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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1995)

07/06/03 06:06(년/월/일 시:분)

라스 베가스를 갔다 온 기념으로 챙겨봤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제목과, 창녀와 알콜중독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사전지식만으로 영화를 보기 전에 미루어 짐작한 나의 스토리은 이렇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아마도 불치병에 걸려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술을 마시다 죽으려고 전 재산을 털어서 라스 베가스에 왔다. 진통제 대신 술을 마시며 하루 하루를 보내다가, 우연히 예쁘장한 창녀를 만나서 첫눈에 반한다. 마침 돈도 많겠다 싶어서, 있는 돈을 다 털어서 "한 달분의 돈을 줄테니 계속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솔직히 여자에게도 나쁜 조건이 아니라서, 그녀는 혼쾌히 허락한다. 그래서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녀와 함께 지내면서 정서적으로 치유가 되어서, 마지막에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는 의지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끝난다.

와 멋지다.

...물론 영화는 내 생각보다 훨씬 퇴폐적이었다.

Leaving Las Vegas

이 영화는 기둥서방을 추억하는 한 늙은 창녀의 경험담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제서야 "기둥서방"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매일 밤마다 여러 남자와 살을 맞대고 지내는 창녀라 하더라도, 누군가 늘 곁에 있어줄 사람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상 - "날개"에서도, 창녀가 주인공 남자를 기둥서방으로 붙잡아두려고 매일 수면제를 먹였던 것이었겠지.

http://blog.daum.net/hikyunga/4216896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 중국인과 사는 한 늙은 퇴역 창녀가 영감을 보고 말한다.
“오늘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내 침대를 스쳐간 수천 명의 남자들이 줄지어 선 것이 눈에 선 하네요. 최악의 남자라 할지라도 평생 내 곁에 있어주려 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쳤을 거예요”

정서적 안정을 주는 상대는 그만큼 중요하다. 설령 4주 후면 죽어버릴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곁에 있어줄 사람은 필요한 것이다. 내가 한때 가장 좋아했던 만화 "애인(AI-REN, 유타카 다나카)"에서도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죽어버릴 운명이라서 안드로이드 애인을 데리고 즐겁게 살다가 죽는다. 참 이런 류의 이야기는 남성향 여성향을 떠나서 흔해빠진 얘기같다.

사랑은 공기와 같은 것이라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도 계속 들이마쉬고 내쉬는 것처럼 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맑고 탁하고에 상관없이, 없으면 못 산다. 당장 내일 죽을 사람에게도, 창녀에게도 알콜중독자에게도 인생 막장에게도, 불치병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는 스티븐 호킹에게도 사랑은 공기와 같이 무자비하게 찾아온다.

http://xacdo.net/tt/index.php?pl=677
실제로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 병으로 온몸이 마비된 후에도 2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고, 슬하에 자녀가 3명이나 있다.

이 영화에서 여자는 남자를 너무 늦게 만났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에서 남자를 만나고 말았다. 둘은 서로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했고, 하면 할수록 늪에서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자꾸만 막장으로 치달았다. 결국 사랑은 실패로 끝났고, 남자는 죽었고 여자는 울었다.

http://blog.naver.com/tribunus1/37736013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 스크린샷

사랑은 아무 것도 치료하지 못한다. 사랑은 알콜중독을 치료할 수 없다. 사랑은 고통스러운 창녀의 삶을 구제할 수 없다. 사랑은 무기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사랑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공기 같은 것이라서다. 맑고 탁하고에 상관없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걸 거부할 수 없듯이.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82

  • 제목: Leaving Las Vegas(1995) - ★★★★★
    Tracked from 靑春 07/06/03 11:39 삭제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 는 질문에 내가 거의 빠짐없이 거론하는 영화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다. 얼마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려는데 그렇게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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