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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사후퇴때~ 피난내려와~

10/05/17 17:16(년/월/일 시:분)

개그콘서트 '내비둬'를 보다가.

정겨운 시골분위기에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배경으로 한 이 노래, 조영남의 '내 고향 충청도'의 가사는 놀랍게도 '일사후퇴'라는 전쟁통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컨트리하고 향수에 젖게 하는 감상적인 노래가 이렇게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로부터 시작하다니. 그것도 위화감없이 어울리게.

우리 아버지세대 정서에서는 전쟁을 빼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가까운 예로 나의 아버지도 6.25때 북한에서 피난 내려와 평생을 고향에 가지 못하셨다. 그래서 한창 관광객 피살 사건 때에도 오히려 "지금 안 가면 앞으로 못 갈 것 같다"며 한사코 위험하게 금강산 관광을 다녀오셨다. 물론 그 후로 아버지의 예상대로 남북관계는 냉각되었고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다.

미국에서 어학연수 할 때 외국친구들을 모아놓고 한국영화 DVD를 영어자막으로 같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매우 로맨틱한 '클래식'을 봤다. (손예진, 조인성 나오는 거)

그런데 다들 잘 보던 외국 친구들이 2가지 장면에서 경악을 했었는데, 엉덩이가 새빨개질 정도로 선생님에게 빳다를 맞는 장면과, 멀쩡한 청년이 베트남 전쟁에 가서 죽을 고생을 하는 장면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이런 충격적인 장면이 왜 섞여나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심한 체벌도 익숙하고, 전쟁에 휘말리는 것도 익숙하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현대사는 전쟁과 함께 하지 않았나 싶다. 일제시대에, 6.25에, 베트남 파군에, 4.19에, 5.18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서 이런 '내 고향 충청도' 같은 로맨틱한 향수에 젖게 하는 느리고 푸근하고 정겨운 노래에까지도 '일사후퇴'라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F C C7 F
일사 후퇴 때 / 피난 내려와 / 살다 정든 곳 / 두메나 산골

F7 Bb F C F (Bb F)
태어난 곳은 / 아니었지만 / 나를 키워준 / 고향 충청도

F C C7 F
내 아내와 / 내 아들과 / 셋이서 함께 / 가고 싶은 곳

F7 Bb F C F (Bb F)
논과 밭 사이 / 작은 초가집 / 내 고향은 / 충청도라오


특히 나는 '내 아내와~' 하는 부분이 매우 로맨틱하게 들린다.
물론 그 뒤에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이라는 걸 보면 별로 살고 싶진 않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가 좋고, 시골이야 가끔씩 가족들끼리 차 끌고 갈만한 주말 전원생활 정도를 꿈꾸는 게 아닐까.

그래도 참 충청도를 소재로 한 노래가 드문데, 전라도와 경상도를 소재로까지 사용한 조영남은 그런 면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외국곡을 저작권 걱정도 없이 마음껏 가져다 쓴 정서도 참 우리 아버지 세대의 정서인 것 같다. 이 노래 말고도 조영남은 참 외국곡 많이 가져다 썼지 ㅋㅋ



http://www.youtube.com/watch?v=YKgFBer2l5M



http://www.youtube.com/watch?v=MilfP2fVLhU
Olivia Newton John - Banks of the Ohio
...원곡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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