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07/28 00:48(년/월/일 시:분)
지난주 금요일, 야근을 하며 촛불집회 유튜브 생중계를 봤다.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일을 안 할 순 없으니 이거라도 봐야겠다 싶었다.
7월 19일 금요일 서울광장 촛불문화제(오후 8시~10시)
행사 진행은 진보가 언제나 그랬듯 정말 조악했다.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손에 촛불을 들고, 유모차를 끌고, 이제 막 회사를 끝내고 나온듯한 불편한 복장인데, 무대에서는 어떤 이름모를 인디밴드가 RATM 노래를 부르며 슬램을 유도했다. 아이 엄마는 어떻게 호응을 해주려 몸을 흔들다가 촛불이 꺼질 것 같고 유모차도 있어서 결국 자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비켜주었다. 불편한 복장으로 열심히 슬램하시는 분들도 슬램을 위해 촛불을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보면서 내 속이 다 탔다.
물론 단순한 집회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축제 형식인 것은 좋았다. 인디밴드도 아마 행사비 받지 않고 뛰어주었을 것이다. RATM 노래도 혁명적이니 일면 맥락이 맞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을 들고 슬램할 순 없잖아. 그리고 RATM은 너무 올드하잖아. 새삼 이거에 비하면 나꼼수가 얼마나 세련됐나 싶었다. 나꼼수가 그리웠다.
하여튼 이렇게 조악하게나마 촛불집회를 열었다는데 나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불만은 많았지만 어쨌건 고마웠다. 나도 일때문에 가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으로나마 마음을 함께했다.
나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이 바빠서 못가고, 가족 휴가 가느라 못가고, 집회는 커녕 그 쉬운 인터넷 댓글 달 시간조차 없이 허덕이며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는 분들이 고맙다. 나도 비록 물리적으로 함께하진 못해도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정치적 성향상 새누리당이 댓글을 오염시켰건 안 오염시켰건 새누리당을 찍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NLL 이슈도 원래 외교 협상에서는 어느 나라건 온갖 말을 다 하기 때문에, 그 지저분한 중간 과정을 굳이 확인하고 싶진 않다.
근데 이에 대응하는 새누리당의 최근 행보가 나는 정말로 치사하다고 느낀다. 가끔씩 네이버 뉴스를 보면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난다. 지지 않으려고 강한 의지로 대응하는 것은 이해하나, 왜 그렇게 치사하게 옛날 방식으로 하는 건가? 이제는 시대도 시대이니만큼 세련되게 할 수도 있잖아?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그래서 나는 구호를 하나 제안하고자 한다. 원래 이건 올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썼던 건데, 공교롭게도 지금 한국 정치 상황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되찾자.
이런 얘기가 있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총리의 과감한 경제 정책이. 정책보다 그 의지 자체만으로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그런 체제를 바꾸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 자체에 사람들은 자극을 받고, 경제에 유익하다.
http://note100.egloos.com/5757187
통화정책 레짐의 변화(regime shift) : 미국과 일본의 예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아베와 자민당에 힘을 실어준 것도, 어디한번 잘 해보라는, 칼을 뽑은 김에 무라도 썰어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일본이 뻔히 보이는 과감한 통화정책을 못 써먹었던 이유가 노인들의 지지를 잃을까봐였는데, 아베 총리는 군국주의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노인들의 표를 잃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노인 연금을 줄여서 빚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어찌됬건 한국에는 나쁜 일이지만 아베도 나름의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아베가 내세운 것은 명백한 regime shift, 체제의 변화다. 지금 집권한 사람들을 바꿔서 일본이 정신 좀 차려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이 맥락이, 비록 정치적 방향성은 전혀 다르지만, 지금 한국의 정치상황에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혼쭐을 내야 한다.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개편하고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긍정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 그런 강한 욕망이 경제에도 유익한 자극을 준다.
그러니 대한민국을, 되찾자.
나는 이 구호면 일베, 종편, 변희재 등을 하나로 묶는 "애국보수" 세력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본다. 안그래도 그놈의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때문에 민주당, 안철수 등이 의제를 선점당한 셈인데, 이거라도 뺐어와야지 원.
http://acase.co.kr/2013/05/28/%EC%9D%BC%EB%B3%B8%EC%9D%84-%EB%90%98%EC%B0%BE%EC%9E%90-%E3%80%8C%E6%97%A5%E6%9C%AC%E3%82%92%E3%80%81%E5%8F%96%E3%82%8A%E6%88%BB%E3%81%99%E3%80%82%E3%80%8D/
[말과 글 사전] 일본을 되찾자 「日本を、取り戻す。」