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9/11/09 01:02(년/월/일 시:분)
도쿄의 전철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복잡하다.
도쿄의 모든 곳을 샅샅이 혀로 핥듯이 빠르고 편리하게, 철저하게 시간을 지키며 운행하는 반면, 그만큼 시스템이 쓸데없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서 처음 타면 무척 헷갈린다. 하지만 완벽하게 설계된 스케쥴과 동선만 정확히 파악하면 또한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매우 편리하고 매력적이다.
철도 오타쿠가 괜히 생긴게 아니라니까.
http://blog.daum.net/kori2sal/5409715
카시오페아의 키보디스트가 사실은 최강의 철도 오타쿠
어쩐지 발차음이 세련됐다 했어.
게다가 이 복잡한 전차의 운전을 차장이 직접! 사람의 손으로! 아날로그로 운전한다! 자동으로 하면 안돼나? 싶겠지만 아니지!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절대 기계에게 사람의 자리를 내줄 수 없다!
또한 케이오센 같은 경우에는 각역<급행<쾌속<준특급<특급, 이렇게 5단계 속도로 운행하는데, 한 노선을 공유하고, 간간히 추월하며 운행한다.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스케쥴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행할 때만 가능하다. (최근 한국 지하철 9호선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
이런 5단계 추월 시스템 또한 사람의 힘으로 조작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기계보다 우월하니까! 혹시라도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떡해? 선로가 뒤틀리거나 누가 선로에 돌이라도 올려놨으면 어떡해? 사람이라면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겠지만 기계는 못한다구!
그래서 차장도 한국 시각에서는 쓸데없을 정도로 많이 탄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모여서 비싼 일본의 전철값을 구성하겠지.
또한 특징은 동선이 짧은 것이다. 한국은 갈아타거나 역을 나설때 육교를 건너서 하염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일본은 대체로 바로 이어서 갈아타거나 철길 건널목으로 건넌다. 철도가 복잡한 것에 비해 갈아타는 동선이 짧다.
근데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육교 대신 철길 건널목을 만들다보니, 출퇴근 시간엔 10대가 넘는 전철이 지나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사람도 건널목에서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철의 행렬을 바라만 보아야 한다.
이렇게 모든 교통이 전철 중심이기 때문에, 오히려 버스라던가 택시라던가 하는 다른 교통수단이 차지할 자리마저도 빼앗아가버린 느낌이랄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철도가 우선이다.
그래서 부동산에 가면, 집 매물에 "지하철에서 몇 분 거리"가 정확히 써 있다. 집을 고를 때도 지하철에서 얼마나 가까운가가 중요한 기준이다.
그리고 JR, 케이오, 오다큐 등 철도회사가 많은데, 환승 할인이 안 된다. 교통카드를 매번 새로 찍어야 한다. 지하철만 타고 도쿄를 뽈뽈뽈 돌아다녀도 하루에 한국돈 만원 정도는 가볍게 넘는다.
...여기까지.
* 전철에서는 핸드폰 받아도 실례. "지금 전철이라, 잠시 후 다시 걸겠습니다" 하고 끊는다. 분위기가 조용하다.
* 노약자/장애인 석에서는 핸드폰 조작도 금지. 심장 박동기 등 특수 의료장비를 착용한 장애인의 경우 핸드폰 조작으로 의료기기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걸 차장이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주의를 준다. (차장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