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0/07/25 11:08(년/월/일 시:분)
컴퓨터가 고장났다.
드럼이 고장났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자 갑자기 이런저런 멜로디가 떠오른다.
노래를 녹음할 수 없게 되자 노래가 떠오른다.
정말로 얄궂다.
이 머리속에 나풀거리는 노래가 너무 좋다.
어떻게 적고 싶은데, 일은 바쁘고 집에 갈 수도 없고 집에 가봤자 컴퓨터도 안 된다.
바쁘게 손을 놀리는 와중에 이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 같은 앙상한 멜로디가 즐겁게 내 머리를 간지럽힌다.
에이 젠장, 노래 따위 잊어버리고 일에 빠져들수록 그 멜로디는 아주 끈적끈적하게 내 머리속으로 침투한다. 머리를 지저분하게 질척거리게 만든다. 자꾸만 새로운 프레이즈가 생각나고, 알아서 전개가 짜인다.
그러다가 잠시 바람이라도 쐬면서 탄산음료를 마시면,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혔던 노래는 떠오르지 않고 바람결에 날아가버린다. 다시는 생각나지 않는다. 뭔가 즐겁긴 했는데 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게 뭐였더라... 곰곰히 생각하기도 전에 바쁜 전화가 온다. 열심히 답을 하다보니 또 아까 그 좋았던 노래가 다시 떠오른다. 이 놈의 노래는 꼭 일이 바쁠 때만 떠오른다.
그러다가 다시 전화를 끊으면 잠시 멍하다. 이게 뭐였나 싶다.
아오 진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일도 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