.. 원더풀데이즈나 그 전 아마게돈 등등이라든가.. "이번에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살려야 한다"는 별 가당치도 않은 "대작 컴플렉스"가 말아먹은주 원인인듯요.. 대하서사시 뺨치는 스토리도 넣어야겠고..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논해야 할 것 같고 (세기말 분위기 편승).. 거장의 포스도 구축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서태지나 넥스트가 성공 한 이후의 다음 앨범 들에서 갑자기 통일을 논하거나 인류의 존재론을 논하거나 이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좀 불편했습니다.
    • dawnsea 11/08/08 01:34  수정/삭제
      뭐 그건 그렇고.. 한국 애니계에서 역시 웰메이드라면 저는 당연히 "아치와 씨팍"을 꼽는데요.. 어째 자주 언급이 안 되네요.. 왠지 흑역사 취급을 당하는 것 같슴다.. 걍 순위 매기라면 원더풀데이즈를 1등으로(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하겠습니다만..
    • xacdo 11/08/15 04:10  수정/삭제
      아치와 씨팍도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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