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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전라도 광주, 담양

11/03/20 01:16(년/월/일 시:분)

1. 광주 예술의 전당

아는 분 결혼식에 다녀왔다.
전라도 광주 예술의 전당이었는데.

예술의 전당이라고 해서 공연장은 아니고, 호텔 겸 예식장이다.
거창한 이름 답게 인테리어도 무척 과시적이다. 비싼 내장재, 소품 들을 아낌없이 잔뜩 가져다 놓았으나, 센스가 7080 까페 스타일인지라 좀 촌스럽고 정신이 없었다.

예식장 음식도 음...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썼으나 센스가 김밥 천국 센스였다.
재래시장 분식에 익숙한 아저씨 아줌마라면 맛있게 먹을 수도 있겠다.

이걸 보고 내가 느낀 두 가지.
- 재래시장에서 자란 주인장이 최근들어 돈을 많이 벌었다.
- 하지만 갑자기 생긴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여기서 주인 분의 '출세'를 느꼈다.
가난하게 자랐으나 결국에는 번듯한 예식장을 오픈한, 성공한 사장님.

안 그래도 전라도가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에서 소외된 면이 있는데, (심지어는 고속도로가 2차선인 곳도 있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http://thehours.co.kr/tt/1183099036
지역감정이 아니라 전라도 혐오증 - 유시민 -
'전라도 혐오증' 의 원인은 딱 하나, 전라도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2. 김대중 센터

김대중 센터(KDJ Center)라고 해서 가봤는데,
그냥 코엑스 같은 컨퍼런스 홀, 볼룸이었다.

나는 뭐랄까 박정희 생가나 봉하마을처럼
김대중 슨상님을 향한 열광적인 팬덤이 있을 줄 알았는데, 김대중 센터는 무척 사무적인 느낌이었다.
김대중 센터만 그런 건지, 아니면 박정희나 노무현에 비해 김대중의 죽음이 덜 드라마틱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일단은 도로도 뻥뻥 뚫어줬고, 4대강 사업으로 영산강 주변도 건설해줬고, 사회간접자본은 정말 확실히 밀어준 것 같았다. 또한 GIST 근처에 공단도 새로 많이 들어선 것 같았고. 그래서 호남이 소외된 느낌이 덜 들어서 이런 기운이 빠진 건지도 모르겠다.


3. 홍어

전라도 하면 홍어를 빼놓을 수 없다.
결혼식에도 항상 홍어 요리가 나오는데.

심지어는 지난 번 수원에서 호남 분이 결혼하셨는데
고급 호텔 결혼식장에 시큼한 홍어 냄새가 나서 깜짝 놀랬던 적이 있다.
심지어는 스텐레스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서빙하기도 했지...

나는 이 질기고 시큼하고 질척질척한 생선이 왜 이리 비싸고 고급인지 잘 모르겠다. 특히 가운데 묵직한 뼈가 있어서 불편한데, 내가 먹는 법을 몰라서 그런가.

한국 최고의 홍어라고 꼽히는 목포 금메달 식당의 홍어 요리는 3~4인분에 무려 13만원이다. 울산의 고래고기 만큼이나 비싸다. 생선 요리 중에서는 최상급이다.

누가 나에게 홍어 먹는 법 좀 알려줘...


4. 담양 죽녹원

죽녹원은 예술의 전당에 비해 매우 세련됐다.
세일즈 포인트가 확실하고, 놀이공원으로서도 훌륭했다.

일단 입구 주변에 대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놓아서
들어가자마자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온다.

그리고 적당히 걸을만한 코스로,
요즘 유행하는 제주도 올레길 같은 느낌도 난다.

여기에 최근 1박2일을 비롯한 미디어의 노출로
주말 죽녹원은 정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하이힐을 배려한 세심함,
밤에는 사람 키보다 낮은 가로등을 켜주는 센스라던가.

중간 중간에 걷다가 힘들만한 곳에
팬더, 폭포, 꽃으로 가득한 정원 등 사진을 찍으며 쉴만한 핫스팟도 잘 만들어놨다.

게다가 그런 핫스팟마다 대문짝만하게 써 있는 죽녹원 마크.
사진을 찍는다면 도저히 가릴 수 없는 교묘한 위치에 달아놨다.

또한 팬더라던가, 꽃 정원이라던가, 기념품들도
어디 다른 데서 대충 주워온 것이 아니라, 은근 정교하고 죽녹원만의 정체성도 있었다.

마치 일본 관광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세심함이 느껴졌다.



5. 담양 떡갈비

아줌마들이 고속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더니 떡갈비 집으로 들어갔다.
아마 근처에 내장산이 있어서, 가볍게 산보하고 맛집을 가는 코스인 것 같았다.



6. 담양 숯불돼지갈비

물론 담양은 떡갈비, 죽통밥, 대나무 국수가 유명하지만,
녹두장군의 추천으로 여기를 갔다.

http://hsong.egloos.com/1646262
[담양] 돼지고기의 끝!! '승일식당' ★ 추천


와 근데 진짜 맛있었다.
양념이 강한데도 맛있었다. 보통 고기 질이 별로이면 강한 양념으로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고기 질도 좋으면서 양념도 강했다.

미원은 썼는지 안 썼는지 모르겠는데, 안 썼거나 썼다 하더라도 소량만 썼을 것이고,
스모크향은 조금 쓰지 않았나 싶다. 스모크향이 아주 강해서, 숯불만으로는 이렇게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안 썼을수도 있지만)

하여튼 양념이 무척 단순하면서 강했다. 달고 짭짭하고 그윽했다.



그리고 양념갈비는 숯불에 구우면 태워먹기 쉬운데,
여기는 알아서 구워준 것이 나오기 때문에 아주 최적의 상태로 구워진 물건이 나왔다. 편리하기도 했지만 맛있기도 했다.

가격은 최근 돼지고기 값 폭등으로 1인분에 13,000원.
특징은, 전라도인데도 밑반찬이 최소한만 나오고, 완전히 돼지갈비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았다.


게다가 앉자마자 바로 나오는 시스템 하며, 척척 진행되는 주문에,
돼지고기 굽는 것도 컨베이어 벨트 돌리듯이 딱 공장 느낌.

산업화된 느낌이었다.
오히려 담양이 광주보다 더 산업화된 느낌이었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긴 하지만 특징은 좀 없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전주 비빔밥. 산업화시키기 어렵다.

만약 외식산업이 발달한다면 목포보다는 담양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자본으로는 이미 충분히 발달하기도 했고, 체인점으로 낼만한 체계적인 레시피도 있다. 그리고 먹는 사람을 확 끌어들일 세일즈 포인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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