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08/06/06 03:06(년/월/일 시:분)
어제 "건대인의 날"이라고 학생회에서 영화를 공짜로 보여줬다. 요즘 촛불집회로 시끄러운 와중에 태평하게 학생회가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런 아이디어도 괜찮은 것 같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건대입구에 롯데시네마가 생기면서 아무래도 강변 CGV가 타격을 입은 것 같다. 벌써 10년이 넘은 강변 CGV보다는 막 지은 롯데시네마의 시설이 좋은 것은 둘째치고, 바로 옆이니까 접근성에도 막대한 차이가 있겠지.
http://xacdo.net/tt/index.php?pl=1171
롯데시네마 디지털이 CGV IMAX DMR보다 화질 좋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회는 바로 옆에 롯데시네마를 놔두고, 지하철 2정거장 떨어진 강변 CGV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5km 마라톤 대회때 롯데시네마 관람권이 나왔었고, 그 전에도 오픈 기념으로 영화관에 쓰는 최신 영사기를 학교 야외에서 상영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으니까, 롯데라도 이벤트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둘을 경쟁시켰을때 강변 CGV 쪽에서 학생회에 조금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극장에 가보니 건대 학생들을 위한 줄이 따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목요일 한산한 시간대라서 일반 관객보다 건대 학생들이 더 많았다. 학생증을 제시하고, 학생회장의 간단한 브리핑(학생회는 여러분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양복입고 한마디 하더라)을 받고, 영화를 골랐다.
그런데 이게 재미있는게 다른 영화에 비해 쿵푸 팬더만 엄청 많이 상영하는 거야. 물론 애니메이션이라 상영 시간이 90분 정도로 짧은 탓도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2번째로 많이 상영하는 인디아나 존스보다 3배 정도는 많은 편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쿵푸팬더는 CJ에서 투자한 드림웍스 작품이고, CGV도 CJ 거고, 지난 슈렉 때도 CGV 직원들이 슈렉 머리띠를 두르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니까... 아마도 이번 "건대인의 날" 행사가 쿵푸팬더 개봉일에 맞춘 것도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우리도 남자 공대생 5명이서 우중충하게 같이 갔는데, 다른 영화가 우중충하게 다 매진되는 바람에 불가항력으로 어쩔 수 없이 쿵푸 팬더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 원 학생회와 CGV에 낚였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공짜니까 뭐.
영화는 드림웍스가 더 이상 슈렉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었는지, 어떻게든 후속작을 내보려고 노력한 티가 팍팍 났다. 사실 주인공 팬더 '포'의 캐릭터는 지난 슈렉의 슈렉+동키 정도에 불과하고, 타겟 관객층이나 전략 노선도 슈렉과 거의 똑같다.
그래서 쿵푸 팬더에서 주력으로 내놓은 것은 "액션"이다. 마치 세가 소닉이 빠른 스크롤을 차별화한 것처럼, 쿵푸 팬더도 이번에 컴퓨터를 많이 샀는지 엄청나게 거대한 공간과 빠른 속도를 과시적으로 열심히 보여준다.
특히 중반에 만두 먹기 수련 부분은 정말 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