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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 몸에 맞는 술

09/11/09 02:37(년/월/일 시:분)

어떻게 해서든 결승점에 뛰어 들어가 한숨 돌린 다음 건네어진 차가운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뜨거운 욕조에 잠긴 채로 바늘 끝으로 발바닥에 부풀어오른 물집을 따낼 무렵에는, '자아, 이젠 다음 레이스에서는 더 분발해야지'하고 다시 마라톤에 대한 의욕으로 불타기 시작하는 것이다. - <하루키 일상의 여백> 中 -


나는 이걸 보고
와~ 무라카미 하루키 멋있다~ 싶어서

5km 마라톤을 뛰고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더니
설사가 쫙- 나오더만 -_-;;


사람이 따라할 게 있고 따라하면 안 될 게 있는 것 같다.

술을 나누자면 찬 술이 있고 더운 술이 있는데

나는 맥주라던가 막걸리 같이 땀흘린 몸을 차갑게 식혀주는 술을 마시면 장도 차가워져서 설사를 하는 편이다.

반면 빼갈이라던가 와인 같이 하루를 마치며 식사와 함께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는 술은 장도 따뜻해지면서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는 편이다.


이렇게 찬 술, 더운 술을 모르던 시절에는 그저 술이 싫었는데
내 몸에 딱 맞는 술을 찾은 후로는 술이 참 좋고 편하더라.

오랜만에 기분이 좋고 여유가 생기는 저녁
탕수육 중짜에 빼갈 한 잔을 친한 사람과 나눠 마시면 크~

참 좋아.



http://kimfanta.egloos.com/2468396
술이 먹고싶다. 잘차려입고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며 정치와 경제, 인간사를 논하는 그런 폼나는 술자리말고 막술이 그립다. 화장지우고 머리는 질끈 동여매고 츄리닝으로 갈아입어 언제든지 마시다 뻗을 수 있게 이불까지 세팅한 후 마시는 친구들간의 막술말이다. 그러다가 사놓은 술이 떨어져서 비틀거리면서 편의점에 다시 사러가고, 그러면서 길가에 약간의 기물파손(?)행위를 하기도 하고, 전혀 이성적이지않은 농담-하늘이 왜 파랗지? 그건 빨갛지않기때문이야-에도 숨이 끊어져나갈정도로 웃을수 있는 그런 상태. 그순간만큼은 취한 인간들 모두 어린아이의 동심으로 회귀한다. 괜찮다. 우리는 평소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살기때문에 가끔은 이렇게 자신을 놓어버릴 필요가 있다. (여기서 '괜찮음'의 의미는 다음날상황을 책임질 수 있음으로 한정) 그러러면 정말 마음이 맞고, 필름이 끊겼을때 뒷처리를 기꺼이 해줄 수있으며, 만취실수를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막역한 사이여야겠지.
그러니까 술이 먹고싶은건 결국 사람이 고프다는 이야기이다. 결혼해서 가정이 생기고 직장때문에 스케쥴이 맞지않아 제대로 한번 모이기 힘든 요즘, 나이를 먹을수록 소원해지는 인간관계에서,그저 막술을 핑계삼아 그들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1863

  • 제목: 결승점을 통과하고 차가운 맥주 한 캔
    Tracked from 작도닷넷 10/11/03 11:59 삭제
    어떻게 해서든 결승점에 뛰어 들어가 한 숨 돌린 다음 건네어진 차가운 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뜨거운 욕조에 잠긴 채로 바늘 끝으로 발바닥에 부풀어오른 물집을 따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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