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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요양하고 싶다

14/03/09 21:45(년/월/일 시:분)

1.

나는 매년 겨울마다 몸이 아프다. 원체 호흡기가 약하고 먼지 알러지가 있어서 건조하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공기에서는 비염, 인후염이 쉽게 오는데, 여기에 날이 춥고 바람이 많이 불면 원체 긴장을 쉽게 하는 타입이라 어깨와 목이 딱딱하게 굳어 몸살이 난다. 거기다가 무슨 독감이 유행한다 싶으면 뉴스보다도 빠르게 먼저 후딱 빨리 걸려버리는 병균 얼리어답터다. 회사에서는 "숙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ㅋㅋ

고질적인 비염이 싫어서 비중격만곡증 수술도 했고, 매일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고, 알러지를 줄이기 위해 피톤치트 섬유유연제를 쓰고, 3M 특급 방진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이렇게 열심히 방어해도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 뿐 안 걸리는 건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겨울에 자잘한 병에 걸리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무척이나 절망스러운 몸이다.

이렇게 몸이 아플때마다 나는 캔디 크러쉬 사가의 특수캔디가 마구 터지는 기쁜 장면을 상상하거나, 날씨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는 상상을 한다. 대부분 그 날씨 좋은 장소는 미국 캘리포니아다. 2007년 어학연수를 갔을때 그 기쁨을 아직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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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e is UCI Extension 』

내가 갔던 캘리포니아 얼바인은 정말 천국과도 같은 날씨였다. 특히나 내가 갔던 4월에서 9월까지는 비오는 날조차도 없을만큼 매일 건조하고 따뜻하고 깨끗한 공기가 매일같이 지루하게 계속돼는 날이었다.

나는 그 지루함이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너무나 역동적이었다. 바람 잘 날 없이 계속 신경쓸 무언가가 빵빵 터지는 피곤한 날들이었다. 항상 무슨 일이 있었고, 항상 몸이 아팠고, 나는 그런 온갖 시련들을 꿋꿋히 이겨내며 버텨야 했다.

반면 여기 얼바인은 날씨도 너무 좋았고, 영어공부도 한국에서 충분히 하고 왔기에 이미 의사소통에 문제도 없었고, 수업도 고작 주 20시간짜리라 부담이 없었다. 나는 그저 이 천국같은 날씨를 즐기며 편안한 몸으로 지금 이 시기를 즐기면 그만이었다.

물론 에세이 숙제를 새벽까지 하기도 했고, 주말에는 비즈니스 수업을 찾아 듣기도 했고, 일주일짜리 방학때는 여행을 가는 대신 매일 도서관에 가서 당시 흥미가 있던 HCI 전공서적을 읽기도 했고, 일부러 토익과 토플 수업을 추가로 더 듣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평소에 하던 공부량에 비하면 정말 홀가분한 수준이었다.

아버지의 간섭도 없었고, 호흡기 질환도 없었고, 몸살도 없었다. 딱 하나 있었다면 유당불내증이라 설사가 잦았다는 점 정도. 그래서 일부러 유제품 소화 효소 약을 챙겨먹곤 했는데, 친구들이 그럴거면 유제품을 먹지 말고 약도 먹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미국의 유제품이 너무 맛있어서 굳이 약을 먹으며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영어수업을 듣는데, 캘리포니아 출신 선생님이 캘리포니아 날씨는 맨날 똑같아서 너무 지루하고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와서 살다보니 가끔 그 지루함이 그리워진다고 했는데, 나도 매우 동감했다. 나도 그 지루한 날씨가 그립다. 그런데서 좀 오래 살아보고 싶다.



2.

최근 이건희 회장이 거의 하와이에서 지낸다고 한다. 재작년은 100일, 작년에는 200일을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는 신년에 얼굴만 비추고 다시 하와이로 돌아가셨다.

한의사 손영기님은 이건희 회장이 호흡기가 안 좋아서, 약간 습하고 깨끗한 하와이 날씨가 좋을 거라고 한다. 아마도 건강이 안 좋아서 하와이에서 요양을 하고 계신 모양이다. 한국의 집에서도 매월 전기세를 몇천만원씩 내는데, 그 대부분이 공기청정기와 항온항습기라고 한다. 하와이와 가장 비슷한 공기를 만드는데 그렇게 전기를 쓴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나도 호흡기가 안 좋은데 나도 하와이로 요양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몇천만원씩 들여 공기를 깨끗하게 할 수도 없고.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캘리포니아로 취업하는 것이다. 약간은 습한 하와이 공기가 더 좋지만, 하와이에는 IT일자리가 없어! 좀 건조하지만 캘리포니아가 그나마 일자리를 구할 만 하다. 이것이 현재 나의 단기 계획 1순위다. 그렇게 공기가 좋은 곳에서 연봉 9만불 정도 받으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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