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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음악

서태지 8집 - Coma

11/04/25 04:12(년/월/일 시:분)

서태지 이지아 이혼설에서 내가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서태지도 남자였구나...
게이는 아니었군.

2. 그래서 가사가 그랬구나...
서태지 5집(싱글 1집) 이후로 급격히 가사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는데, 무언가를 숨기려는 것이었구나.

표현은 하고 싶은데, 자세하게 알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서태지의 가사가 모호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이혼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마스킹되어있던 가사들이
추리소설의 해답편을 지난 것처럼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서태지 7집 - Hefft End (2004년)

넌 내 옛 기억엔 단 하나의 내 일부분인 걸
니 추악한 이 세상에
두터운 밀랍의 성을 짓고
난 너와 너와 깨끗한 해피앤드


서태지 8집 - Coma (2008년)

오랜 시간이 지나가버렸지
어떻게 난 아무런 기억들이 나질 않는 걸까

그 수 많던 저 인파들 속에서
본 적 없는 저 낯선 풍경이 나를 노려 보네

높게 올려 쌓은 담
이 단절 속의 넌
나의 꿈에 거짓을 고한 이후

그 향긋했던 약속의 이 도피처로 돌아온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는걸





- 서태지는 1996년, 엄청난 인기를 뒤로 하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최고 인기스타 서태지가 무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다니, 10대 소녀였던 이지아에게는 무척 멋진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년 후, 시나위가 예언했듯이 서태지는 결국 컴백했고, 서태지는 아무 것도 잃지 않았다. 잃은 것은 이지아였다. 물론 사랑은 가득했겠지만, 나머지는 철저히 빼앗겨버렸을 것이다.

사랑은 있었지만, 자유는 없었다.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아니다. 그래서 견디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에는 떠나버렸다.

서태지는 정말로 사랑했던 여자를 잃어버렸고, 상처받았고,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살가운 감정이 특히 8집에 절절히 드러난다. 정말 괜찮은 거야? 싶을 정도로, 자신의 상처를 처절하게 드러낸다.


내가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의 정신상태가 걱정이 되었던 적이 3번 있었는데, 첫번째가 이소라 6집이었다. "바람이 분다"로 유명한 이 앨범에는, 당시 루머로 이적과 사귀다 헤어졌다는데, 그 실연이 감정이 정말 노골적으로 정제 없이 담겨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내팽겨치듯 그대로 드러내니, 듣는 사람으로서는 참 절절하게 느껴지지만, 가수의 정신상태를 생각하면 이래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무려 이소라, 저주하고 있다. 거리에서 나 보지 마소.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녀는 급격히 마녀가 되어 버렸다. 인상이 무서워졌다.


이소라 6집 - 이제 그만

영원히 너를 사랑한다고
그때는 그대 내게 왜 그랬나요
지금까지도 나는 아직까지도
그대와 만나게 된 걸 후회해요
시간이 지나도 이러고 있는 나에요
나 말고 그대를 탓하고 있죠 미안해요

사랑이란게 다 이런가요
잊었다 생각하면 더 생각나요
좋아했다면 우리 사랑했다면
다시는 마주치지 말길 바래요


2번째는 달빛요정만루홈런 2집이었다. 1집만 해도 88만원 세대의 자기 비하 위주였다면, 2집에서는 원망스러운 실연 노래가 잔뜩 있었다.

달빛요정만루홈런 2집 - 만나지 않기로 해
우리 이제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해
나는 이제 잊었어 그대 역시 마찬가지였잖아
다시는 만나지 않아도 돼
이제 사랑이 영원함을 분명히 믿지 않게 됐으니
라랄랄라 랄랄랄라 라랄랄라 랄랄랄라


그리고 마지막 3번째가 지금 서태지 8집이다. 나이 마흔이지만 여전히 어린애같은 마음으로 잔뜩 상처를 받아있다. 원망하고 있고, 배신감을 느끼고, 어린애같은 유치한 장난으로 복수하고 싶어한다.

서태지 8집 - Human Dream

Human feel me Human Dream 기막힌 방법으로
Human feel 너의 뇌 속에서 나를 느끼렴
잘 봐 새빨간 내 농담 속에
버튼을 눌러봐 정말 각오는 된 거니? Oh No No

그 날 그 파랗던 아이가
내는 소리에 다들 부럽군요
너를 그렇게 들어 올렸고
난 내 손에 모았던
이 작은 꿈들이 손가락 사이로 갈려나갈 때..

Human feel me Human Dream 기막힌 방법으로
Human feel 너의 뇌 속에서 나를 느끼렴
물론 또 다시 너의 뜻대로 되돌려 줄거라 믿진 않겠지? Oh No No


http://seoul.blogspot.com/2011/04/blog-post_22.html
정황을 보건대 두 사람의 결혼사실을 비밀로 한 것은 서태지일 가능성이 높다. 손 잡고 파리 시내만 걸어도 다음날 인터넷에 사진이 도배되는 시대에 서태지는 사람들의 눈에 띌만한 곳에는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이지아는 물론이고 혹시라도 있을 아이들에게는 못할 짓이다. 아내를 정부처럼 대한 것이니까. 서태지의 괴팍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대중의 반응에 대한 서태지의 두려움 때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행동이 서태지의 이해관계에는 부합하고 이지아의 이해관계는 반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물론 그런 조건과 상황을 전제하고 시작한 결혼일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은 그런 결혼을 참아내지 못한다. 정부도 정부로 살다보면 아내가 되고 싶다. 그런데 아내가 정부로 살아야 한다면, 그런데 그 여자가 아름다운 20대 여성이라면 그렇게 사는 게 외려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실재로 이지아는 정우성과 로맨스를 즐겼다. 여러가지로 참 의미있고 보람찬 선택이다. 아마도 서태지는 분명히 매력있는 사람이겠지만 나로서는 이지아가 서태지처럼 이상한 정신세계를 가진 괴팍한 남자보다는 정우성 같이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 서태지는 이지아를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지아도 (적어도 결혼 초반에은)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심지어는 돈이 많아도,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외모가 번듯해도 여전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정우성은 서태지보다 덜 영리하고 신비한 매력이 부족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정우성과는 청담동 까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던가, 선그라스를 푹 눌러쓰고 영화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는 있을 것이다. 아니면 백화점에서 쇼핑을 잔뜩 한다던가, 카트를 끌고 마트를 돌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의 연예인이라면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힐까봐 기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우성은 그게 무슨 의미일지도 잘 모를 것도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이지아가 자유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자유로운 일상은 사랑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0061018422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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