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4/09/29 14:45(년/월/일 시:분)
나는 일베에 대해 극도로 언급을 자제한다. 왜냐하면 일베에 대해 좋게 말하던 나쁘게 말하던, 말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영향력을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 시사인 기사를 보고, 나도 한마디 하고 싶어졌다. 아래 기사는 매우 훌륭하고 대부분 동의하나, 약간 보충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http://sisain.kr/21341
나는 기본적으로 일베에 애정이 있다. 나도 PC통신 초기에 그러고 놀았다. 약자를 괴롭히는 건, 마치 어린애들이 곤충을 잡아 괴롭히는 것처럼, 개구리에 돌을 매달아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것처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한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나는 유머는 기본적으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극단적일수록 유머도 재미있어진다. 사우스파크, 보랏 등의 미국식 하드코어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일베의 극단주의적 유머코드를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정도를 넘어가는 게 있다. 특히나 약자를 괴롭히는 건 인간적으로 구역질이 난다. 메스껍고 토할 것 같다. 비위가 상해서 도저히 재미있게 볼 수가 없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베는 실제로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디씨,오유를 비롯한 일베 반대세력들이 단체로 DDOS를 했는데 견뎠을때 느꼈다. 광고거부 운동에, 사이버 대피소(중소업체에 DDOS공격을 일시적으로 우회해주는 국가 서비스)까지 거부를 당했는데도 이걸 버텼다. IT 일하는 사람으로서 볼때, 이건 정말 대단한 거다.
운영진도 생각보다 영리하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그리 만만하지 않다. 게다가, 익명성이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다. 활동을 통해 레벨업을 하고, 자기 ID를 자랑하고, 현실 세계에서 인증한다. 이게 어디가 익명인가? 자아가 강한 사람들이고, 과시를 좋아한다. 그러니 당연히 온라인의 영향력이 오프라인까지 확장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베는 실제로 강하고, 쉽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놀리지 말고,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이고,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조금씩 극단주의 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처럼 일베에 구토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전력을 다해서 이들을 막아야 한다.
태도가 중요하다.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말고,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뿌리부터 줄기까지 탈탈 털어 뽑아야 한다. 그것도 그냥이 아니고, 끝까지 예의를 갖추고 겸손한 자세로, 절대 논쟁하지 말고, 진지하게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일베는 강하지만, 진보가 일베보다 강하면 일베를 이길 수 있다. 왜냐하면 일베는 힘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일베는 강한 자에게는 철저히 순종한다. 그러므로 절대로 봐주지 말고, 힘으로 제압하라.
마치 떼 쓰는 어린아이의 버릇을 들이듯이, 먼저 권위를 내세워 물리적 기싸움에서 이기고, 그 다음에 달래던 뭐던 하면 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